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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동굴소년들, '올드 트래포드' 갈 수 있을까?

[취재파일] 동굴소년들, '올드 트래포드' 갈 수 있을까?
보통 사건 사고 기사나 재해 재난 기사를 쓰게 되면 '데스크'라 불리는 선배들의 첫 마디는 보통 이렇습니다. "피해자는? 목격자는? 그림은? 싱크는?" 앞뒤 다 잘린 말이지만 풀어 쓰자면, "사건 사고 당사자 혹은 목격자는 파악됐나? 그 사람 인터뷰는 했나? 아니면 사진이라도 있나? 아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방법이 있나?" 이런 내용을 다 포괄하는 말입니다. 사건 사고야말로 우리네 생활 속의 일이기 때문에 사람의 '목소리', (SBS 보도국 용어로) '싱크'를 듣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죠.

내일쯤 퇴원할 걸로 알려진 태국 축구소년들과 스물다섯살 코치. 이들의 동굴 속 생존 소식부터 전원 구조까지 2주 가까이 소년들과 (기사로) 함께 했었습니다. 기사를 쓸 때 "소년들 싱크 있나?"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당연히 없었죠. 동굴에 갇혀 있는데.

구조 첫날, 첫 생존자 4명이 동굴을 무사히 빠져나왔단 소식이 들어온 날, 당직 데스크가 물어본 첫 마디도 "싱크나 그림 있나"였습니다. 그날 이후 전원 구조까지 사흘 동안 소년들의 싱크는 단 한마디도 없었습니다.

태국 당국은 며칠에 걸쳐 순서를 나눠서 구조작전을 펼친 까닭에, 소년들 가족들의 심경을 배려해 전원구조 때까지 신원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구조 뒤에는 감염을 우려해 바로 병원 격리 조치를 했고요. 그래서 소년들의 얘기를 들을 수가 없었던 건데요.

이제 퇴원을 앞두고, 병실 안 소년들 인터뷰가 공개됐습니다. 태국어로 야생 멧돼지를 뜻하는 '무 빠' 축구단 소년들 12인방과 25살 코치를 짧게 소개합니다.

아이들 중에는 동굴에 갇혀 있을 때 유럽 명문 축구클럽의 유니폼을 입고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습니다. 축구를 좋아하는 아이들의 구조 소식에 영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홈구장인 올드 트래포드에 소년들을 초대했습니다. 그런데, 갈 수 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 [8뉴스 리포트] '동굴 실종' 기적적인 전원 생존…문제는 '탈출 방법' (2018.07.03)

동굴 속에서 소년들의 정신적 지주였던 에카퐁 찬따웡 코치는 무국적 상태의 난민입니다. 또 동굴 안에서 영국 잠수사들과 영어로 얘기했던 아둘 삼온 등 3명의 아이들 역시 국적이 없습니다. 이들 모두 가난과 소수민족 분쟁 등을 피해 미얀마에서 국경을 넘은 난민들입니다.

여권을 만들 수 없어 어려워 보였던 이들의 올드 트래포드 행. 해결책이 생겼단 반가운 소식이 외신으로 들어왔습니다. 태국 정부가 '동굴의 기적' 주인공들에게 시민권 부여를 검토하고 있다는 건데요.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는 오는 8월 11일 개막하고, 그날 맨유의 홈구장 올드 트래포드에서 맨유와 레스터 시티와의 첫 경기가 있습니다. 태국 정부는 앞으로 6개월 내에 시민권 부여를 추진할 방침이라지만, 가급적 시즌 첫 경기를 소년들이 볼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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