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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참여재판 안내서' 안보내고 재판했다가 처음부터 다시 재판

1심 때 피고인에게 국민참여재판 안내서를 미리 보내지 않았다는 절차적 문제점이 대법원 심리 단계에서야 뒤늦게 밝혀지면서 이 사건의 재판을 다시 하게 됐습니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3살 김 모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3년6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오늘(8일) 밝혔습니다.

김 씨는 지난해 4월 방송국 PD를 사칭해 A씨와 술자리를 가진 후, 성관계를 요구하면서 강제로 껴안은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또 같은 해 5월에는 대학교 교무직원이라고 속여 만난 B씨를 강제로 키스하는 등 추행한 혐의도 받았습니다.

1심은 A씨에 대한 강제추행 혐의를 재판하던 중 B씨에 대한 강제추행 사건도 추가로 재판하게 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A씨인 사건에 대해서만 국민참여재판 안내서를 보내고 B씨 사건에 대해서는 안내서를 보내지 않았습니다.

재판은 그대로 진행됐고, 두 사건 모두 유죄로 판단돼 김 씨는 징역 3년6월을 선고받았습니다.

2심도 피고인의 국민참여재판 의사를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1심과 같이 징역 3년6월을 선고했습니다.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은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지를 서면 등의 방법으로 반드시 확인하도록 하고, 그 절차나 주의사항이 적힌 안내서를 미리 피고인에게 송달하도록 합니다.

1심이 이를 어기고 재판을 진행한 경우에는 항소심이 피고인의 의사를 충분히 확인해야 합니다.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고 1심 판결을 문제 삼지 않겠다고 명확히 밝힌 경우에만 절차상 하자가 해결되는 것으로 봅니다.

대법원은 1심 재판부가 김 씨의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했는데도 2심 재판부가 이를 바로 잡지 못했다며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습니다.

대법원은 "1심은 국민참여재판 안내서 등을 피고인에게 사전에 송달하는 등 충분한 안내를 하거나 그 희망 여부에 관한 상당한 숙고시간을 부여하지 않아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를 중대하게 침해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2심도 절차상 하자가 치유될 정도로 피고인에게 충분한 안내와 숙고할 시간을 부여하지 않았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2심은 김 씨에게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지를 다시 물어야 합니다.

김 씨가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히면 1심 판결이 적법한 것으로 인정되지만, 반대로 국민참여재판을 원한다고 할 경우에는 1심 재판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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