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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라오스 댐 사고 취재를 마치며… - ③

끝나지 않은 고통…이재민들 사랑과 헌신으로 보듬어야

[취재파일] 라오스 댐 사고 취재를 마치며… - ③
라오스 댐 사고 취재 마지막 날, 이재민들이 머물고 있는 아타프주 사남사이 지역에 있는 임시 숙소에 다녀왔습니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시설은 열악했습니다. 유치원을 개조해 만든 숙소에는 한 방에 수십명씩 머물고 있었고, 방이 모자라 마당에 돗자리를 깔고 잠을 자는 이재민도 많았습니다.
(좌) 유치원을 개조해 만든 이재민 임시숙소 (우) 마당에 나온 이재민들
수몰마을에서 겨우 몸만 빠져나온 60대 여성은 흙탕물이 순식간에 마을을 덮쳐 그릇과 접시 등 생필품이 다 떠내려갔다며 평생 이런 일은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얘기했습니다. 그러면서 방이 부족해 잠자리가 가장 불편하고, 여성 전용 화장실이 없어서 멀리 다녀와야 한다며 불편을 호소했습니다. 임시 숙소 뒤편엔 임시 화장실을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었습니다. 하지만 콘크리트가 굳고 하려면 최소 일주일 이상 걸려야했습니다.
사남사이 이재민 임시 숙소 - 여성용 임시 화장실을 만드는 모습
임시 숙소도 열악했지만, 의료 환경은 차마 볼 수가 없었습니다. 사남사이 구립병원은 국공립병원임에도 우리 보건소 수준만도 못했습니다. 진료실을 입원실로 개조해 쓰고 있었는데, 그나마 심한 부상을 입은 환자만 간이침대 위에서 쉴 수 있었고, 입원실에 못 들어간 환자들은 뒷마당에 돗자리를 깔고 수액을 맞기도 했습니다.
사남사이 구립병원 - 병실이 모자라 마당에서 진료 받는 모습
수천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지만, 그들을 보듬는 의료진과 의약품은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이재민들은 주로 모기 매개 질병으로 급성 열성 질환인 말라리아와 뎅기열을 많이 앓았고, 설사와 복통 증상을 호소했습니다. 주변 위생상태가 좋지 않다보니 전염병이 창궐할 환경이 만들어진 겁니다.

이런 증상 외에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는 환자도 있었습니다. 홍수와 사고 등의 심각한 사건을 경험한 후 그 사건에 공포감을 느끼고 사건 후에도 계속 고통을 느끼는 증상으로 치료약도 부족했습니다. 이재민들은 갑자기 밀려든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며 하루하루 견뎌낼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습니다.

구립병원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의료진은 “의약품이 많이 부족하다. 한국 등 다른 나라에서 의약품을 보내줘도 행정절차 등으로 반입이 늦어지고, 주로 태국산 의약품을 이용해온 원주민들에게 한국 의약품을 설명해주는 것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습니다.
사남사이 구립병원 - 아이를 돌보는 의료진
때마침 의료팀 20명으로 구성된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가 지난달 30일 오후 수해지역에 도착해 진료를 시작했습니다. 환자를 분류하고 증상을 살피고 진료하는 모습에 이재민들도 고마워했습니다. 노동환 팀장은 "상처 입은 라오스 국민의 마음까지 어루만진다는 각오로 구호활동을 펼칠 것"이라며 "진료와 치료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의료진은 밥 먹을 시간도 없어서 틈나는 대로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기도 했습니다.
대한민국 라오스 긴급구호대 진료 모습
우리보다 모든 면에서 열악하지만 농사에 의존해 순박하게 살던 라오스 주민들. 이들은 우리 건설업체가 짓던 댐이 무너져 삶의 터전을 잃고, 목숨만 겨우 건졌습니다. 수몰마을이 복구될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이재민들에게 필요한 건 사랑과 헌신입니다. 물질적 지원과 함께 당장 거처를 마련해주는 일도 시급합니다. 사고 후 한두 달 지나면 잊혀지는 보여주기식 지원이 아닌, 이들이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곁에서 보듬어주고 보살펴주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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