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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거래' 법원 소극적 협조에 증거인멸 우려…강제수사 카드

'재판거래' 법원 소극적 협조에 증거인멸 우려…강제수사 카드
검찰이 오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 인물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재판거래'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입니다.

임 전 차장 등 전직 고위 법관들의 소환 조사가 예상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하지만, 법원이 임 전 차장을 제외한 다른 전·현직 법관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은 내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넘어야 할 산이 아직은 높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립니다.

검찰은 지난달 21일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고발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하면서 이번 수사를 본격 시작했습니다.

현재까지 관련 형사고발이 30건 안팎에 달하고, 법원 자체조사에서 드러난 법관사찰·재판거래 의혹만으로도 이미 강제수사에 착수할 여건이 갖춰졌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압수수색으로 증거를 신속히 확보하는 대신 대법원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임의제출 받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입장을 존중해섭니다.

검찰은 지난달 19일 임 전 차장 등 법원행정처 간부·심의관들의 PC 하드디스크를 비롯해 대법원 업무추진비·관용차량 이용 내역 등을 임의제출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법원행정처는 자체조사에서 확인한 410개 문서파일만 제출하는 등 검찰과의 줄다리기 끝에 지난 6일부터 대법원 청사 내에서 일부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문서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법원행정처는 임 전 차장과 기획조정실이 사용한 하드디스크 12개를 제외한 나머지 요구자료는 모두 제출을 거부했습니다.

또한, 검찰은 임 전 차장 등의 컴퓨터에서 '재판거래'를 의심할 만한 문건을 발견했는데도 원본을 넘겨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편, 수십만 개에 달하는 문서파일을 일일이 들여다보고 범죄 혐의와 연관성을 따지는 현재 방식으로는 자료제출에 길게는 석 달까지 걸릴 거라는 전망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수사 기초자료 확보에 시간이 지체되면서 법률 전문가인 수사 대상자들에게 대비할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습니다.

이에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강제수사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법원을 떠난 임 전 차장의 경우 최근 언론보도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의혹 문건들을 무단 반출했다는 의혹을 추가로 샀습니다.

임 전 차장이 문건들을 들고 나갔고 여전히 가지고 있다면, 공무상비밀누설죄에 해당하는 데다가 관련자들과 말을 맞추는 데 악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오늘(21일)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증거를 토대로 임 전 차장이 법원행정처 문건들을 실제로 가지고 나갔는지, 증거인멸을 시도했는지도 확인할 방침입니다.

검찰이 각종 의혹의 중심에 선 임 전 차장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긴 했지만, 법원의 적극적 협조를 기대하기는 여전히 어려워 보입니다.

검찰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 전 차장의 직속상관이었던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김모 전 기획제1심의관에 대해서도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전부 기각됐기 때문입니다.

이언학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주거권을 침해할 만큼 범죄 혐의가 소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영장들을 기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 전 대법원장의 경우 재임 시절 쓰던 PC 하드디스크가 디가우징 방식으로 손상돼 복구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하드디스크를 백업해 반출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김 전 심의관은 법원 자체조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해 2월 인사이동 당일 새벽에 2만4천500개 파일을 전부 삭제한 것으로 드러난 바 있습니다.

이는 공용서류손상 혐의가 짙다는 게 법조계의 지배적인 견해입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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