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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대표 디액터' 윤종빈 "연기는 끊었다"

'충무로 대표 디액터' 윤종빈 "연기는 끊었다"
통신보안 CP 이병 허, 지훈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그러면 도와줄 수가 없어. 너처럼 그렇게 느리게 말을 하면 도와줄 수가 없어. 무슨 말인지 알지?"

감독 윤종빈보다 통신보안 CP 허지훈 이병으로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2005년 개봉한 '용서받지 못한 자'에서 배우 하정우와 환상의 호흡을 자랑한 윤종빈은 직업 연기자가 아닌 그 영화의 감독이었다. 이 사실을 안 관객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더 많은 이들은 아직도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

윤종빈 감독은 황병국, 김해곤, 박정범, 양익준 등과 함께 충무로의 대표적인 '디액터'로 꼽힌다. 디액터는 감독을 뜻하는 디렉터(director)와 배우를 뜻하는 액터(actor)를 합친 말이다.

군대 문제의 민낯을 정면으로 다루며 신선한 충격을 안긴 '용서받지 못한 자'는 오늘날 윤종빈 감독을 있게 한 영화다. 중앙대학교 영화학과 졸업작품으로 만든 이 영화는 그해 한국 영화 중 유일하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돼 전 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부산국제영화제에서 4관왕을 차지했다. 국내외 영화계의 관심에 힘입어 대학생 영화로는 유일무이하게 극장 개봉까지 한 화제작이었다. 

이 작품의 감독 겸 배우로 충무로에 데뷔한 윤종빈 감독은 세 번째 연출작이자 대표작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에 사회부 기자로 특별출연 하기도 했다. 또한 2016년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이었던 '춘몽'(감독 장률)에서는 주연으로 촬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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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작' 개봉을 앞두고 만난 윤종빈 감독은 "연기는 끊었습니다"라고 말하며 연기 중단을 선언했다. 윤 감독은 "'춘몽' 이후 연기는 그만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공작' 프리 프로덕션 중 친한 장률 감독님이 '2주만 시간을 내달라'고 부탁을 하는데 거절을 못 하겠더라. 낮엔 '춘몽'을 촬영하고 밤엔 '공작' 시나리오를 고치면 되겠다 싶었는데 연기를 하는 게 만만치 않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두 사람은 2005년 윤종빈 감독이 '용서받지 못한 자', 장률 감독이 '망종'으로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문에 초청된 것이 인연이 돼 17년의 나이 차를 뛰어넘은 우정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장률 감독은 '춘몽'을 기획할 당시부터 윤종빈, 박정범, 양익준이라는 세 디액터를 생각하며 시나리오를 썼다.

'춘몽'에서 윤종빈은 어리바리한 집주인 아들 종빈으로 분해 익준, 정범과 예리를 두고 삼각관계를 형성했다. 장률 감독의 미학적인 흑백 영화에서 윤종빈 감독은 특유의 자유로운 연기로 영화의 웃픈 상황을 더욱 재밌게 표현해냈다. 

이날 인터뷰에서 윤종빈 감독은 군필자들에게 전설처럼 회자되고 있는 '용서받지 못한 자' 속 허 일병 연기에 대한 후일담도 밝혔다.

"대학교 졸업작품인 데다 군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라 배우를 구하기 힘들었다. 게다가 군인 역이다 보니 머리를 밀어야 해서 출연을 더 꺼리더라. 결국 배우를 구하지 못해 직접 허지훈 일병을 연기한 거다. 그때 내가 유튜브 세상이 올 줄 알았으면 안 했지. 우리 아들도 크면 볼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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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나를 연기자로 알고 있는 관객들이 꽤 있더라"며 여러 에피소드를 공개하기도 했다. 윤종빈 감독은 "얼마 전 한 팬이 나에게 '곡성' 잘 봤다고 하더라. 알고 보니 극 중 신부로 나온 배우(김도윤)를 나로 착각하고 한 말이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뿐만 아니라 신작 '공작'에도 출연한 줄 아는 이들이 적잖다고 말했다. 영화 초반 박석영(황정민)의 후임 장교로 등장한 배우 홍기준과 윤종빈 감독을 착각해 나온 반응이었다.

윤종빈 감독은 "연기 욕심이 있어서 영화에 출연한 것은 아니었다. 캐스팅이 어려워서, 혹은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서 한 것뿐이다. 이제는 정말 연출과 제작에만 집중하고 싶다."고 확고한 의지를 밝혔다. 

연출력이이야 자타공인 충무로 특급이고, 연기력도 자신은 과소평가하고 있지만 썩히기엔 아까운 재능이다. 충무로의 대표적인 디액터의 활약을 더는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아쉽게 느껴진다. 

윤종빈 감독은 4년 만에 발표한 신작 '공작'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공작'은 1990년대 중반,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의 실체를 파헤치던 안기부 스파이가 남북 고위층 사이의 은밀한 거래를 감지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첩보극. 황정민, 이성민, 조진웅, 주지훈 등이 주연을 맡았다           

(SBS funE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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