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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는 땡볕 · 숙소는 찜통…사각지대 놓인 외국인 노동자

<앵커>

폭염 때문에 건설 현장도 멈춰 섰다는 소식 앞서 전해드렸는데 농촌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생명의 위협까지 받고 있습니다.

더위 속에 힘들게 일하면서 제대로 쉬지도 못하는 현장을 원종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기도 이천의 한 농촌입니다. 한낮에도 농사일이 한창입니다.

비닐하우스 안에서 씨 뿌리고 김매는 사람들 대부분이 외국인 노동자들입니다.

폭염 특보가 내려지면 건설 현장뿐 아니라 농촌에서도 일을 금지하라고 정부는 권고하지만 먼 나라 이야기입니다.

[외국인 농업 노동자 : (더운데 일 똑같이 해요, 평소랑?) 네 똑같이 해요.]

지난주 충북 괴산에서는 담배밭에서 일하던 베트남 노동자가 숨지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외국인 농업 노동자 : 일하다가 쓰러졌어요, 세 시쯤에. 좀 쉬었다가 30분 쉬었다가 또다시 일해요. 그래서 많이 힘들어요.]

경기 이천의 한 외국인 노동자 숙소입니다.

비닐하우스 가건물 형태로 돼 있는데요, 안에 들어가 보면 냉방 시설이 없다 보니 실내 온도가 36도를 넘어갑니다.

10시간 넘게 일한 뒤에도 더위와 전쟁은 계속됩니다. 컨테이너로 만들어진 숙소는 그야말로 찜통이고, 선풍기조차 없는 곳도 있어서 금방 비 오듯 땀이 쏟아집니다.

덥고 비좁은 공간에 취사 시설과 화장실까지 함께 있다 보니 악취에 해충까지 들끓습니다.

[외국인 농업 노동자 : 너무 더워요. 잠 못 자요. 밤에도 잠 못 자요. 선풍기도 안 주고, 에어컨도 안 주고. 에어컨 주면 돈을 월급으로 빼야 해요.]

[김이찬/인권단체 '지구인의 정류장' 대표 : 이 주거 문제에 대한 관점이 없기 때문에 이렇게 맺어진 근로계약서들이 있어요. 그냥 (숙소비) 30만 원이야 하고 그냥 노동자에게 서명을 하게 해요.]

농장주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폭염 때문에 작황도 나빠서 노동 환경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다고 말합니다.

[농장 주인 : 작물이 다 타 죽어서 큰 문제예요. 그래서 제가 지금 대책이 없습니다. (환경 개선은) 불가능하죠. 돈이 어딨어요.]

농업, 축산업 같은 1차 산업 노동자는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에서 빠져 있습니다.

때문에 휴식도 없는 장시간 노동을 규제하기 어려워 2만 7천 명 넘는 외국인 농업 노동자들이 폭염 대책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습니다.

(영상편집 : 오영택, VJ : 이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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