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때 이른 폭염과 열대야, 뜨거운 티베트 공기와 태풍의 합작품

안영인 기자 youngin@sbs.co.kr

작성 2018.07.15 14:07 수정 2018.07.31 16:33 조회수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때 이른 폭염과 열대야, 뜨거운 티베트 공기와 태풍의 합작품
때 이른 폭염에 전국이 펄펄 끓고 있다. 예년 같으면 장맛비가 한창일 시기지만 장마전선은 만주지역까지 북상한 지 오래다. 평년의 경우 장마 종료일은 남부지방의 경우 7월 23~24일, 중부지방은 7월 24~25일인 점을 고려하면 올해는 사실상 장마가 평년보다 10일 이상 일찍 끝난 것이다.

올해 중부지방에 장마가 시작된 것은 지난 6월 26일, 사실상 마지막으로 내린 장맛비는 7월 11일로 올해 중부지방 장마기간은 평년(32일)의 절반 정도인 16일에 불과하다. 지난 1973년 단 6일 동안의 장마가 이어진 이후 45년 만에 가장 짧은 장마다.

사실상 장마가 일찍 끝나면서 전국의 낮 기온은 최고 35도를 오르내리고 있다. 낮 동안의 열기는 밤에도 식지 않아 밤사이 최저 기온이 2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올해 유난히 장마가 일찍 끝나고 때 이른 폭염과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때 이른 폭염과 열대야의 직접적인 원인은 무덥고 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 지역으로 예년보다 일찍 확장했기 때문이다. 북태평양 고기압의 북쪽 경계인 장마전선이 만주지역까지 북상했다는 것은 북태평양 고기압이 일찌감치 한반도 전체를 덮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년보다 열흘에서 2주 정도나 일찍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까지 확장한 것이다.

그렇다면 올해는 어떻게 북태평양 고기압이 예년보다 일찍 한반도까지 확장할 수 있었을까?

기상청은 티베트 지역을 주목하고 있다. 보통 티베트 지역은 여름까지도 넓은 지역이 눈으로 뒤덮여 있어 들어오는 햇볕을 반사시키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 6월 중순부터 예년과 다른 변화가 감지됐다. 티베트 지역을 덮고 있던 눈이 예년보다 빠르게 녹아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눈이 녹아 땅이 드러나면 눈으로 덮여 있을 때처럼 햇볕을 반사시키는 것이 아니라 햇볕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티베트 지역이 예년보다 일찍 뜨거워진 것이다. 티베트 지역이 예년보다 일찍 뜨거워지면서 티베트 상공에는 예년보다 일찍 뜨거운 공기가 만들어졌고 결과적으로 티베트 고원 상공 고도 10km 부근에는 커다란 고기압이 만들어졌다. 이른바 티베트 고기압이다. 이 티베트 고기압은 여름철이면 한반도까지 확장하는 경향이 있는 데 올해는 티베트 지역이 예년보다 일찍 뜨거워지면서 티베트 고기압이 일찍 한반도까지 확장하게 됐다. 티베트의 뜨거운 공기가 일찌감치 한반도 상층을 점령한 것이다.

예년보다 일찍 확장해 한반도 상층을 점령하고 있는 티베트 지역의 뜨거운 공기 즉 티베트 고기압은 한반도 북쪽에서 내려오는 찬 공기를 막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제트기류가 한반도 지역으로 내려오는 것을 막아주고 있다. 티베트 고기압이 한반도 상층을 점령하고 있는 사이, 티베트 지역에서 온 뜨거운 공기가 북쪽에서 내려오는 찬 공기와 제트기류가 내려오는 것을 막아주는 사이 하층에서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 지역까지 별다른 어려움 없이 확장할 수 있었다. 예년보다 일찍 확장한 티베트 고기압이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로 일찍 확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반도 상층(10km)에는 뜨거운 티베트 고기압이, 하층에는 무더운 북태평양 고기압이 자리하면서 한반도에는 예년보다 일찍 그리고 강하게 뜨거운 열 기둥이 만들어진 것이다. 예년보다 일찍 그리고 강한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는 이유다.
때 이른 폭염과 열대야 원인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해 중국으로 향하는 태풍도 한반도 폭염을 거들었다. 대표적인 태풍이 최근 중국을 강타한 제8호 태풍 '마리아'다. 태풍은 보통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이동하는데 태풍 마리아는 한반도 부근으로 확장한 북태평양 고기압의 남쪽 가장자리를 따라 이동하면서 북태평양 고기압을 좀 더 북쪽으로 밀어 올리는데 힘을 보탰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 부근까지 확장하고 장마전선을 만주까지 밀어 올리는데 일조한 것이다.

또한 현재 북서태평양에서는 계속해서 태풍의 씨앗이 만들어지고 있다. 당분간은 계속해서 태풍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중요한 것은 지금처럼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를 덮고 있고 한반도 상공에 커다란 열기둥이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는 태풍이 한반도 쪽으로 북상하기 보다는 계속해서 중국으로 향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중국으로 향하는 태풍은 제8호 태풍 '마리아'와 마찬가지로 한반도를 덮고 있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수축하거나 남쪽으로 내려오지 못하게 아래에서 떠받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일찍 시작된 폭염과 열대야가 앞으로도 오래 이어질 가능성이 큰 이유다.

기상청은 적어도 앞으로 열흘이상, 7월 하순까지는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보통 7월 하순과 8월 초는 평균적으로 볼 때 1년 중 가장 무더운 시기다. 폭염이 점차 누그러지기 시작하는 시기는 평균적으로 8월 중순 이후다. 일찍 시작된 폭염이 8월 중순까지 한 달 이상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범상치 않게 시작된 올여름 폭염과 열대야, 지금부터라도 철저한 대비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