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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세월 건너뛰어 "만나러 갑니다"…설레는 상봉단

<앵커>

이산가족 하면 떠오르는 '잃어버린 30년'이라는 노래가 있죠. 그 노래가 나오고도 또 30년 이상 흘러 거의 70년이 돼 갑니다. 내일(20일)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금강산에서 3년 만에 다시 열립니다. 이 70년 세월을 견뎌온 여든 아홉 명이 내일 가족을 만나러 갑니다.

이현영 기자입니다.

<기자>

92살 이금선 할머니는 67년 전 피난길에서 헤어졌던 네 살 아들을 만나러 갑니다. 다섯 개의 선물 보따리에는 이제는 일흔을 넘겼을 아들을 위한 약이 가득합니다.

[이금선/남측 상봉단(92세) : 영양제랑 아프면 먹는 감기약 그런 거 (챙겨왔어요.)]

김종태, 종삼 형제는 형수와 조카에게 보여줄 사진들이 물에 젖기라도 할까 비닐에 꽁꽁 싸왔습니다.

[김종삼/남측 상봉단(79세) : 우리가 남한에 나와서 자손이 이만큼 많이 커졌다(고 보여주려고)….]

12시쯤부터 집결지인 속초에 모이기 시작한 가족들은 기념사진을 찍고 대화를 나누며 긴장감을 달랬습니다.

이산가족 상봉을 하루 앞둔 오늘 남측 가족들이 머무는 숙소입니다. 이 숙소 로비에는 저마다 가족들에게 줄 선물들이 잔뜩 쌓여 있습니다.

최고령인 101살 백성규 할아버지도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북쪽의 며느리와 손녀에게 줄 선물을 잔뜩 챙겨왔지만 부족해 보인다며 걱정입니다.

[백성규/남측 상봉단(101세) : 여름옷, 겨울옷, 파카, 신발 30켤레, 치약, 칫솔, 숟가락… 뭘 좀 많이 사오려고 했는데 많이 못 샀네, 돈이 없어서.]

월남할 때 열여섯 살 소년이었던 민병현 할아버지는 이제 휠체어에 몸을 기댄 채 여동생을 만나러 왔습니다. 어린 동생 셋을 두고 혼자 넘어온 미안함에 70년이 지난 지금도 가슴 한 켠이 아립니다.

[민병현/남측 상봉단(82세) : 네 살, 여섯 살, 아홉 살짜리를 놓고 내가 나왔으니까… 부모는 전쟁통에 다 돌아가셨고. 걔들 생각하면 뭐…말로 표현 못 하지.]

(영상취재 : 조춘동·주용진, 영상편집 : 오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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