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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라오스 댐 사고 현장 취재기 - ②

무너진 보조댐 현장 가보니…처참한 흔적만 남아

송인호 기자 songster@sbs.co.kr

작성 2018.08.03 10:3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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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라오스 댐 사고 현장 취재기 - ②

취재팀이 라오스에 급파된 건 침수 피해를 입은 이재민 취재를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무너진 댐에 접근해 댐 붕괴 원인이 인재인지 자연재해인지 취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언론사가 댐이 무너진 원인을 밝히기는 쉽지 않지만, 현장에 답이 있을 것이라는 추론 아래 사고 댐 촬영을 계획했습니다. 하지만, 사고 댐 접근은 불가능했습니다. 댐에 접근하는 유일한 도로가 폭우에 망가지고 물에 잠긴데다, 군 당국이 접근 자체를 차단했기 때문입니다. 댐 사고가 난지 닷새 만에 시공사인 SK건설 측으로부터 한국 취재진에 댐 사고 현장을 공개한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SK건설 측도 댐을 공개하지 않는 한 한국 취재진이 물러서지 않을 것이란 점을 인식했던 겁니다. SK관계자는 라오스 당국과 협의 끝에 무너진 댐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무너진 보조댐은 'Saddle D'라고 부르는데,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 댐의 5개 보조댐 중의 하나입니다. 아래 댐 지도를 보면 보조댐 위치가 나와 있는데, 'Saddle D' 보조댐이 23일 무너지면서 하류의 13개 마을이 물에 잠겼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해발 786m에 위치한 보조댐을 막아 낙차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방식입니다.
라오스댐 사고현장이 보조댐에 SBS를 비롯한 한국 취재진이 28일 접근을 시도했습니다. 폭우가 멈추긴 했지만, 현장 접근은 쉽지 않았습니다. 울퉁불퉁한 비포장 산길 도로인 데다, 물에 잠긴 구간도 나타났습니다. 취재진은 밴을 타고 갔는데, 바퀴가 진흙에 빠져 20분가량 이동이 지연되기도 했습니다. 다른 방송사 취재 차량은 엔진에 과부하가 걸려 멈추기도 하고, 또 다른 방송사 차량은 길을 잃어 현장에 1시간이나 늦게 도착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사고 댐 접근이 쉽지 않았습니다.
(좌) 엔진 과부하로 멈춘 차량 (우) 물에 잠긴 도로를 건너는 모습취재진이 머물고 있는 숙소로부터 40km 가량 떨어진 사고 현장은 당초 2시간 정도 예상했지만, 산길이 험난해 30분가량이나 더 지체돼 정오가 다 돼서야 겨우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현장은 처참했습니다. 댐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무너진 물막이 둑이 유실된 채 깊은 골짜기가 드러났습니다. 그 골짜기 사이를 많은 양의 물이 유유히 흐르고 있었습니다.
라오스댐 사고현장길이 770m, 높이 25m의 보조댐은 중간이 뻥 뚫린 채 가장자리 부분만 남았습니다. SK건설 관계자는 절반가량 유실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지만, 취재진이 확인한 바로는 대부분이 유실됐다고 보는 것이 맞을 듯 싶습니다. '이곳이 댐이었구나' 정도를 알 수 있는 표지석과 콘크리트로 포장한 둑방길(둑 위에 만든 도로) 일부가 남아 있었습니다. 아래 사진을 보면 콘크리트 둑방길이 무너져 내린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라오스댐 사고현장무너질 당시 상황이 떠올랐습니다. 어마어마한 양의 물을 가둔 보조댐이 무너지기 며칠 전부터 균열이 가기 시작해 댐이 완전히 무너진 23일 5억톤 가량의 물이 계곡을 타고 흘러내려 13개 마을을 덮친 겁니다. SK건설 측은 댐이 무너지기 하루 전날인 22일 438mm의 폭우가 쏟아졌고, 무너진 당일에도 100mm넘는 비가 왔다며 기록적 폭우가 유실의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라오스댐 사고현장반면, 라오스 당국은 부실공사 쪽에 무게를 두고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라오스 일간지 비엔티안 타임스 보도를 보면 사고조사위원회가 "홍수의 원인은 댐 균열에 있다"고 못 박았습니다. 폭우에 따른 자연재해가 아니라는 겁니다. 따라서 수몰지역 이재민들의 보상도 자연재해 기준이 아니라 부실공사로 인한 보상 책임을 한국과 태국 등 댐 관련 국가들에게 돌릴 것임을 예고했습니다. 라오스 당국의 이런 방침에 대해 아직 SK건설과 한국서부발전, 태국 감리회사 등은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관련 회사들이 부실공사로 인한 인재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좀 더 과학적이고 명확한 근거가 나와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댐 시공을 맡은 SK건설 측도 당분간은 이재민 구호와 임시 숙소 건설에 온 힘을 쏟겠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라오스댐 사고현장인간이 만든 구조물이 자연의 힘에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댐 건설에 참여한 한국 업체들이 책임을 면할 길은 없어 보입니다. 자연재해냐 인재냐를 규명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사랑하는 가족과 삶의 터전을 잃고 피난소에서 생활하는 이재민들을 보듬고 속히 이들에게 보금자리를 마련해주어야 합니다. 이번 댐 사고 수습은 관련된 한국 업체들뿐만 아니라 한국 정부도 발 벗고 나서야 합니다. 우리 정부가 의료진과 구호품 등을 신속히 보낸 것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당연한 일입니다. 수몰마을 복구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진흙이 두껍게 쌓였기 때문입니다. 중장비와 전문 건설 인력이 부족한 라오스 정부에 좀 더 많은 지원이 뒤따르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