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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공영방송 사장 내정자 의회에서 '퇴짜'…포퓰리즘 정권 타격

지난 6월 1일 첫발을 뗀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권이 출범 후 처음으로 의회 투표에서 고배를 마시며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탈리아 의회 산하 RAI 감독위원회는 1일 정부가 최근 공영방송 RAI의 사장으로 지명한 마르첼로 포아(54)의 임명안을 표결에 부쳐 부결시켰다.

이날 표결에서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정당 '전진이탈리아'(FI), 중도좌파 민주당(PD), 좌파 정당 자유와평등(LEU)이 죄다 기권한 탓에 포아 내정자는 의결 정족수인 27표에 훨씬 못 미치는 22표의 찬성표를 얻는 데 그쳤다.

야당은 포퓰리즘 정부의 실세인 마테오 살비니 내무장관 겸 극우정당 '동맹' 대표의 최측근으로, 친(親)러시아, 반(反)유럽연합(EU) 성향을 지닌 그가 이탈리아 사회에서 영향력이 가장 큰 공영방송의 수장을 맡는 것에 우려를 표명해왔다.

이탈리아 언론단체도 그가 RAI 사장을 맡는 것은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 일가가 소유한 우파 신문 '일 조르날레'의 기자로 20여 년 간 활동해온 포아는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에 대한 쿠데타 음모 등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가짜 뉴스를 자주 공유하고, 동성연애자들에 대해 공개적으로 적대감을 드러내는 등의 행보로도 논란을 빚어왔다.

한편, 정부 출범 후 의회에서 처음으로 주요 사안에 대한 표결이 부결돼 정치적인 타격을 입게 된 집권 오성운동의 잔루이지 파라고네 의원은 "우리는 RAI를 변화시키고자 했으나, 야당이 거부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반체제 정당으로 창당 9년 만에 집권에 성공한 오성운동은 수십 년 동안 기득권 세력이 지배해온 RAI의 개혁과 내부 구성원 물갈이를 벼르고 있다.

오랫동안 협력 관계를 유지해온 FI의 배신으로 일격을 당한 '동맹'도 성명을 내고 "민주당과 FI 연합이 변화에 제동을 걸고 있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동맹과 FI는 지난 3월 실시된 총선을 앞두고 우파연합을 결성해 공동으로 선거를 치르는 등 그동안 공조 관계를 이어왔으나, 총선 이후 동맹이 오성운동과 손잡고 공동 정부를 구성한 것을 계기로 양측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모양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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