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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핵합의 탈퇴가 부른 미-이란 험악한 '말폭탄' 공방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5월8일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탈퇴한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한 이후 미국과 이란의 관계가 점점 험악해지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미국을 제외한 5개 핵합의 서명국(영·프·독·중·러)이 이란의 핵합의 준수를 신뢰했음에도 핵합의를 탈퇴한 뒤 대이란 경제·금융 제재를 복원하기로 했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 복원(8월6일)이 두 주 앞으로 임박하면서 미국과 이란의 말싸움은 이미 전쟁수준으로 접어들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사자의 꼬리를 갖고 놀면 영원히 후회하게 될 것"이라면서 중동의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군사적으로 봉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미국이) 이란과 평화롭게 지내고자 하면 모두가 평화로워지겠지만, 이란과 전쟁하려 든다면 모든 전쟁을 낳는 실마리가 된다"고 '충고'했다.

이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행사에서 성직자가 다스리는 이란의 신정일치 체제와 '최고 존엄'인 최고지도자에게 독설을 퍼부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막대한 부를 축적한 아야톨라들(이란 최고지도자를 위시한 종교 세력)은 종교인이라기보다 부유층처럼 보인다"면서 "이란 국민은 고통받는데 성스러운 척하는 위선자들은 지구 상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이 되려고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고 맹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같은 날 트위터를 통해 "로하니 대통령, 미국을 절대로, 다시는 협박하지 마라. 그렇지 않으면 지금껏 누구도 당하지 않은 고통을 맛보게 될 것이다. 조심하라"라고 위협했다.

이런 가운데 이란 외무부는 이튿날인 23일 공식 성명을 통해 "폼페이오의 언사는 교활하고 값싸다"면서 "최악의 절망에 빠진 미국의 현재 상황을 반영한다"고 맞받았다.

양국의 언쟁이 실제 군사적 충돌로 확대할 가능성은 작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은 양자가 아닌 다국적 전쟁으로 비화할 공산이 크고, 유가 안정에도 치명적이어서다.

그러나 이들의 대치가 첨예해지는 상황만으로도 장기 내전과 테러 빈발로 그렇지 않아도 '세계의 화약고'라 불리는 중동의 불확실성이 더 커지게 됐다.

그간 미 정부에서 나온 언급을 종합하면 핵합의 탈퇴에 이은 이란에 대한 압박의 1차 목적은 표면적으로는 이란의 핵무기 획득을 막겠다는 것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이란의 중동 내 영향력 약화다.

시리아, 이라크, 레바논, 예멘 등지에서 배후로 작용하는 이란의 정치·재정·군사적 지원을 제거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이 가하려는 대이란 제재가 이란의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원유·천연가스 수출을 고사하려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이란의 경제난이 제재로 심각해지면 이란 내부의 분란과 대중의 소요로 궁극적 바람인 정권 교체까지 이룰 수 있다는 게 미국의 시나리오로 보인다.

이는 미국의 중동 내 맹방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이해와도 일치한다.

핵개발로 전쟁 위기까지 치달았던 북한과 미국이 극적인 반전을 맞게 된 사례도 미국이 이란에 대해 '최대 압박' 전략을 펴는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이란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시리아와 이라크가 미국, 이스라엘의 통제 안에 들면 당장 자국의 안보와 주권, 이슬람혁명으로 수립한 신정일치의 통치 체제가 직접 위협받게 된다고 본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임계점에 오면 전쟁을 불사하지 않는 한 북한처럼 협상 테이블에서 마주 볼 수 있다는 희망 섞인 예측도 나오지만 "이란은 북한과 다르다"면서 미국의 압박을 정면돌파하겠다는 게 현재 이란 정부의 태도다.

이처럼 양측이 공유하는 공간이 적어지면 한국에도 악재다.

이란에서 원유와 초경질유(가스 콘덴세이트)를 수입해야 하는 한국은 곧 시작될 대이란 제재의 예외국 지위를 2012년처럼 미국에서 인정받아야 하는데 그 가능성이 점점 작아지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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