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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탄핵' 하려는 자 vs 피하려는 자…관건은 '사법방해'

톰 스타이어/美 금융인·자선사업가
"탄핵, 할 수만 있다면 1천만 달러를 내놓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탄핵을 위해 1천만 달러, 우리 돈으로 113억 원에 달하는 큰돈을 쾌척하겠다는 이 남성, 미국 금융인이자 억만장자이며 환경운동가인 톰 스타이어입니다. 스타이어는 '탄핵이 필요해'(Need to Impeach)와 '넥스트젠 아메리카'(NextGen America)라는 정치 단체를 이끌고 있습니다. 두 단체 모두 트럼프 대통령을 반대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톰 스타이너/美 금융인·자선사업가 페이스북
스타이어는 올해 초 이미 3천만 달러(약 320억 원)를 '트럼프 탄핵'을 위해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1천만 달러를 추가로 기부하는 것이고요. 앞서 지난해 10월엔 트럼프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며 '탄핵이 필요해'에 가입해 달라고 호소하는 TV 광고를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 톰 스타이어가 제작한 '트럼프 대통령 탄핵' TV 광고

스타이어는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에 민주당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기부한다"고 밝혔습니다. 스타이어는 공화당 소속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소속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맞붙은 지난 2016년 미 대선에서 공화당과 민주당 후원자들을 통틀어 가장 많은 정치 후원금을 낸 인물이기도 합니다. 

스타이어가 이번 중간선거에 주목하는 이유 역시 '탄핵'입니다. 미국에서 대통령 탄핵의 첫 관문인 미 하원의 지형을 바꾸기 위해서라는데요. 현재 하원 의석수는 공화당이 236석, 민주당 193석입니다. 민주당이 하원의 다수당이 되려면 25석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입니다. 미국 의회는 100명의 상원 의원과 435명의 하원 의원으로 구성돼 있는데,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는 이중 상원 34석과 하원 435석 전원을 새로 선출합니다.

● 탄핵하려는 자

'탄핵하려는 자'는 스타이어뿐만은 아닌 듯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내통 의혹,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하고 있는 로버트 뮬러 특검이 '사법방해(obstruction of justice)'를 들고 나왔습니다. '사법방해'는 미국에서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사유 중 하나입니다.

돈을 들여서라도 탄핵하겠다는 스타이어가 주장하는 탄핵 사유 중 하나도 사법방해인데요. 스타이어가 만든 TV 광고에도 등장하는 '사법방해' 의혹을 최근 미국 주류 언론들이 앞다퉈 조명하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 7월 27일자 1면, '트럼프 트위터에서 사법방해 조사중인 뮬러 특검'
▲ 뉴욕타임스 7월 27일 자 1면 / '트럼프 트위터에서 사법방해 조사 중인 뮬러 특검'

포문은 뉴욕타임스가 열었습니다. 신문은 익명의 관계자 3명을 인용해 뮬러 특검이 트럼프 대통령이 쓴 트윗 등을 면밀히 검토해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 사법방해 시도가 있었는지 조사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후 워싱턴포스트, CNN 등 대부분의 주류 언론에서 '사법방해'를 헤드라인으로 올려 대서특필했습니다. '러시아 스캔들'에 깊이 연관된 걸로 의심받는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과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쏟아낸 트위터 내용들을 뮬러 특검팀이 면밀히 검토 중이란 겁니다. 

● 탄핵 피하려는 자

이번 탄핵 논란에 기름을 부은 건 '트위터 중독' 트럼프 대통령 본인입니다. 취임 이후 계속 사법방해 논란에 탄핵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여기에 딱 부합하는 '결정적 트윗'을 날려버린 겁니다.
트럼프 트위터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은 조작된 마녀사냥을 지금 당장 중단시켜야 한다."

트럼프 트위터 계정의 최다 빈출어 '조작된 마녀 사냥'이란 말이 바로 뮬러 특검팀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에만 뮬러 특검 관련 트윗을 4건이나 연달아 올렸습니다. 트럼프 대선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이자 뮬러 특검의 '1호 기소'로 재판에 넘겨진 '최측근' 폴 매너포트의 첫 공판 직후였습니다. 매너포트의 재판이 시작되면서 코너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골머리를 앓다 신경질적으로 던진 듯한 트윗이 '사법방해' 논란에 불을 붙인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멘션은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에게 특검 수사를 중단시키라는 '명시적 압박'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 혐의를 수사하고 있는 뮬러 특검으로서는 또 하나의 증거자료가 추가된 셈"이라고 보도했고, 월스트리트저널도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특검수사를 방해하려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러시아 스캔들 수사 셀프 제척' 발표하는 제프 세션스 장관 (지난해 3월 1일, 미 법무부 청사)
사실 세션스 장관이 수사를 중단시킬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긴 합니다. 자신 역시 '러시아 스캔들'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세션스 장관은 이미 지난해 3월, 뮬러 특검 수사에서 손을 떼겠다는 '셀프 제척' 결정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세션스 장관 역시 '사법방해' 혐의로 탄핵 대상이 될 수 있는 공직자이기 때문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탄핵 앞엔 천하의 트럼프도 '덜덜' 

탄핵 앞에 장사는 없나 봅니다. '스트롱맨' 트럼프 대통령도 사법방해 논란이 커지자 곧바로 진화에 나섰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인 변호인과 백악관 대변인을 동원해 "개인 의견 표명일뿐"이라며 절대 사법방해 의도가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주요 언론에서 '사법방해' 기사가 쏟아진 당일, 세라 허커비 샌더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강한 어조로 방어에 나섰습니다. 한 기자가 관련 질문을 하자, 샌더스 대변인은 기자 말꼬리를 자르며 "이것 봐요(look!), 대통령은 사법방해를 한 게 아니라 자신의 의견을 명쾌하게 밝힌 거라니까요!"라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인단을 이끌고 있는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만약 사법방해를 하려고 한다면 조용히 그리고 비밀리에 하지 공개적으로 하지는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변호인단 소속 제이 세큘로 변호사는 "트럼프 대통령은 단순히 입장을 밝힌 것으로, 법무부에 구체적인 명령을 내린 게 아니다"라는 공식 논평을 내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 논란에 대해 뮬러 특검팀이 어떤 조치를 취할지, '러시아 스캔들' 수사의 끝은 어떻게 될지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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