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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F X 김동식] 에헴씨 1편

D포럼, 김동식 작가 신작 단독 연재

[SDF X 김동식] 에헴씨 1편
※SBS 보도본부는 지식나눔 사회공헌 프로젝트인 "SBS D 포럼(SDF)"의 연중 프로젝트 중 하나로, 김동식 작가와의 단독 단편소설 연재를 진행합니다.

SDF2018의 올해 주제는 "새로운 상식-개인이 바꾸는 세상".김동식 작가 본인이 이 주제에 부합하는 인물인 동시에 작품을 통해서도 같은 주제를 고민해온만큼, SDF는 11월 1일 오프라인 포럼 전까지 SBS 사이트를 통해 작품 10편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에헴' 씨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나타난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헛기침과 함께 나타난 그가 최초로 사건을 일으킨 곳은 아마, 어느 유명 시내의 노점상이었다.

그날, 떡볶이 노점상은 에헴 씨를 외국인 관광객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에헴 씨는 검은 갓을 쓰고 있었지만, 머리카락은 금발이었다. 새하얀 피부에 코가 크며 눈이 깊었지만, 검은 이방 수염을 달고 있었다. 키가 작고 어깨가 좁고 머리가 너무 커서 얼핏 외계인에 가까워 보이기도 했다. 입맛은 한국인지, 노점상에서 어묵 꼬치를 사 먹은 에헴 씨는 매우 만족했다.

" 에헴! 어묵이 참 맛있구나!"

에헴 씨는 당연하다는 듯한 반말로 가격을 물었고, 노점상은 대답했다.

" 두 개 만 원입니다."

그 순간, 에헴 씨의 새하얀 피부가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 뭐야?! 어묵 두 개에 만 원?! 이놈이 어디서 이런 바가지를 씌우려 드느냐! 에헴! 여봐라~! "

에헴 씨가 외치자마자, 어디서 나타난 것인지 모를 '에헴 군대'가 몰려왔다. 수백에 달하는 그들은 에헴 씨와 쌍둥이처럼 똑같이 생겼지만, 키가 머리 두 개는 컸다.

" 정당하게 장사할 때까지 장사는 못 할 줄 알 거라! 에헴!"

에헴 씨의 선언은 정말이었다. 에헴 군대는 거리의 노점상들을 모조리 둘러싸고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 당연히 경찰이 출동했지만, 에헴 군대를 끌어내는 건 불가능했다. 테이저건을 맞고도 그냥 가려워만 하는 이들을 어떻게 막겠는가.

노점상 주인들이 다시 장사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에헴 씨의 말을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 에헴! 바가지 씌우지 않고 합리적인 가격을 받겠느냐?"

노점상들은 그러겠다며 다시 장사를 시작할 수 있었지만, 예전처럼 정당하지 못한 장사는 불가능했다. 예컨대, 바가지라도 씌울라치면 어디선가 암행 에헴 어사가 나타났다.

" 이노옴! 감히 약속을 어기다니! 저놈을 매우 쳐라! 에헴!"

노점상들은 에헴 씨와의 약속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에헴 씨의 등장은 전국적으로 엄청난 충격이었다.

" 에헴 씨의 정체는 도대체 뭐야? 사람이야 괴물이야?"

" 어디서 저런 똑같이 생긴 것들이 나타난 거지? 손오공 머리털이야 백팔요괴야 뭐야 무슨?"

" 외계인 아닌가? 외계인 아니면 저게 말이 되나? "

수많은 추론이 있었지만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그래도 에헴 씨의 정체성은 금세 밝혀졌다. 에헴 씨가 여름 휴가지로 유명한 어느 계곡에서 나타났기 때문이다. 계곡에서 불법으로 자릿세 영업을 하는 식당들이 에헴 씨를 맞이해야 했다.

" 뭐야? 자릿세? 금수강산에 자릿세가 어디 있느냐! 이 계곡이 네 계곡이더냐? 네놈들에게는 땅도 아깝다! 에헴!"

에헴 씨가 헛기침을 하자마자, 식당들이 통째로 공중에 떠올라버렸다. 하늘 구경을 하게 된 가게 주인들은 기둥을 붙잡고 비명을 질러댔다. 그들을 향해 에헴 씨가 말했다.

" 에헴! 앞으로는 자릿세 타령하지 않고 정당하게 장사하겠느냐?"

" 아이고! 여름 한 철 장사하는 건데 한 번만 봐주십시오!"

" 여름 한 철? 남들 다 사계절 일하는데 왜 여름만 일하느냐? 이런 이런! 더 높이 올라가거라! 에헴!"
[SDF X 김동식] 에헴씨 1편

[김동식 작가의 다음 소설은 8월 9일 오전 11시 30분 업로드 됩니다.]

김동식 작가 연재 소설 모두 보기 → http://www.sdf.or.kr/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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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식 작가 소개 바로 가기 → http://www.sdf.or.kr/story/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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