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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故 노회찬 의원의 죽음과 드루킹 특검팀의 행보

[취재파일] 故 노회찬 의원의 죽음과 드루킹 특검팀의 행보
故 노회찬 의원의 영결식이 지난주 금요일 엄수됐다. 생전에 소탈하고, 서민의 편에 서서 권력에 맞섰던 고인이기에,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안타깝고 애통하게 지켜본 사람들이 적지 않다. 전국에 걸쳐 7만 명이 넘는 추모객이 운집한 것은 우리 사회가, 그리고 우리 국민들이 고인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고인의 죽음과 관련해 그가 몸담았던 정의당 측은 특검의 표적 수사를 비판했다. 드루킹 일당의 댓글조작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출범한 특검이 본류가 아닌 노 의원의 불법 자금 수수 의혹에 집중적으로 칼을 겨눈 결과, 고인의 사망이라는 안타까운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 특검의 故 노회찬 의원 수사는 '표적 수사'였나?

'표적 수사'란 특정인을 겨냥해 먼지털이식 수사를 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혐의에 대한 수사가 아닌 특정인의 기소를 목표로 혐의를 찾아가는 행태 말이다. 이런 정의에 근거할 때 '표적 수사'라는 정의당의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특검이 검·경으로부터 이첩 받은 자료 중에는 2016년 노 의원에 대한 드루킹 일당의 불법 정치자금 제공 의혹에 대한 수사 자료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2016년 4월 7일, 경기도 선거관리위원회는 드루킹이 이끌던 경제적 공진화 모임, 일명 경공모 회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의 제보를 받고 경기 파주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제보는 드루킹 일당이 노회찬 당시 국회의원 후보자에게 정치자금을 건넸다는 취지의 내용이었다.

검찰의 지휘를 받으며 수사에 착수한 파주경찰서는 노 후보 측에 돈을 건넸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SNS 메시지 등을 확보했지만, 실제 돈이 건네진 단서는 확인하지 못하고 무혐의 처리했다. 특검은 당시 수사 자료를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단서를 포착하고 노 의원에 대한 수사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과정은 종합해 볼 때, 특검의 수사가 노 의원에 대한 '표적 수사'라고 보기는 힘들다.
드루킹 노회찬
● 특검팀의 수사 행보는 출범 취지에 부합했나?

하지만, 특검팀의 수사 과정을 반추해 보면 석연찮은 점은 있다. 특검팀이 특검 출범의 취지에 부합하는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 의혹이라는 본류 수사에 중점을 둬 왔는지, 아니면 지류라고 할 수 있는 노 의원에 대한 수사에 초기부터 치중해 왔었느냐 하는 점에서다.

특검이 공식 수사를 개시한 6월 27일. 허익범 특별검사는 기자간담회에서 "수사 기록을 서로 통합하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유의미한 자료가 나왔다"고 말했다. 특검의 공식 명칭 자체가 '드루킹 일당의 인터넷 상의 댓글 조작 의혹'으로 시작되는 만큼, 허 특검이 밝힌 '유의미한 자료'는 댓글 조작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게 대부분의 예상이었다.

예상이 바뀌기 시작한 건 불과 며칠 후다. 검찰이 기소한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과 관련한 결심 공판이 예정된 7월 4일. 이 날을 전후로 특검 측에 추가 기소를 할 것인지, 드루킹 일당에 집행유예로 풀려나게 될 경우 대비책은 있는 것인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쇄도했다. 당시 드루킹 일당은 이틀 동안 180만 번 정도의 댓글 '공감/비공감' 조작 혐의만으로 재판을 받고 있었는데, 그 정도라면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로 풀려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법조계의 일반적인 관측이었다. 기자들의 질문은 '불구속 수사'라는 원칙론과는 별개로, 드루킹 일당이 풀려날 경우 소환 불응 등의 이유로 수사에 지장이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 때문이었다.

특검 측의 반응은 의외였다. 앞서 검찰은 드루킹 일당의 재판 연기를 위해 법원에 의견서을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드루킹 일당의 구속 기간을 연장해 특검 수사에 도움이 되게 하기 위한 검찰의 배려였다. 하지만, 이를 거절했던 특검은 당시 진행 중이던 재판은 특검이 관여할 부분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특검은 검찰 측에 추가 기소할 부분이 있으면 검찰이 진행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검팀, 드루킹 체포 직전 숨긴 USB 확보 분석 착수
● "특검의 수사 대상은 댓글 조작만이 아니다"

SBS 보도로 알려졌지만, 당시 특검은 드루킹 일당이 2016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기사 7만 5천여 개, 댓글 117만 건에 대해서 8,650만 번의 '공감/비공감' 조작을 했다는 경찰의 수사 자료를 확보하고 있었다. 해당 수사 자료는 검찰도 확보하고 있었는데, 특검이 검찰에 추가 기소를 요구한 것은 해당 기간 동안, 해당 범위에 대한 수사를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었다.

특검 측은 "검찰이 추가 기소를 하게 되면, 특검은 본류인 댓글 조작은 사실상 수사 할 것이 없게 되는 것 아니냐", "댓글 조작과 관련된 기소는 특검이 하는 것이 맞지 않냐"는 질문에 "이중 기소는 없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그러면서 "특검의 수사 대상은 댓글 조작만 있는 것이 아니다"는 말을 덧붙였다.

