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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 없이 다리 철거부터…먼 길 돌아가는 의왕 주민들

<앵커>

한 농촌 마을에서 주민들이 매일 건너던 다리가 무허가라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사라졌습니다. 대부분 고령인 주민들은 밭일 갈 때마다 먼 길을 돌아가야 하는데, 지자체는 이런 사정을 알면서도 다리를 철거하고 방치해왔습니다.

정다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기도 의왕시 북동쪽 농촌 마을에서 주민들이 개천을 가로지르는 철판 다리를 지나 밭일을 갑니다.

원래는 여기서 2백여 미터 떨어진 밭 근처에 비슷한 철판 다리가 있어 다니기가 수월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2010년 의왕시가 개천 폭을 넓히는 사업을 하면서 그 다리를 철거했습니다.

무허가 다리였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주민 : 하천 공사 안 할 때는 소도 다니고, 사람도 다니고 다리도 있었잖아요. 그런데 이런 거(공사) 한다고 다 떼어버리고 없어서. 어떻게 다녀.]

다리가 없어진 뒤 다른 사람의 사유지를 거쳐 밭을 오갔지만

[소구원/주민 : 개울로 해서 그냥 걸어 다닌 거예요. 그래서 작년, 재작년인가 제가 한 번 떠내려갔었어요. 비 오는데.]

2년 전 그 길마저 가로막혔고 하는 수 없이 다리가 있는 먼 길로 돌아가게 된 겁니다.

주민들이 오랫동안 써온 다리를 이렇게 대책 없이 없앤 의왕시는 특정 개인들만 쓰는 다리는 하천 재정비 사업 때 철거한 뒤 곧바로 새 다리를 만들어 줬습니다.

지난 2010년 의왕시에서 만든 다리입니다. 다리를 직접 건너가 봤더니 커다란 철문 하나가 나오는데, 철문은 굳게 잠겨 있어 더 이상 지나갈 수는 없는 상태입니다.

[주민 : 00대 前 총장님의 별장으로 쓰는 곳입니다. 너무나 다리가 촘촘하게 붙어 있어서 집집마다 하나씩 있는데 공공의 여러 사람이 쓸 수 있는 것이 돼야 하는데…]

의왕시는 합법적으로 지어진 다리여서 다시 만들어 줬다고 하는데, 합법 여부에 대한 판단 근거를 묻는 질문에는 명확히 답하지 못했습니다.

[의왕시 공무원 : (합법적이다 이건 어떻게 판단하는 거예요?) 차가 다니잖아요. 거기 진입로라. 어느 정도 갖춰진 다리였죠. (주민들이 쓰던 다리는) 구름다리식으로 사람만 다니고 엉성한…]

주민들의 간절한 요청에도 근거만 따지며 요지부동이던 의왕시는 최근 선거에서 시장이 바뀐 뒤 뚜렷한 이유는 설명하지 않은 채 새로 다리를 지어주기로 했습니다.

(영상취재 : 최대웅, 영상편집 : 오영택, CG : 김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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