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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덩치로 멧돼지와 격투…등산객·주인 살린 충견

유영규 기자 ykyou@sbs.co.kr

작성 2018.08.13 14:01 수정 2018.08.13 15:2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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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금정산의 한 사찰에서 기르는 개가 절방까지 들이닥친 멧돼지와 맞붙어 주인을 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부산야생동물보호협회에 따르면 지난 9일 오후 9시 20분쯤 부산 동래구 금강공원 내 소림사 인근에서 홀로 야간산행을 하던 여성이 멧돼지 3마리와 조우했습니다.

놀란 여성이 "살려달라"고 큰소리치자 흥분한 멧돼지가 여성에 달려들었습니다.

때마침 그 광경을 본 소림사 여신도 김 모(63)씨는 곧장 절에서 기르는 개 '태양이'의 목줄을 풀었습니다.

멧돼지 시선을 돌릴 목적이었습니다.

김 씨의 예상대로 멧돼지가 방향을 돌려 태양이에게 달려들자 김 씨는 막대기를 휘두르며 멧돼지를 위협했습니다.

멧돼지가 주춤하자 김 씨는 태양이에게 "뛰어라"고 말하며 절방으로 뛰기 시작했습니다.

김 씨는 "태양이가 나를 보호하기 위해 멧돼지를 유인하려고 했는지 절방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뛰었다"며 "근데 멧돼지 한 마리가 나를 따라 절방으로 뛰어오자 태양이도 방향을 바꿔 따라 들어왔다"고 당시를 떠올렸습니다.

태양이는 앞서 절방으로 뛰쳐 온 멧돼지와 뒤엉켜 한판 싸움이 벌였습니다.
멧돼지에 물려 붕대 감은 강아지 '태양이'
생후 1년 남짓 된 코카 스파니엘 종인 태양이는 50∼60㎝의 작은 체구에도 몸집이 1m가 넘는 멧돼지에 밀리지 않고 버티며 김 씨가 다른 방으로 몸을 피할 때까지 싸웠습니다.

태양이의 희생에 여성 등산객과 김 씨는 무사했지만 태양이는 멧돼지에 엉덩이와 다리 부위를 수차례 물려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상태입니다.

김 씨는 곧장 태양이를 안고 동물병원으로 데려갔으나 200만 원이 넘는 입원치료비에 엄두를 내지 못한 채 간단한 응급조치만 받고 현재 매일 통원치료하러 다니고 있습니다.

소림사에서 30년간 보살 생활을 한 김 씨는 "사람이 해를 당하는 것보다 낫겠다는 생각에 태양이 목줄을 풀었는데 너무 마음이 아프고 내 생명을 구해줘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달려드는 멧돼지를 본 뒤 놀라 심장이 떨리고 밤에 잠을 자지 못한다는 김 씨는 "평소에도 멧돼지가 자주 나타나 몹시 겁이 난다"며 "부산시나 구청에서 무슨 수를 써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 신고로 유해조수기동포획단이 소림사에 왔지만 이미 멧돼지는 달아난 뒤였습니다.

최인봉 부산야생동물보호협회 회장은 "산행 중 멧돼지를 만나면 소리를 지르거나 자극해서는 안 되며 침착하게 뒷걸음치며 현장을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며 "금정산 주변에 멧돼지 출몰이 잦아 가급적 야간산행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2015년 11월 21일에는 경북 군위군 소보면의 한 야산에서 산행하던 50대 여성이 달려든 멧돼지에게 허벅지와 종아리 등을 물려 숨진 일도 있었습니다.

(사진=소림사 여신도 제공/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