돌이켜 보면, 이 말은 당시 특검이 노회찬 의원에 대한 정치자금 수사에 사실상 올인하고 있음을 실토한 것이었다. 또, 허익범 특검이 언급한 '유의미한 자료'는 댓글 조작이 아닌 노 의원에 대한 정치자금과 관련된 것이었음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했다.

이런 발언 전후 특검은 노 의원에 대한 정치 자금 수사를 본격화했고, 관련 보도가 이어지기 시작했다. 다른 부분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식으로 소극적으로 언론에 대응한 특검은 노 의원 관련 부분에 대해서는 '특정 정치인'이라는 용어를 써 가며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대응을 보였다. 특검 안팎에서는 '드루킹 특검'이 아니라 '노회찬 특검' 아니냐는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특검이 성과를 내기 위해 상대적으로 쉬우면서 약한 고리인 노 의원의 정치자금 수수의혹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 특검은 성과를 위해 故 노 의원 수사에 공을 들였나?

특검이 첫 강제신병 확보를 시도한 것도 노회찬 의원의 정치자금 관련 건이었다. 특검은 지난 7월 18일, 드루킹 김 모 씨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도 모 변호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노 의원과 고교 동창인 도 변호사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이 적용됐다. 노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하는데 깊숙이 개입했다는 이유에서였다.

특검이 청구한 영장을 법원은 기각했고,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노 의원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노 의원이 숨진 당일 특검 측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오전 동안 수사 관련 언급을 삼갔던 특검 측은 오후에 정치자금 공여자에 대한 수사는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금전을 매개로 노 의원의 발목을 잡거나 대가를 요구한 의혹에 대해 최선을 다해 진상을 규명할 것이고, 그것이 고인의 유지를 받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노회찬 의원 관련 수사에 수사력을 집중 투입하며 수사 기간의 절반을 보낸 만큼, 노 의원에 사망에도 불구하고 특검은 수사를 계속해 나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이 말이 실현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설혹 드루킹 일당이 노 의원 측을 협박 하거나 대가를 요구했다고 해도, 협박을 받았거나 대가를 요구받은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드루킹 일당이 순순히 자백을 할까. 상식선에서 가능한 예측이다.

● 뒤늦은 기소와 신병확보…특검은 본류 수사의 성과를 낼 수 있을까?
허익범 특검
허익범 특검팀이 댓글 조작이라는 수사 본류보다는 노 의원에 대한 정치자금 수사라는 지류에 치중해 왔다는 건 지나친 억측일까. 이건 댓글 조작 본류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와 비교해 판단할 수 있다.

'드루킹의 인터넷상 불법 댓글조작 사건과 관련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측이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에 대해 처음 기소를 한 것은 7월 20일이었다. 검찰이 기소한 드루킹 일당의 1심 선고를 불과 5일 앞둔 시점이었다. 그리고 사망 다음 날인 지난 24일, 특검은 드루킹의 측근인 '초뽀' 김 모씨와 '트렐로' 강 모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해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았다. 언론은 이제야 특검의 '본류 수사'가 본 궤도에 올랐다는 평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늦어도 너무 늦은 조치였다. 앞서 살펴봤듯, 특검은 드루킹 일당의 8천 6백만 번이 넘는 댓글 조작에 대한 경찰의 수사 자료를 6월에 이미 확보하고 있었다. 이 중 혐의를 확정해 일부라도 7월 20일이 아닌 훨씬 앞선 시점에 기소하고 수사를 확대했어야 했다.

'초뽀' 등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도 늦어도 너무 늦었다. '초뽀'는 경찰의 압수수색 당시 증거 인멸을 시도하기도 했고, '초뽀'에게 압수한 USB에는 드루킹 일당의 활동 내역을 정리한 '백서'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 '트렐로' 강 모씨는 아마존 서버에 매크로 댓글 조작 프로그램인 일명 '킹크랩' 구축을 직접 이행한 인물로, 댓글 조작 의혹 규명을 위한 핵심 당사자다.

SBS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도 '초뽀'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려 했다. 특검 출범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반려됐지만, 검·경의 수사 자료 전부를 넘겨 받은 특검도 이들의 구속 필요성은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특검 측이 이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수사 기간이 절반 가까이 지난 24일, 노 의원 사망 바로 다음 날이었다. 검·경의 부실 수사를 직간접적으로 비판해 온 특검이지만, 특검도 수사 기간의 절반이 훌쩍 지난 31일 현재, 의혹 규명을 위한 핵심 열쇠인 김경수 도지사의 핸드폰 등을 아직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노 의원의 죽음과 특검의 행보에 대해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이런 평가를 내놨다. "특검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 규명이 어려운 김경수 도지사의 댓글 조작 관여 여부보다는 상대적으로 손쉬운 노 의원에 대한 정치자금 수사에 치중했던 것으로 보인다. 본류가 아닌 지류를 통해 성과를 내려 했던 것이다. 수사 결과 보고 작성 기간을 제외하면 수사 기간은 20여일 정도 밖에 남지 않았는데, 지류 수사에 치중했던 특검이 본류 수사에서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 예측이 부디 실현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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