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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관광객 외면받는 '서울 시티투어버스'

[취재파일] 관광객 외면받는 '서울 시티투어버스'

노동규 기자 laborstar@sbs.co.kr

작성 2018.07.19 11:0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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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관광객 외면받는 서울 시티투어버스
서울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에서 출발하는 '서울 시티투어버스'에 올랐다. 지붕 없는 빨간색 2층 버스 외관은 외국 유명 관광지에서 보던 것과 비슷했다. 도심 곳곳을 순환하며 관광객들이 편히 명소를 둘러보게 하자는 취지다. "Hop-on, Hop-off(탔다가, 내렸다가)"를 표방해 표 한 장이면 종일 정류장마다 여러 차례 마음껏 내렸다 탔다 할 수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텅 빈 좌석들이다. 운전석 포함 65석 버스에 관광객은 단 9명뿐이었다. 명동, 시청, 청와대 같은 주요 지점을 지날 때마다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 등 외국어 안내 방송이 나왔지만, 방송에 귀 기울이는 관광객은 없었다. 지붕 없는 버스에서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소리는 이내 도시의 소음에 묻혔다. 프랑스에서 온 관광객 존 피악 씨는 "다른 나라 투어버스처럼 휴대전화나 좌석에 연결하는 오디오 가이드가 없어 놀랐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다. 투어 버스 업체 관계자는 "원래 좌석마다 개인 음성 안내 기기가 설치돼 있었지만 자주 망가지는 등 관리가 어려워 스피커로 대체했다"고 말했다. 버스 뒷좌석 쪽 내부 마감재는 훼손돼 날카로운 단면을 드러내고 있었다. 버스 앞 유리창도 금 가 있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유류비·인건비가 올라 표 한 장에 1만 8천 원은 받아야 유지되는데 서울시가 1만 5천 원으로 요금을 묶어 놔 재정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 시티투어버스는 90년대에 처음 등장했다. 서울시가 직접 운영하던 걸 지난 2003년부터 민간 업체 2곳이 사업권을 얻어 자율 운영 중이다. 두 업체가 굴리는 버스 20대가 서울 도심과 강남 등지 6개 노선을 다닌다. 민간 자율 운영이라지만, 서울시가 노선과 요금을 통제하니 "수지 맞추기가 쉽지 않다"는 게 투어버스 업체들의 주장이다.

실제 해외 유명 도시 투어버스에 비해 서울 투어버스 요금은 싼 편이다. 종일 승차권을 끊는다고 할 때, 최소 11곳 정류장을 지나는 파리 '빅 버스'는 성인 기준 요금이 하루 34유로(4만 5천 원), 정류장이 10곳에 못 미치는 로마 '시티 투어 버스'는 22유로(3만 원)다. 이에 비해 전체 승차 시간이 적어도 1시간인 서울 투어버스 요금은 1만 5천 원~1만 8천 원 선이다.

서울 투어 버스의 경쟁력을 해치는 다른 요인은 도심 교통난이다. 평일에도 무시 못 할 교통 체증은 주말이면 대형 집회로 정점에 달한다. 한 투어 버스 업체의 경우 12개국 언어를 지원하는 음성 안내 장비를 설치하고 계속 새 버스를 들이는 등 자구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주말이면 허사가 된다. 이 업체 관계자는 "2016년 탄핵 정국 이후 촛불 집회와 태극기 집회가 번갈아 열려 주말엔 아예 승객 운송을 포기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보조금 한 푼 안 주는 시에서 노선을 통제하니, 도심 집회가 있다고 해서 우회 노선을 만들지도 못 한다"는 것이다.

이러는 사이 2014년 24만 1천 명이었던 투어 버스 이용객은 2016년 19만 3천 명으로 줄었다. 올해도 5월까지 7만 명이 탑승하는 데 그쳤다. 그나마 절반 가까이는 내국인이다. 한국을 찾는 관광객 자체도 계속 줄고 있다. 지난 2016년 1천700만 명이었던 외국인 방문객은 지난해 1천300만 명으로 줄고 올해도 590만 명 선에 그치고 있다. 업체들로선 "전년 동기에 비해 승객이 조금 늘었다"는 자체 통계로 위안 삼으며 새 버스를 도입하는 등 출혈투자를 감수하고 있다.

서울시는 투어버스가 "민간 자율 사업"임을 강조한다. "서울 대표 관광 상품으로 계속 유지·발전해야 할 사업이라, 이용객을 늘리기 위해 고민 중"이라면서도 관광객이 외면하는 건 마치 업체들만의 잘못이라는 투다. 투어버스 이용객 증감이 대한민국 대표 도시 서울의 관광 경쟁력과 무관하진 않을 것이다.

투어버스 탑승객 마음에 서울을 '다시 찾고 싶은 도시'로 새기는 것도 결국 서울시 일이다. 그래도 기자가 버스에서 만난 관광객들은 대체로 여유로운 마음이었다. 몇 안 되는 외국인이긴 했어도 '놀러 온 마당에 조금의 불편이 대수냐'는 분위기였다. 이런 넉넉한 마음이 깐깐한 마음으로 변하는 것은 한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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