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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트 타면서 정치할 수 있다"…'결석왕' 이탈리아 의원, 여론의 뭇매

국내외 요트 대회를 석권한 유명 요트선수 출신 의원이 결석률이 96%에 달할 정도로 의정 활동을 등한시 한 채 본업인 요트에 몰두하는 행보로 논란을 빚고 있습니다.

24일(현지시간) 일간 일 메사제로 등 언론에 따르면 현지의 온라인 의정활동 감시 사이트는 유명 요트 선수 출신인 안드레아 무라(53) 의원이 지난 3월 하원에 입성한 이래 총 220차례의 표결 가운데 고작 8번만 출석, 96%의 결석률을 기록했다고 폭로했습니다.

3월 총선에서 집권 오성운동 소속으로 사르데냐 섬 칼리아리에서 출사표를 낸 그는 중도우파 전진이탈리아(FI)의 중진인 우고 카펠라치 전 사르데냐 주지사 등 쟁쟁한 기성 정치인을 누르고 당선됐습니다.

무라의 불성실한 의정 활동이 드러나자 야당과 유권자 단체에서는 그를 '결석대장'으로 부르며 조롱하고 있습니다.

그에게 밀려 고배를 마신 카펠라치 전 주지사도 "결석이 그리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세비를 포기할 것 같지는 않다"고 꼬집었습니다.

논란의 중심에 선 무라 의원은 그러나 사르데냐 지역 일간 라 누오바 사르데냐와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활동은 의회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 배에서도 정치를 할 수 있다"고 말하며, 주변의 비판을 가볍게 일축했습니다.

그는 오는 11월 열리는 요트 대회 '럼 루트' 참가를 위해 고향인 사르데냐에서 연습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4년마다 열리는 이 대회에서 참가자들은 프랑스에서 카리브 해까지 요트 실력을 겨룹니다.

2010년 '올해의 이탈리아 요트 선수'로 선정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선수이자 확고한 환경보호 활동가이기도 한 그는 "내 역할은 의정 활동을 하기 보다는 플라스틱으로부터 바다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당에 항상 이야기해 왔다"고도 강조했습니다.

그는 "대회에 나가 250만 명의 관중과 9천만 대의 카메라 앞에서 '플라스틱으로부터 바다를 보호하자'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이어 하원에서 오성운동과 오성운동의 연정 파트너인 극우정당 '동맹'이 압도적인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표결 참석 여부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총 630석의 하원에서 오성운동과 동맹의 합계 의석은 과반을 넉넉히 웃도는 341석에 달합니다.

그는 아울러 의정 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세비만 받아 간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선수로 요트에 전념한다면 의원 월급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도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이런 인터뷰 직후 기성 정당과 차별화되는 정직과 헌신을 강조해온 오성운동을 향해서도 역풍이 불 조짐이 나타나자 오성운동 지도부는 즉각 단호한 입장을 천명했습니다.

오성운동의 대표이자 노동산업부 장관 겸 부총리인 루이지 디 마이오(31)는 "무라 의원이 시민들에게 부여받은 임무를 계속 등한시 할 경우 그에게 남은 길은 사퇴 뿐"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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