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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미국 관광명물 오리보트, 꼭 타야 할까요?

거센 비바람 속에 세찬 파도를 계속 얻어맞은 보트가 물 위에서 휘청거립니다. '저 사람들 어떡하냐'는 안타까운 목격자 목소리도 생생히 들립니다. 거친 물살 속에 계속 떠밀리던 보트는 반쯤 물속에 잠기더니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습니다. 

지난주 미국 미주리 주 브랜슨 시에 있는 유명 관광지 '테이블 록' 호수에서 발생한 보트 사고를 촬영한 영상입니다. 이 사고로 탑승자 31명 중 17명이 숨졌습니다. 최근 미국 관광지에서 일어난 사고 중 인명피해 규모가 가장 큰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고 당시 호수에는 최고 시속 100킬로미터가 넘는 강풍을 동반한 폭풍우 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였습니다. 사고는 주의보 발령 30분 만에 발생했습니다. 악천후 속에 운행을 강행한 게 화근이 됐습니다. 
 
제 주변에도 미국 여행 가서 이 '오리보트'를 타봤다는 분들이 있습니다. 미국 주요 관광지에서 운행되고 있는 일명 '오리보트'라는 관광용 수륙양용 차량입니다. 미국 내에서 '라이드 더 덕스(Ride the Ducks)'라는 회사가 운행하고 있는 수륙양용버스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미 육군과 해병대에서 사용하던 수륙양용차를 관광용으로 개조한 것입니다. 도로 위에서는 버스처럼 달리다가 강이나 호수로 곧바로 뛰어드는 방식으로 운행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오리보트 사고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란 겁니다. '라이드 더 덕스'의 수륙양용버스는 과거 여러 차례 대형 인명사고를 낸 바 있는데요. 특히 지난 1999년 미국 아칸소 주에서는 침몰해 13명이 숨지는 사고가 나기도 했습니다. 2010년에는 필라델피아 델라웨어 강에서는 예인선과 충돌해 관광객 2명이 숨졌고, 2015년 시애틀에서는 전세버스와 충돌해 5명이 숨졌습니다. 

이번 사고에서 보듯 해당 오리보트는 기상상황에 취약한데다, "선장이 구명조끼 필요 없다고 했다"는 생존자 증언도 나올 만큼 안전불감증에 노출돼 있기도 합니다. 같은 기상상황에서 함께 호수에 떠 있던 일반 배는 무사히 대피한 걸로도 조사됐습니다. 사고 영상을 휴대전화로 찍은 곳도 다른 일반 유람선 안이었습니다. 안전성에 논란이 있는 만큼, 미국 여행에서 오리보트 탑승 계획이 있을 때는 기상예보나 구명조끼 탑재 여부 등을 살펴보고 조심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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