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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판다] 500억 짜리 군 외상센터…수술 안해도 '억대 연봉' 받는 의사들 (전체 다시보기)

<앵커>

SBS 탐사보도 팀이 군 의료 시스템의 문제점을 그동안 여러 차례 지적했지만 국방부는 예산이 부족하다며 군인 건강을 위한 대책 마련에 여전히 소극적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대체 돈을 어디에 쓰길래 군 의료 예산이 부족하다는 건지 살펴봤습니다. 저희가 취재한 게 두 가지인데 우선 5백억 원이 들어간 국군 외상센터 이야기부터 해보겠습니다.

박하정 기자입니다.

<기자>

군 최상위 의료기관 수도병원, 연병장에 국군 외상센터가 들어서고 있습니다.

공사비 495억 원을 들여 2년 뒤 개원할 예정입니다.

총상 같은 치명적 외상을 입은 환자를 치료하는 게 건립 목적입니다.

[유근영/국군수도병원장 (지난해 11월, 국방뉴스) : 전국 어디서나 발생 되는 외상환자들을 단시간 내에, 골든타임 내에 헬기로 우리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을 시켜서… ]

SBS는 국군 외상센터 설립 TF가 지난달 기획재정부에 보고한 문건을 입수했습니다.

센터 규모로 볼 때 필요 환자 수는 1,361명. 하지만 현재 군 외상 환자는 1년에 167명. 수요 예측이 과장됐다고 스스로 인정합니다.

환자를 채우기 위해 군 환자의 7배가 넘는 민간인 환자를 유치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합니다.

군 병원을 민간 환자 중심으로 운영하겠다는 겁니다.

위치도 논란거리입니다. 여기는 국군 외상센터 부지 상공입니다. 이곳에서 이미 들어선 경기 남부권역 외상센터인 아주대병원까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직접 헬기에서 시간을 재보겠습니다. 헬기로 4분 30초 정도 걸렸습니다.

분당 서울대병원까지는 1분 40초, 군 외상센터까지 건립되면 대형병원 3곳이 밀집되는 셈입니다.

더구나 수도권에는 이미 민간 외상센터 3곳이 있는데 또 군 외상센터가 생기는 겁니다.

군은 전국의 위급한 군인을 모두 수도병원으로 이송한다는 계획인데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경원/아주대병원 외상외과 부교수 : 최대한 빨리, 20~30분 이내에 환자가 최종 치료가 가능한 외상센터로 이송되는 게 생존율을 높이고, 예방 가능한 외상 사망률을 낮출 수 있는 근거가 되는데, 전국 환자를 의무헬기를 도입해서 (이송)하겠다는 것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에요.]

외상 치료 전문 인력 충원도 문제입니다. TF에서도 전문 인력이 한정돼 있어 분당 서울대병원과 협력이 필수라고 진단합니다. 민간의 도움을 받겠다는 겁니다.

[김록권/전 의무사령관 : (민간 의료진) 의존도가 높아 버리면 굳이 군 병원에 그런 센터를 지을 게 뭐 있어, 분당서울대병원에 보내면 되지. 그렇잖아요? (건설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매년마다의 운용입니다, 운용.]

정부 지원을 받는 민간 외상센터도 전문 인력을 구하지 못하는 현실을 가볍게 본 겁니다.

[정경원/아주대병원 외상외과 부교수 : (군에서) 기본적인 어떤 의료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외상센터를 하겠다는 건 절대 동의할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으로 갔을 때는 또 문 닫는 하나의 군 병원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앵커>

이 문제 취재한 박하정 기자와 좀 더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박 기자, 물론 군 외상센터가 물론 필요하긴 한데, 방금 리포트 보면 그런데 500억 원이나 들여가면서 지은 건물인데, 어디에 지을지 의사 어떻게 구할지 이런 건 크게 고민을 안 한 거 같아요.

