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가구 등을 매입해 임대로 공급하는 '매입임대'의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물량 확보가 여의치 않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입 대상에서 배제했던 화재 취약 주택을 다시 구하고 나서 논란이 예상됩니다.
LH는 건물 외벽에 화재안전 보완 시공을 하고 나서 매입한다는 방침이지만 건물 전체가 아니라 1층에만 보강 시공을 하기로 해 화재안전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2일 국토교통부와 LH 등에 따르면 LH는 최근 이같은 내용의 매입임대주택 매입 활성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매입임대는 기존 다가구·다세대 주택을 LH 등이 사들여 임대로 내놓는 주택으로, 택지를 조성해 공급하는 행복주택 등 건설임대와 달리 기존 건물을 활용할 수 있어 수도권의 양호한 입지에도 임대를 공급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는 매입임대 공급 목표를 계속 높이고 있습니다.
국토부는 작년 11월 주거복지로드맵을 발표할 때는 2022년까지 매입임대를 7만5천 호 확보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가 지난달 청년·신혼부부 지원 대책에서 11만 호로 3만5천 호 늘렸습니다.
하지만 집주인과 흥정을 통해 주택을 사들여야 하는 매입임대의 특성상 주택 확보가 쉽지 않습니다.
LH의 올해 매입임대 확보 목표는 1만540호인데 6월 현재 확보한 것은 3천522호(33%)밖에 되지 않습니다.
가뜩이나 집 구하기가 쉽지 않은데, LH는 올해 2월 드라이비트 공법이 적용된 다가구 등은 매입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습니다.
드라이비트는 외벽 시공을 할 때 스티로폼을 넣고 바깥면을 시멘트를 바르는 공법으로, 일반 스티로폼이 적용되면 화재 시 불에 타면서 유독가스를 풍겨 피해를 키웁니다 이들 주택이 배제된 것은 작년 제천 화재 참사 등을 계기로 드라이비트 공법 주택의 화재 위험성이 부각됐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LH가 매입주택 8만2천793호에 대한 전수조사를 한 결과 3만63호가 드라이비트 공법 주택인 것으로 나타나 이미 매입한 주택을 어떻게 해야 할지가 문제로 대두했습니다.
LH는 한 달도 안 된 3월 드라이비트 공법이긴 해도 내장재가 준불연이나 불연재가 적용된 경우 매입하기로 방침을 수정했습니다.
그러다 다시 일반 스티로폼이 적용된 드라이비트 공법 주택이라 해도 화재안전 보완 공사를 하면 매입하기로 방향을 완전히 튼 것입니다.
LH는 화재안전에 특히 취약한 1층과 필로티 구조의 외벽을 불연재로 시공하면 매입 대상으로 다시 넣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불이 1층보다 높은 곳에서 난다면 보강 공사도 무용지물입니다.
LH 관계자는 "외벽 전체에 보강 시공을 하게 하면 부담이 너무 커서 현실적인 안을 선택한 것"이라며 "1층에서 주차된 차량이나 담뱃불 등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할 위험이 있는 만큼 1층까지 보강 시공하면 매입하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LH는 이미 매입한 주택 중 드라이비트 공법이 적용된 3만여 호에 대해서도 1층까지 불연 단열재로 보강 공사를 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