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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ATM기?…"유동성 커 위기 시 자본유출 불가피"

미국 금리 인상, 달러 강세, 고유가 등으로 한국이 외환 부족 위기를 맞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국내 금융시장의 높은 유동성과 개방성 때문에 대외 충격이 생기면 일시적인 자본유출이 빚어져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는 현상은 개선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LG경제연구원 이창선 수석연구위원, 최문박 책임연구원, 박성준 선임연구원의 '신흥국 위기 가능성 및 우리나라의 차별화 여부 진단'이라는 보고서는 "우리나라 금융시장이 대외 충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투자위험보다 신흥국 중 우리나라 금융시장이 유동성, 개방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외국인 투자자에게 우리나라 금융시장은 유사시 빠르게 현금화하기 쉬운 현금지급기(ATM) 역할을 하는 셈"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경제규모가 큰 26개 신흥국 가운데 페루, 베트남, 칠레, 중국, 태국, 타이완 등과 함께 외환위기 저위험국에 속합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는 5.1%, 외환보유액 대비 만기가 1년 미만인 단기외채는 29.8%로 외환 건전성이 비교적 높아서입니다.

보고서는 "외부충격 발생 시 외국인 자금 이탈, 주가·통화가치 하락을 경험하긴 하지만 대외 충격이 가라앉고 나면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르게 재유입되며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지난달 중순 미중 무역분쟁이 불거진 이후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출 강도, 주가 하락 폭이 커지고 원화 가치는 급락했습니다.

다른 신흥국에 비해 주식시장, 외환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평가입니다.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다른 신흥국보다 월등하게 높은데도 이 같은 현상은 이례적입니다.

보고서는 "주된 이유는 미중 무역분쟁 여파가 직간접적으로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라며 "미중 무역분쟁 이후 한중 금융시장 간 동조화 현상도 높아졌다"고 지적했습니다.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위안화 가치 변화의 상관계수는 6월 1일 이후 0.68에 달했습니다.

2010년 7월 이후 원화·위안화 가치 변화율의 평균 상관관계(0.28)보다 크게 상승했습니다.

다만 낮은 부도리스크, 통화정책의 자율성 측면에서 한국이 다른 신흥국과 차별화하고 있습니다.

국채에 대한 부도 위험을 반영하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의 상승 폭은 다른 신흥국보다 낮았습니다.

환율 급등 우려나 환율 상승에 따른 물가 불안 때문에 아르헨티나, 터키, 인도, 인도네시아 등이 미국을 따라 금리를 올렸지만 한국은 미국이 금리를 올린 후에도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았습니다.

보고서는 "미국의 정책금리가 3% 수준으로 오르고 미국·글로벌 경제 성장세가 둔화하는 내년이 신흥국의 어려움이 가장 커지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어 "글로벌 충격이 발생해 위험자산 기피 현상이 확산하면 우리나라도 신흥국 평균 수준의 주가, 통화가치 하락 등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우리가 위기를 맞지 않더라도 위기에 빠지는 신흥국이 늘어나면서 세계 경제가 위축, 경기가 둔화할 가능성도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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