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점 치닫는 드루킹 특검 수사…경찰 수사 한계 딛고 '성과'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오는 6일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다고 밝히면서 특검 수사는 정점을 향해 치닫는 모습입니다.

이번 수사의 핵심은 결국 '드루킹' 김동원씨와 여권 유력 인사인 김 지사 간의 관계가 무엇인지를 규명하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4월 13일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김 지사의 이름이 경찰의 드루킹의 댓글조작 의혹 사건에서 처음으로 언급됐을 때만 해도 정치권에서는 김 지사가 운 나쁘게 '유탄'을 맞았다는 인식이 적지 않았습니다.

일종의 '정치 브로커'인 드루킹 일당이 체포·구속되는 등 궁지에 몰리자 인연이 있던 김 지사를 물고 늘어지는 게 아니냐는 것이었습니다.

김 지사도 자신의 연루 의혹을 강력히 부인했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에게 인터넷 기사 주소(URL)를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 김 지사의 최측근 보좌관이 드루킹 측에게 500만원을 수수한 사실이 드러나며 김 지사의 연루 의혹은 다시 커졌습니다.

하지만 경찰 수사는 지난 5월 김 지사를 참고인으로 한 차례 조사하는 데 그쳤습니다.

김 지사의 휴대전화 등에 대한 압수수색 역시 검찰 단계에서 영장이 기각됐습니다.

하지만 댓글조작 혐의로 구속된 드루킹은 '옥중 편지'를 통해 김 지사가 범행의 최종 책임자라고 주장했고, 결국 국회에서는 특별검사법을 통과시켰습니다.

법조계에서는 경찰 수사에서부터 특검이 출범하기까지 김 지사의 과거 통화기록이나 메신저 내역 등 많은 증거가 소실돼 특검이 수사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많았습니다.

특검도 이를 의식한 듯 6월 27일 수사를 개시한 이후부터 '물증' 확보에 주력했고, 경찰이 훑고 간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와 드루킹 일당의 '비밀 창고' 등에서 휴대전화, 유심칩 등을 무더기로 발견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특히 지난달 18일 드루킹으로부터 모든 댓글조작 내역과 김 지사와 나눈 보안 메신저 '시그널' 전문 등이 담긴 이동식저장장치(USB)를 제출받은 것은 이번 수사의 가장 큰 변곡점이었습니다.

USB 자료와 드루킹 일당의 일관된 진술, 김 지사 운전사의 카드 사용 내역 등을 바탕으로 특검은 김 지사가 2016년 11월 댓글조작 시스템 '킹크랩' 시연을 참관하고 킹크랩 운용을 승인했다고 판단, 그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습니다.

또 김 지사가 드루킹에게 6·13 지방선거를 도와달라고 요청하고 그 대가를 제시한 의혹도 새롭게 인지해 혐의 사실에 추가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앞서 경찰이 실패한 김 지사에 대한 전방위 압수수색을 벌인 끝에 휴대전화 등을 확보하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특검은 김 지사가 드루킹에게 지난 대선 당시 재벌개혁 공약 등에 대해 정책적 의견을 달라고 요청한 메신저 내역도 확보했습니다.

이는 "드루킹은 단순 지지자 중 한 명에 불과하다"는 김 지사 측의 그간 주장과 배치되는 정황입니다.

김 지사와 드루킹의 관계를 유추해 볼 수 있는 정황 증거의 규모는 경찰 수사단계와 확연히 구별될 정도로 커진 상태입니다.

하지만 김 지사는 특검이 제기하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6일 특검 조사에서는 양측의 치열한 진실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오는 25일 1차 수사 기간 60일을 마감하는 특검은 김 지사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한 뒤 드루킹과 그를 이어준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에 대해서도 조사를 시도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또 드루킹이 오사카 총영사로 인사 청탁한 도모 변호사를 실제 접촉한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 역시 특검 수사가 마무리되기 전에 조사를 받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지난 3월 드루킹의 또 다른 측근 윤모 변호사에게 아리랑TV 비상임이사직을 제안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특검이 사실 규명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습니다.

당시는 드루킹이 김 지사에게 인사청탁을 받아줄 것을 집요하게 요구하던 때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인사청탁에 시달리던 김 지사의 사정을 알게 된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이 드루킹 측에 아리랑TV 이사직을 역제안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기도 합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