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가량 이어지던 열대야가 드디어 멈췄습니다. 폭주를 거듭하던 올여름 폭염에 브레이크가 제대로 걸린 것입니다. 오늘(17일) 아침 서울 최저기온은 21.7℃, 하루 만에 5℃ 이상 떨어진 것으로 무려 27일 만에 25℃ 이하로 내려갔습니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서울뿐 아니라 대전과 여수 등 대부분 지역이 열대야의 늪에서 벗어났습니다. 대전은 28일 만이고 여수는 29일 만입니다. 거의 한 달 내내 잠을 이루기 어려웠는데 이제는 편한 잠을 기대할 수 있다니 정말 꿈만 같습니다.
역시 폭염 해결사는 북쪽의 찬 공기였습니다. 북동쪽에서 점차 세력을 키우더니 어느새 수도권까지 영향권에 넣었습니다. 태풍도 멈추지 못한 폭염 기관차를 단 한 번에 멈춰 세운 것입니다. 동풍이 태백산맥을 넘으면서 건조해진 공기 때문에 시야도 탁 트였습니다.
문득 올려다본 하늘은 높고 푸르기만 해 가을이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하게 합니다. 올해는 정말 오지 않을 것 같던 선선한 아침 공기를 이렇게 기쁘게 맞는 날이 오다니 오묘한 자연의 섭리에 다시 한번 고개가 숙여집니다.
하지만, 폭염 기세가 완전히 꺾인 것은 아닙니다. 더위에 관한 기록을 모두 깨고 있는 올여름은 결코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닌 것이죠. 폭염경보가 주의보로 완화되기는 했지만 오늘도 전주 기온은 34℃, 서울은 33.8℃까지 오르면서 불볕더위가 이어졌습니다.
폭염이 주춤한 사이 또 하나의 태풍이 북상을 시작했습니다. 어제 오전 9시 괌 부근 해상에서 발생했는데요, 올 들어 열아홉 번째 태풍으로 이름은 '솔릭(SOULIK)'입니다. 미크로네시아 말로 전설 속의 족장을 의미합니다.
태풍은 발생 초기여서 크기도 작고 힘도 아직 약합니다. 중심 부근 최대풍속이 시속 80km를 조금 넘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태풍 '솔릭'은 점차 힘을 키워 일요일쯤에는 강한 중형 태풍으로 발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중심 부근 최대풍속도 시속 140km까지 세지겠습니다.
19호 태풍 '솔릭'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는 올해 발생한 태풍 가운데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상당히 높기 때문입니다. 그동안의 태풍이 모두 폭염을 몰고 온 강력한 고기압에 막혀 이렇다 할 힘을 쓰지 못했지만 이번 태풍은 폭염 기세가 조금씩 꺾이는 틈을 타 북상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인지 예상 진로 역시 심상치 않습니다. 현재의 이동대로라면 다음 주 수요일쯤, 일본 규슈 남단에 바짝 다가서겠습니다. 이후 진로는 아직 유동적입니다. 계속 북서진해 제주도 남쪽을 향하거나 방향을 틀어 남해로 북상할 수도 있습니다. 남해안에 상륙하거나 남해안을 스쳐 동해로 빠져나가는 진로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태풍의 힘이 결코 약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나라를 관통할 경우 적지 않은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태풍의 진로에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한데요, 이번 태풍이 큰 피해를 남기기보다 오랜 더위와 가뭄을 해소시키고 지나갔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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