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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대장 부엉이' 이해찬 전 총리의 선택은?

[취재파일] '대장 부엉이' 이해찬 전 총리의 선택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의외로 조용합니다. 후보등록일이 다가오면서 당권 도전 선언이 잇따르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기사들이 쏟아지지는 않고 있습니다. 정치인의 최대 강점은 역시 인지도 일 텐데… 선수와 정치경력을 떠나 인지도 높은 스타급 정치인의 등장이 없기 때문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당권 도전의 남은 변수는 민주계 인사의 산증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출마 여부일 겁니다. 70년대 학생운동을 시작으로 평민당에서 정치를 시작해 현재는 민주당 최다선 의원입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승승장구했던 전략통이죠. 시쳇말로 레전드입니다. 현존하는 친노와 친문(親文)계를 통틀어 명실공히 가장 어른일 텐데 우스갯소리로 친문 내부에서는 '두목 부엉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선거불패' 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출마하면 지지 않는 이력도 갖고 있습니다. 후배 정치인들에게 "어떻게 하면 선거에 떨어지냐?"는 폐부를 찌르는 농담을 심심치 않게 던지기도 하죠.

다시 본론으로 넘어오겠습니다. 친문의 정점에 있는 이해찬 전 총리가 출마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친문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이 전 총리는 출마할까요?

● 출마설 - 핵심 당원에게 "출마해야 하나"?" 민주계 원로도 두루 만나

이 전 총리 한 측근의 말을 빌리자면 이 전 총리는 최근 지역에 내려가 핵심 당원들이 모인 상무위원회에 참석해 이런 질문을 했다고 합니다. "내가 꼭 (전당대회)에 나가야 하느냐?" 고 말이죠. 당원들의 의사를 경청했다는 건데 핵심은 이 전 총리의 질문에 있다는 게 측근의 분석입니다. 당원들에게 물어 당권 도전의 명분을 축적하기 위한 정치적 행위라는 겁니다.

이 전 총리는 최근 민주계 원로인사들도 두루 만나는 광폭 행보를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임채정, 김원기 전 국회의장을 만나 의견을 경청했고 원로들도 당권 도전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전 총리 출마설에 힘을 싣는 또 다른 근거는 바로 국회의장직 불출마입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이 전 총리는 국회의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출마하지 않았습니다. 정치인생의 황혼기를 당을 위해 희생해달라는 주변의 고언을 받아들였다는 게 정설입니다.

● 불출마설 - '전해철과 4차례 담판 결렬'…"추대 아니면 어려워"

전대 초반 친문 내부에서는 '3철'로 불리는 '친문 핵심' 전해철 의원의 출마 가능성이 강하게 대두됐습니다. 실제로 언론과의 접촉면을 늘리며 당의 향후 방향성과 청와대와의 관계설정에 대해 열변을 토하기도 했죠. 이때만 해도 이른바 친문 의원들의 모임인 '부엉이 모임'에서 친문 후보 단일화 논의가 활발하게 이어졌고 실제로 전 의원이 단일화 경쟁에서 김진표, 최재성 의원보다 앞서가는 듯했습니다.

그리고 전 의원은 지난 한 달 사이 이 전 총리를 4차례 직접 만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구체적인 대화 내용을 확인할 순 없었지만, 출마 여부를 놓고 다양한 의견들을 주고받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후 전 의원은 돌연 사실상 불출마를 선언하고 김진표 의원과 최재성 의원의 출마선언이 줄을 잇게 됩니다.

민주당 안팎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전 의원이 바라본 친문 단일화의 그림은 이해찬 전 총리를 포함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전 총리를 설득하지 못한다면 출마해도 친문이 분열되고 당 대표의 권한 약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가정입니다. 그러나 이 전 총리와의 담판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이대로 출마를 강행한다면 친문 세력의 분열을 촉발시킬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이죠.

두 거물의 담판은 이 전 총리 불출마설의 유력한 근거라고 해석합니다. 전해철 의원뿐만 아니라 이 전 총리에게도 타격이었을 것으로 본다는 거죠. 한 친문계 인사는 이 전 총리가 출마를 하려면 추대하는 그림으로 가야 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최다선 의원이자 이미 당대표를 역임했던 이 전 총리가 친문계에서 여러 당권 주자들이 난립하는 상황에서 후배들과 함께 경쟁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이 전 총리의 위상에 걸맞지 않다는 겁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 전 총리의 불출마설이 현재까지 당 내부에선 다수설입니다.

● 이 전 총리 측 "결정하지 못했다"

이 전 총리는 기자들 입장에선 사실 선호하는 취재원은 아닙니다. 전화통화가 어렵고, 국회에서만 만나고 길에서는 인터뷰를 거부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공식적인 이 전 총리의 입장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이 전 총리의 측근은 출마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20일부터 후보등록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적어도 후보 등록 하루 전에는 이 전 총리가 출마할지 결론이 날 것으로 보입니다. 당권 도전대진표가 곧 윤곽이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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