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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 숲에 갇힌 열기…서울 111년 만에 '가장 더운 밤'

<앵커>

어제(1일) 서울 낮 기온이 111년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높았는데 이 불볕더위가 이어지면서 서울에서도 밤사이 기온이 30도를 넘는 초열대야 현상이 처음으로 나타났습니다. 어제 41도로 우리나라 역대 최고 기록을 기록했던 홍천은 오늘 아침 25.4도까지 떨어진 반면 서울의 아침 기온은 30.3도로 오히려 홍천보다 5도 정도 더웠습니다. 해가 완전히 진 뒤에도 이렇게 서울이 뜨거웠던 건 대도시가 만든 이른바 '열섬 현상' 때문입니다.

박재현 기자입니다.

<기자>

도시를 달구던 태양이 사라지고 어둠이 찾아왔습니다.

서울 남산엔 혹독한 도심의 열기를 피하려는 시민들로 붐볐습니다.

[이성준/서울 중구 : 오늘 너무 날씨가 더워서, 요즘 계속 찜통이잖아요. 도저히 집에서 견딜 수가 없어서….]

밤 9시, 열화상 카메라로 주택 밀집 지역을 보니 여전히 타는 듯한 붉은색. 열화상 카메라는 온도가 높을수록 붉은색 낮을수록 푸른색으로 표시되는데, 붉게 나타난 곳의 온도는 33도에 육박합니다.

온종일 폭염에 달궈진 건물과 아스팔트의 열기가 빌딩 숲에 갇혀 밤이 됐는데도 온도가 떨어지지 않는 겁니다.

자정이 다 된 시간 한강공원엔 그나마 좀 나은 밤 바람을 더 쐬고 가려고 귀가를 미룬 시민이 많았습니다.

멀리 가지 못하는 사람들은 삼삼오오 동네 골목길에 모였습니다.

아예 집에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아 야외 취침을 택한 이도 있습니다.

홈런 한 방에 더위를 날리려고 찾은 야구장. 열심히 뛰는 선수도, 바짝 붙어 앉은 관객들도 땀범벅이 됐습니다.

미니 선풍기는 필수, 얼음주머니와 냉방 패치까지 등장했습니다.

[최혜연/서울 송파구 : 사우나에 있는 것 같아요. 정말 너무 더워요. 집에 가고 싶어요.]

주민들 보행에 불편을 주지 않기 위해 밤에 공사를 해야 하는 노동자들. 밤이라고 나을 것도 없어서 공사 장비 열기까지 더해져 섭씨 33도의 고온을 견뎌야 했습니다.

[김종석/상수도 공사 현장반장 : 태어나서 제일 더운 날씨 같아요. (체감온도는) 한 60~70도 정도 된다고 봅니다.]

111년 만의 초열대야가 덮친 서울은 잠 못 드는 8월의 첫날밤을 보냈습니다.

(영상취재 : 신동환·김태훈, 영상편집 : 박기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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