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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마을의 기적'…주민들 백혈병 청년 돕겠다며 5천만 원 모아

'시골 마을의 기적'…주민들 백혈병 청년 돕겠다며 5천만 원 모아
▲ 박상우 동명면장(오른쪽)이 백혈병을 앓는 청년의 아버지 이찬우 씨에게 지난 16일까지 모은 1차 성금 4천만 원을 전달했다. 나머지 1천만 원은 수일내 전달할 예정이다.

백혈병을 앓는 20대 청년의 치료비 모금에 나선 시골마을 주민들이 보름 만에 무려 5천만원을 모으는 '기적'을 일으켰다.

17일 경북 칠곡군 등에 따르면 동명면 남원2리에 사는 이상협(27) 씨는 지난 2월 감기몸살과 폐에 물이 차는 증세로 입원했다가 백혈병이라는 청천벽력과 같은 선고를 받았다.

칠곡 동명고를 졸업하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아들이 쓰러지자 아버지 이찬우(59) 씨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 했다.

마을 이장인 아버지 이 씨는 풍수지리연구가로 일정한 수입이 없는 데다 식당을 하며 생계를 책임졌던 부인도 뇌경색으로 쓰러져 식당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가족 생계를 걱정해야 할 상황에서 백혈병 아들을 치료할 비용이 있을 리 만무했다.

지금까지 들어간 치료비만 1천만 원을 넘었고 앞으로 더 많은 치료비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이들 가족에게 이웃 주민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이 씨 가족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최병천 동명농협조합장이 지난 2일부터 이장협의회와 동명상공인협의회에 연락해 치료비 모금활동에 들어간 것.

그런데 불과 보름 만에 5천만 원이 모이는 생각지도 못한 기적이 일어났다.

남원2리 주민 200가구 중 150가구가 2만∼300만 원씩 모두 4천500만 원을 내놓았고, 동명면 이장협의회와 상공인협의회가 500만 원을 모았다.

남원2리 주민들은 25%는 논농사와 콩·들깨농사를 짓는 토박이지만 75%는 대구 등으로 출퇴근하거나 은퇴한 외지인들이다.

주민들이 모은 4천500만 원 가운데는 노인회·청년회·계모임·부녀회 4개 단체가 낸 350만 원이 포함됐다.

주민 150가구가 모은 돈은 정확히 4천150만 원으로 가구당 평균 27만7천 원이다.

이 씨는 "고향도 아닌 외지인들이 이웃 청년의 치료비를 위해 각자 주머니를 열어 거액을 모금한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며 고마워했다.

5천만 원 중 4천만 원은 지난 16일 아버지 이 씨에게 전달했고 17일까지 모인 1천만 원도 조만간 전달할 예정이다.

아들 상협 씨는 현재 3차례 항암치료를 마치고 다음 달 중순 누나로부터 동종골수를 이식받는 수술을 받는다.

아버지 이 씨는 "도움을 주신 많은 분께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아들이 반드시 완쾌할 것"이라며 "아들이 받은 사랑을 꼭 돌려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상우 동명면장은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된 나눔의 손길이 칠곡군 전체로 퍼져 나가고 있다"며 "칠곡군 8개 읍·면 이장회의가 내일 여는 성금운동에도 많은 주민이 동참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사진=칠곡군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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