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KT의 수상한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②

후원금 받은 국회의원, 정말 불법인 줄 몰랐나

조기호 기자 cjkh@sbs.co.kr

작성 2018.07.23 11:24 조회수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KT의 수상한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②
SBS는 14일 <뉴스토리>를 통해 KT의 '쪼개기' 후원금을 받은 전·현직 국회의원 97명의 실명과 수수 내역 등을 최초 공개했다. (▶ [SBS 뉴스토리] 국회의원 97명에게 '쪼개기 후원'…KT '수상한 돈'의 정체) 신뢰할 만한 취재원에게서 입수한 자료였지만 대면, 전화, 서면 등의 방법으로 이들과 모두 접촉해 검증을 마쳤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97명의 의원과 회계 담당 보좌관들. 이들은 과연 취재진에게 어떤 해명을 내놨을까. 그 해명은 진실을 향하고 있을까, 아니면 진실과 등지고 있을까.
[취재파일] KT, '불법 정치후원금' 누구누구에게 건넸나 ①/19-1[취재파일] KT, '불법 정치후원금' 누구누구에게 건넸나 ①/19-2[취재파일] KT, '불법 정치후원금' 누구누구에게 건넸나 ①/20-1[취재파일] KT, '불법 정치후원금' 누구누구에게 건넸나 ①/20-2취재 과정에서 KT가 '수상한' 돈을 보낸 사실을 인지했다고 밝힌 의원은 6명이었다. 인지 시점은 입금 전후나 영수증 처리를 해야 하는 당해 연말 즈음이었다. 이들 6명 중 5명은 전액 또는 일부를 반환했다. 나머지 1명은 "인지는 했지만, 그게 KT의 지인이 보내주겠다고 한 돈이라 문제라고 생각 못했다"고 해명했다.

후원금을 반납한 이 5명의 의원들. 이들은 후원금의 출처를 어떻게 알고 돌려줬을까.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었다. KT 쪽에서 '후원금 조금 보냈다'는 인사를 받았다는 점이다. 이들 의원(실)의 설명대로라면 KT는 후원금을 '쪼개기' 입금한 뒤 어떤 식으로든 생색을 내려 했다는 얘기다. 이는 경찰 수사 과정에서 4~5명의 전·현직 임원들이 "우리가 자선 사업을 하는 게 아닌 이상 의원(실)에 우리가 후원했다는 내용을 알려드렸다"고 자백한 부분과 일치한다.

후원금이 KT 돈이라는 사실을 당시엔 몰랐지만 그럼에도 전액 또는 일부 반환한 의원들도 있었다. 이들에게도 역시 유사점은 있었다. 100만 원 이상 고액을 보내온 기부자들을 무조건 색안경 끼고 볼 수는 없지만, 의원(실)이 잘 알지 못하는 기부자인 경우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정중히 돌려보냈다는 것. 박상철 경기대학교 정치대학원 부총장은 이런 유형의 의원들을 "정치적 감각이 예민한 사람"이라고 규정했다.

KT의 '수상한' 후원금이라는 걸 뒤늦게 파악한 뒤 전액 반환한 사례도 추가로 나왔다. 김해영·유의동·이명수·이재정·이채익·이태규·이학영·진선미·추경호 의원 등이 그들이다. 이들 9명은 <뉴스토리>의 취재 과정에서 기부자가 KT라는 걸 알고 모두 반환했다고 밝혔다.

● KT 후원금 받은 의원들, 정말 몰랐을까

#유형1

"한두 명도 아니고 후원금 보내는 사람이 많은데 어떻게 일일이 다 확인할 수 있겠나. 만약 KT 돈이라는 걸 알았다면 안 돌려보냈겠나"

#유형2

"학교 동문, 같이 고시를 통과한 선후배, 모임에서 만난 지인이 보내온 돈을 개인적인 후원이라고 생각했지, 회사 차원에서 보낸 후원금이라는 걸 파악하지 못했다"

나머지 91명 의원(실)의 해명은 이처럼 엇비슷했다. KT는 후원금을 보낸 뒤 어떤 식으로든 생색을 냈다고 자백했는데 '알았다'는 의원들과 달리 '몰랐다'는 의원들은 그런 생색을 마주한 적이 없다고 반박한다. 그렇다고 취재진이 검증해 결론을 내릴 방법은 없었다. 이들의 반박은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김광진 전 의원은 "KT의 조직적인 돈인지 아니면 KT에 다니는 순수 기부자의 돈인지 충분히 인지가 될 수 있다"며 "기업이 마음먹고 '쪼개기' 후원을 한다면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게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회삿돈을 빼돌려 돈을 준 자도 있고, 받은 국회의원도 있는데 아무런 처벌이 없다면 이것이야말로 진짜 '적폐'다"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KT 새 노조가 기자회견을 열고 목소리를 높였다. <뉴스토리>가 공개한 KT '쪼개기' 후원 내역을 바탕으로 후원금을 반환한 의원들을 제외한 나머지 84명을 철저히 수사해달라며 검찰에 고발했다. 국민은 이미 KT 후원금 명단을 들고 있다. 명단이 공개된 이상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수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후폭풍에 직면할 수 있다. 어찌 보면 그간 공공연히 횡행했던 기업이나 단체의 '쪼개기' 후원에 철퇴를 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

▶ [취재파일] KT의 수상한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① (2018.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