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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동해안 때아닌 물난리…300㎜ 가까운 폭우에 도심 마비

강원 동해안 때아닌 물난리…300㎜ 가까운 폭우에 도심 마비
극심한 폭염 행진 속에 6일 강원 영동지역에서는 하룻밤 사이 300㎜에 가까운 비가 내려 피해가 속출했습니다.

전날까지만 해도 햇볕이 쨍쨍했던 동해안은 이날 새벽 시간당 93㎜라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강릉을 비롯해 동해안 곳곳이 물바다로 돌변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 강릉역·경포상가·속초주택가 곳곳 침수…피해 더 늘 듯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부터 이날 오후 4시까지 내린 비의 양은 속초 282.1㎜, 강릉 강문 277㎜, 속초 설악동 269.5㎜, 강릉 194.0㎜, 고성 현내 184.5㎜, 양양 177.5㎜, 미시령 114.5㎜, 동해 88.2㎜, 삼척 30.5㎜ 등입니다.

많은 비가 내리면서 KTX 강릉역 대합실은 신발이 잠길 정도로 물이 넘쳤습니다.

강릉역 KTX 직원들은 넉가래로 바닥에 고인 물을 빼내는 등 한바탕 소동이 빚어졌습니다.

이 때문에 KTX를 이용해 서울과 강릉으로 오가는 승객들이 월요일 새벽부터 큰 불편을 겪었습니다.

승객 김모(26·서울시)씨는 "동해안 여행을 마치고 귀가하려고 나왔더니 대합실 바닥이 물바다가 돼 깜짝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새벽 강릉 도심의 일부 도로는 주차된 차량의 바퀴가 절반가량 잠길 정도의 폭우가 쏟아져 통행이 통제되기도 했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쏟아지는 비를 뚫고 차를 끌고 나온 시민들은 출근길 골목에서부터 갑자기 등장한 황톳빛 흙탕물 웅덩이 앞에서 멈춰서야 했습니다.

동해안 최대 해수욕장인 경포해수욕장 인근의 진안상가 주변은 무릎까지 빠질 정도의 물이 차오르자 주민들이 출입문에 모래주머니를 쌓으며 안간힘을 쏟았습니다.

하지만 계속 불어나는 물길은 모래주머니를 넘어 상가 안까지 밀려들었고 주민들은 뜬눈으로 이 물을 퍼내고 또 퍼냈습니다.

폭우로 전기가 끊어진 횟집에서는 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속초 시내 주택가도 흙탕물로 넘쳐나 시민들이 물 퍼내기를 반복했으나 역부족이었습니다.

강원도에 따르면 현재까지 잠정집계된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는 속초 123건, 강릉 80건, 동해 11건, 양양 10건 등 모두 224건입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습니다.

대부분이 주택·상가·차량·도로 침수로 아직도 피해접수가 이어지고 있어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 기상청도 놓친 '기습 폭우'…"고온서풍·다습동풍 백두대간 충돌"

이번 기습 폭우는 기상청도 전날까지 미처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기상청은 지난 5일 오후까지 영동을 비롯한 도 전역에 5∼50㎜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물론 천둥·번개를 동반해 시간당 20㎜의 비가 내리는 곳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지만, 시간당 93㎜와 최고 280㎜의 물 폭탄은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강릉의 시간당 93㎜는 2002년 8월 31일 태풍 '루사' 당시 시간당 100.5㎜에 이은 역대 2위 기록입니다.

그렇다면 기상청도 예측하지 못한 폭우의 원인은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강원도는 백두대간을 기준으로 동쪽인 영동과 서쪽인 영서의 기후가 사뭇 다릅니다.

이번에도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대기 불안정에 의한 지형적 원인이라는 게 기상청의 분석입니다.

기상청은 펄펄 끓는 폭염이 몰고 온 고기압의 서풍과 많은 습기를 머금은 저기압의 동풍이 백두대간에서 충돌해 영동에 기록적인 폭우를 쏟았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고온 건조한 폭염 기류가 서쪽에서 백두대간으로, 바닷가에서 불어온 습기를 머금은 동풍도 백두대간으로 이동했습니다.

이 두 기류가 백두대간에서 충돌하면서 대기 불안정으로 강한 비구름대가 만들어지면서 이번 기록적인 폭우로 이어졌습니다.

결국, 서풍과 동풍의 충돌로 만들어진 강한 비구름은 백두대간을 넘지 못한 채 영동지역에 머물면서 강한 비를 집중적으로 쏟아냈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입니다.

기상청 관계자는 "대기 불안정으로 적지 않은 비를 뿌릴 것으로 예상은 했으나 이렇게까지 비구름대가 발달해 기습 폭우로 이어질 줄은 미처 예측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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