Q. 군 외상센터, 이대로 좋은가?

[박하정 기자 : 일단 지금 추진되는 방식은 곤란하다는 겁니다. 군부대에서 외상환자가 발생을 하면, 가까운 민간 외상센터를 두고 멀리 떨어져 있을 수 있는 군 외상센터로 환자를 데리고 가겠다는 거거든요. 이런 데 치료할 전문 인력도 부족하다면 과연 어떻게 장병들의 생명을 지킬 수 있을 것이냐, 이런 문제가 생깁니다. 제가 취재를 하다 만난 한 외상 전문가는 이 외상 센터 사업을 두고 '군 의료계의 4대강 사업' 같다, 이런 비유를 하기도 했습니다.]

Q. 4대 강 사업 같다, 이 말은 정작 급하고 중요한 곳은 따로 있는데 엉뚱한 데 돈을 쓰고 있다는 의미인 건가요?

[박하정 기자 : 네, 외상센터를 덜컥 짓기 전에 지금 있는 군 병원에서 제대로 된 진단과 치료를 할 수 있도록 전문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겁니다. 국군 외상센터도 결국은 국군수도병원을 배후 병원으로 끼고 운영을 하게 될 텐데, 고난도 질환 치료나 수술능력이 부족하다고 스스로도 평가를 하고 있거든요. 불법 의료 행위들 저희가 많이 지적했지만 이런 것들이 개선되지 않은 채로 현장에서는 여전히 사병들이 아픈대로 제대로 진단이나 치료를 못 받고 있는데, 이런 부분들부터 점검을 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영상취재 : 김남성, 영상편집 : 우기정, 헬기조종 : 민병호·김강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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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판다②] 수술 안 해도 '억대 연봉'…민간의사 왜 뽑았나

<앵커>

군 외상센터 말고 군 의료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곳 저희가 하나 더 취재했습니다. 군 병원이죠, 수도병원에는 군의관 말고도 민간 의사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민간 의사들이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도 수술은 거의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 이유를 한세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국군수도병원에서 전문 계약직으로 근무하는 민간병원 출신 의사는 36명입니다. 평균 연봉 1억 4천만 원, 단기 군의관의 5배를 받습니다.

SBS가 확인한 수도병원 민간의사의 25%는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60~70대입니다. 한창 일할 40대는 19%뿐 입니다.

[前 국군수도병원 군의관 : 복강경(수술) 하실 줄 모르는 할아버지 선생님이 엄청난 연봉을 받고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걸음도 못 걷는 분도 계셨어요. 가관이에요.]

단기군의관의 낮은 숙련도를 보완하기 위해 경험 많은 민간의사를 채용했지만 정작 어려운 수술은 꺼린다고 합니다.

[의과대학 교수 A씨/前 군의관 : 어려운 수술은 손 놓은 지 한 10년 가까이 될 거예요. 자기는 일할 생각 없다는 것이나 똑같은 거예요. 밑에 다 내리겠다, 이런 거죠.]

탐사보도팀이 수도병원의 정형외과, 신경외과 등 환자가 많은 4개 과의 진료건수를 확인했더니 민간 의사는 현역 군의관의 절반가량밖에 안 됐습니다.

평균 진료 건수가 하루 1건도 안 되는 민간의사도 있었습니다.

[前 국군수도병원 군의관 : (수도병원 민간의사들은) '나는 전공의 없으면 환자 못 본다. 내가 교수하다가 왔는데, 난 전임의 없으면 (혼자) 환자 못 본다' 이러면서 그 사람들이 더 민간병원으로 환자를 보냈어요. 의식이 없다고 하면 환자 안 봅니다. 다 민간병원으로 보내버리고.]

지금처럼 운영되는 민간의사 채용은 실패한 정책이라는 지적까지 나옵니다.

[김중로/바른미래당 의원 (국회 국방위) : 의료시스템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정말 불필요한 거 아닌가, 근본적으로 시스템을 점검하고 보완해야 한다고 봐요.]

수도병원은 일부 민간의사들 진료 건수가 적은 건 사실이지만 병원 경영이나 어려운 수술을 맡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앵커>

군 당국은 돈 없다고 탓하기 전에 예산 제대로 쓰고 있는지부터 먼저 돌아봐야겠습니다. 나라 지키는 젊은이들이 군에서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저희는 앞으로도 끝까지 파헤치겠습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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