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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경찰이 뺑소니범 집 쓰레기 9t 수거한 사연

마산동부경찰서 이승수 경위 "열악한 환경에 피의자의 10대 형제들도 탈선할까 봐"

경남 경찰이 뺑소니범 집 쓰레기 9t 수거한 사연
▲ 뺑소니범 집 안에 쌓인 쓰레기

지난 6월 교통사고 뺑소니범을 잡으려 경남 창원시 한 주택을 찾은 마산동부경찰서 이승수(50) 경위는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집안 곳곳에 플라스틱 용기, 폐지, 가정용품 등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폐가가 아닌가 착각할 정도였다.

쓰레기로 발 디딜 틈조차 없었고 코를 찌르는 악취 탓에 한자리에 머무르는 것조차 고역이었다.

쪽방 세 칸에 부엌, 화장실 하나 딸린 초라한 집에 쓰레기가 쌓여 있으니 도저히 사람 사는 곳으로 보이지 않았다.

이 경위는 이미 신원까지 특정한 상황이라 피의자 A(20)씨를 순조롭게 검거했다.

A씨는 6월 창원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중 행인을 치어 숨지게 한 뒤 그대로 달아난 혐의다.

이 경위는 A씨를 붙잡았지만,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는 집안 상황을 모른 채 눈 감고 넘어갈 수는 없었다.

그는 마침 집에 있던 A씨 아버지에게 전후 사정을 캐물었다.

자식 셋과 함께 월세 20만원을 주며 이 집에 사는 A씨 아버지는 집 안에 있는 물품을 버리기 싫어 청소를 해주겠다는 창원시 권고마저 수차례 마다하던 상황이었다.

아직 10대인 A씨 동생 둘은 자퇴해 학교에 다니지 않는 상황에 집에서 지내기도 싫어해 밖으로 배회하기 일쑤였다.

이 경위는 "지금과 같은 열악한 환경을 방치하면 아이들이 A씨처럼 탈선할 수 있다"고 설득한 끝에 청소해도 좋다는 승낙을 받았다.

곧바로 행동에 착수한 그는 창원시 지원을 받아 직접 집 청소를 거들었다.

시 공무원 20여 명 등과 함께 지난달 17일 청소한 결과 4.5t 트럭 두 대 분량의 쓰레기가 나왔다.

또 벽지와 장판도 새것으로 바꾸기 위해 시공사에 교체를 요청했다.

A씨 동생들은 가정환경으로 인한 불안감 등을 치료하기 위해 전문가 심리상담도 받을 예정이다.

이 경위가 노력한 덕분에 이 집은 비로소 '최소한의 사람 사는 구색'을 갖춘 곳이 됐다.

A씨 가족들은 이 경위에게 '감사하다'며 고마운 마음을 수차례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위는 6일 "이처럼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으면 누구나 밖으로 겉돌 수밖에 없고 범죄 유혹에도 쉽게 빠진다"며 "A씨가 저지른 범행은 개인이 아닌 환경이 큰 요인이라는 생각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뺑소니 혐의로 구속한 A씨를 조만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연합뉴스/사진=마산동부경찰서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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