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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INMA 참관기② "데이터는 모든 것이다" 뉴미디어 시대에 대처하는 언론의 모습

6월 2일부터 10일, 국내 언론사 뉴미디어 분야에 종사하는 언론인들이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후원을 받아 워싱턴에서 열리는 2018 국제뉴스미디어협회(INMA) 세계총회에 참가했다. 전 세계 언론사에 일하는 언론인과 마케팅 전문가들은 뉴미디어 시대를 사는 자신들만의 생존 전략을 발표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미국과 한국의 언론 환경은 많이 다르다. 포털로 뉴스가 소비되는 행태도 달랐고 대형 기업과 합병한 거대 미디어그룹이 없다는 점도 달랐다. 하지만 이 시대에 언론이 살아가야 하는 법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만은 같았다. 이들의 발표를 토대로 몇 가지 생각해봐야 할 점을 짚어봤다.

"데이터는 통찰력이고 프로파일링이며 수입 창출의 원료다"

워싱턴 포스트의 최고정보관리임원(CIO)인 샤이레쉬 프라카쉬는 2018 국제뉴스미디어협회(INMA) 세계총회에서 "기술에서 뛰어난 사람이 저널리즘 측면에서 우수해지는 것보다, 저널리즘 측면에서 유능한 사람이 기술 분야에서 독보적인 능력을 갖추는 것이 훨씬 쉬워졌다"고 말했다. 워싱턴 포스트의 사장이자 소유주가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라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워싱턴 포스트는 데이터 기술자를 키워내기 위해 많은 돈을 투자한 듯하다.
INMA 2018 샤이레쉬 프라카쉬
● 기사를 추천하고 인기를 예측하는 데이터

프라카쉬는 자신들의 기술을 설명하는 데 꽤 시간을 들였다. 그가 말한 '클래비스(Clavis)' 프로그램은 미디어 콘텐츠를 위한 회사의 핵심 엔진이다. 아마존의 북매치 기술에 착안해 뉴스를 추천해 주는 클래비스는, 사람들이 읽은 기사의 주요 문구와 내용을 수집하고 분석해 좋아할 만한 다른 기사를 함께 제시해 준다. '바이럴리티(Virality)'는 어떤 이야기가 인기가 있을지 예측한다. 기사를 발행하고 30분 동안의 지표를 통해 24시간 후, 일주일 후 얼마나 흥행할지 80% 정확도로 미리 알려준다.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인기 있을 기사에 비디오나 내용을 추가해 독자들에게 더 좋은 경험을 제공한다. 지금은 데이터 처리에 30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조만간 실시간으로 작동할 수 있을 거로 예측했다.

아직 실험 단계에 있지만, 헤드라인을 자동으로 작성하고 비교적 간단한 문서의 경우 전체 기사를 작성하기도 한다. 정지 영상과 텍스트만으로 비디오 스토리를 자동으로 작성하기도 하고 적절하지 않은 댓글을 자동으로 걸러내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동시에 작동시키며 필요한 정보를 적시에 받고 있다. 그 정보들이 당장의 기사 작성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의 기사 발굴과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 콘텐츠 만드는 데도 직접 관여하는 데이터

콘텐츠 분석 전문회사인 차트비트(Chartbeat)의 제품 엔지니어링 및 데이터 책임자인 조시 슈워츠(Josh Schwartz)은 "데이터 과학 기술이 편집 전략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미국 내에서 구글 서치와 페이스북의 시장 지배력이 절대적이었지만, 이제는 구글 크롬 제안(Google Chrome Suggestions)과 플립보드(Flipboard)가 사람들의 휴대폰 뉴스검색 방식 순위에서 상위권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INMA 2018 조시 슈워츠
데이터는 독자에 대한 중요한 정보도 제공한다. 디지털 지표를 이용해 독자 행동 성향을 모델링한 시카고 트리뷴(Chicago Tribune)은 신규 가입자를 36% 증가시키면서도, 새로운 유료 가입자를 확보하는 비용을 27%나 절감했다.

데이터는 콘텐츠를 만드는 데도 직접 관여한다. 스톡홀롬에 있는 미트미디어(MittMedia)의 최고 디지털 책임자인 로빈 고빅(Robin Govik)은 콘텐츠 제작 및 기타 발생 프로세스를 자동화하기 위해 디지털 로봇을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AI를 활용해 기사를 자동으로 작성하는 건 로봇 저널리즘이지만 그는 조금 다른 형태의 "인간형 저널리즘"이라고 설명한다. 미트 미디어의 한 특정 프로젝트인 인공지능 '홈오너 봇(Homeowners Bot)'은 실제로 이 지역의 모든 주택 구매에 대해 인기 있는 자동화 기사를 작성하는 직원이다. 고빅은 "해마다 10만 가구 이상의 주택이 지역 내에서 팔리기 때문에 매번 관련 기사를 쓰게 하는 것은 수지타산에 맞지 않는다"고 말한다. 전통적으로 데이터 중심 기사는 사용자 수요 파악, 데이터 수집과 분석, 회의 후 보고서 작성, 편집자 판단과 결정, 기사 작성, 기사 발생의 순서로 작성되지만, '홈오너 봇'은 데이터 수집과 분석, 기사 작성까지 바로 진행된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반복해서 발행한다.
INMA 2018 로빈 고빅
● 문제는 데이터를 '언제', '어떻게' 쓸 것인가

이렇게 유용한 것이 데이터지만, 문제는 늘 '시점'이다. 종합일간지 'USA투데이' 등을 발행하는 미국 최대 신문 발행 회사 가넷(Gannett)의 수석 부사장 겸 총괄 매니저인 조시 시겔(Josh Siegel)은 데이터를 쓰는 조건과 단계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1. 한 개의 큰 목표만 설명하지 말고 단계별 목표를 설정할 것
2. 디지털 리더십은 신기술에 의해 생기는, 불가피한 문화적 변화
3. 비즈니스 가치에 맞는 데이터를 선택해 해당 분야의 확실한 승리를 얻을 것
4. 데이터 프로젝트의 규모를 키우고 이를 달성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것
5. 간단하게 시작할 것
INMA 2018 조시 시겔
간단하게 시작하되 단계별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디지털 리더십은 피할 수 없는 문화적 변화라는 걸 인식하고 비즈니스 가치에 맞는 데이터를 현명하게 선택하라는 것이다.

"이것은 위협이 아니다. 가능성이다. 기자가 로봇으로 교체될까 걱정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아마 대체될 거다. 로봇은 우리가 일을 더 잘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도구일 뿐이다." -로빈 고빅, 미트미디어

로봇은 위협이 아니다. 데이터도 마찬가지다. 누가(나이, 성별, 지역 등을 포함한 정보) 나의 기사를 봤는지 확인하는 건 귀찮은 일이 아니다. 이를 토대로 그다음 단계를 구상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2018 국제뉴스미디어협회(INMA) 세계총회 강연자들은 모두 같은 말을 쏟아냈다. 뉴미디어 시대에 데이터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말이다. 데이터는 통찰력이고 프로파일링이며 수입 창출의 원료다. 더 나아간 미래에 데이터는 어떤 역할까지 하게 될까.

▶ [취재파일] INMA 참관기① '그때'의 리더십이 '지금'의 리더십을 의미하진 않는다 (2018.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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