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을 조사할 때는 행정절차법이나 형사소송법 등에서 규정한 엄격한 절차를 반드시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2017년 대구 한 초등학교 2학년이던 A군 등 남학생 3명은 같은 학년인 B양을 수차례 괴롭혀 왔다.
이 사실을 알게 된 B양 어머니가 학교에 신고했고 학교 측은 곧바로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고 조치에 들어갔다.
위원회는 A군이 B양에게 서면 사과하고 다른 2명도 서면 사과와 함께 피해 학생과 접촉하거나 협박·보복행위를 못하게 하는 한편 특별교육 이수 또는 심리치료를 받도록 했다.
이런 결정에 대해 가해 학생들을 대신해 부모들이 학교 교장을 상대로 '징계처분 무효확인 청구' 소송을 내면서 반발했다.
학부모들은 학폭자치위원회가 위원들에 대한 제척·기피·회피 제도에 관해 설명해야 하는데 원고들에게 이를 설명하지 않은 만큼 절차상 위법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가해 학생들이 폭력 사실을 인정하는 취지로 진술했다는 상담일지는 상담사가 B양 부모의 일방적 진술에 근거해 작성했고 특히 보호자가 동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져 정확성과 신빙성을 담보할 만한 절차적 장치가 보장되지 않아 상담일지 내용을 신뢰할 수 없다고 했다.
법원은 그러나 가해자 측의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구지법 행정1부(한재봉 부장판사)는 최근 선고공판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에 대한 상담과정에 보호자인 부모가 동석하거나 영상녹화시설 등을 이용해 상담 내용이 녹화 또는 녹취되지 않은 것은 인정된다"며 "그러나 학교나 상담사가 학교폭력을 조사하면서 반드시 이런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는 만큼 조사과정에 행정절차법과 형사소송법에서 규정한 엄격한 절차가 반드시 요구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절차가 준수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사·상담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고 상담일지를 학교폭력 조치를 위한 자료로 사용하지 못한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A군 부모 등은 최근 항소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