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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원전은 '악마의 발전소'인가?

"공짜 점심은 없다"…환경과 에너지 정책의 조화 필요

김용철 기자 yckim@sbs.co.kr

작성 2018.07.14 09:40 수정 2018.09.02 09:3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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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최초의 평화적 원자력 발전소가 가동된 미국 펜실베이니아 쉬핑포인트

정부가 고리원전 1호기를 폐쇄하고,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하면서 에너지의 97%를 수입하는 우리나라의 장기적인 에너지 수급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에너지 밀도가 높고 발전 단가는 낮은 원자력 발전을 줄이고 화력발전을 늘리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수 있고, 에너지 가격이 상승해 전반적인 산업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다. 화력발전이 늘면서 미세먼지 발생도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걱정도 나온다.

최근 석유나 LNG, 석탄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에너지 가격 상승과 이에 따른 국민 부담 증가, 산업경쟁력 약화를 걱정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원자력 에너지 전문가들은 신재생 에너지는 생산단가가 아직 너무 비싸고 생산량의 급격한 확대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데 너무 과대 포장돼 있다고 말한다. 이에 반해 원자력 발전의 위험은 실제보다 지나치게 과장돼 있다고 지적한다.

얼마전 폐쇄가 결정된 고리 1호기의 가동으로 '미래의 불' 원자력이 국내에 도입된다는 소식에 매료돼 원자력에 입문했던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 공학과 임만성 교수는 "원자력 에너지의 안전문제에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원전과 방사능의 위험이 너무 과장돼 있다."고 말한다. 원자력 발전을 연구하다 핵 에너지의 안전성에 의문을 느끼고 원자력과 환경 문제를 연구해 온 임 교수의 말이라 그냥 듣고 넘길 수만은 없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 중에서원전에 대한 공포, 이른바 '원전 포피아'의 원조는 독일 태생의 경제학자 슈마허(Ernst Friedrich Schumacher)다. 슈마허는 지난 1973년 발간한 책 '작은 것이 아름답다(Small is beautiful)'에서 "어떤 번영도 인류문명에 엄청난 위험으로 남을 방사성 폐기물을 정당화할 수 없다. 원자로는 해체할 수 없고, 수백 년 아니 수천년 그대로 남아 공기와 물과 토양을 오염시키는 '악마의 발전소(Satanic Mill)'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슈마허의 이 말은 지금도 원전 반대의 대표적인 논리적 근거로 인용되고 있다.

슈마허가 원자로를 '악마의 발전소'라고 주장한 근거는 미국의 유전학자 허먼 멀러(Herman Joseph Muller)가 발표한 초파리 연구 결과다. 멀러는 1927년 초파리의 생식세포를 X선에 노출시킨 결과 최대 150배의 유전자 변이가 나타났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방사능 물질에 대한 공포는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연구가 진척돼 그 실체가 규명되고, 원자력 발전소가 생기기 훨씬 전에 생겨난 셈이다.

그리고 2차 세계대전 중이었던 1945년 8월 6일과 9일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돼 섬광과 고열, 건물붕괴, 방사능 피폭 등 직접 피해 만으로 최대 24만명 정도가 사망하면서 핵에 대한 공포는 인류의 뇌리에 깊이 새겨진다. 일본에 투하된 원폭 피해자들의 고통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버섯구름'꺼지지 않는 불'이라고 불렸던 핵 에너지의 태동은 1895년 독일에서 뢴트겐(Wilhelm Roentgen)이 미지의 광선 '엑스-레이(X-ray)'를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이후 독일 과학자들을 중심으로 방사선에 대한 연구가 진행됐고, 과학자들은 가공할 핵 에너지를 이용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우라늄이 분열하면서 나무의 40만 배, 원유의 10만 배라는 가공할 에너지를 방출하는 핵분열 기술은 공교롭게도 2차 대전을 일으킨 나치 독일에서 처음 실험적으로 증명되었다. 연합국 과학자들은 나치에 의해 핵무기 개발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우려에 최초의 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였다. 그리고 미국은 결국 그 무기를 사용하여 전쟁을 종식시켰다.

2차 대전 후 승전국인 영국과 러시아, 미국 등에서 원자력 에너지를 전기로 이용하는 방법들이 경쟁적으로 연구됐고, 1957년 12월 미국 펜실배니아주 쉬핑포트(Shippingport)에 50메가 와트 규모의 평화적 상용 원자로가 세계 최초로 가동에 들어갔다.
원자로 건설 규모 : 1954-2012가동 초기 원자력 발전소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값이 싸고 풍부한 에너지를 인류에게 제공하는 꿈의 에너지로 받아 들여졌다. 미국의 민간 발전사업자들 사이에서는 원자력 발전소는 무조건 가져야 하는 필수품처럼 여겨졌다고 한다. 초기 투자비만 마련할 수 있으면 연료비가 거의 들지 않는 대박 상품으로 비쳐졌던 것이다.

하지만 1979년3월 미국 펜실베니아주의 스리마일섬 원자력발전소(TMI 원전)에서 사고가 발생해 주민들이 긴급 대피하면서 원자력 발전의 안전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직접적인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첨단기술로 지어진 원자력 발전소에서 가동 3개월 만에 노심용융 사고가 난 만큼 파장은 컸다.

이어 1986년 4월 체르노빌 원전사고,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원자력 발전에 대한 공포를 증폭시켰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일본은 원전의 가동을 모두 중단시키기도 했다. 독일은 2002년 원전 폐쇄 정책을 수립하고, 2035년까지 원자력 발전을 완전히 중단한다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원자력 발전 개념도카이스트 임만성 교수는 "원자로 설계 기술의 발달로 이제 원전은 사고 위험이 거의 없는 안전한 발전소가 됐다."고 말한다. 그러나 항공기 여행이 자동차 여행보다 1천분의 1 이하로 사고가 적은데도 대부분 사람들이 항공기 여행이 자동차 여행보다 더 위험한 것으로 생각하듯이, 원전도 사고가 적지만 한 번 사고가 나면 치명적이라는 이유로 다른 화력발전보다 훨씬 위험하다고 인식한다는 것이다.

1986년 출력 폭주 사고가 난 체르노빌 원전의 경우 치명적인 설계 결함을 갖고 있는 흑연 감속로였고, 2011년 중대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의 경우 한국과 다른 비등경수로로 한국의 원전이 채택한 가압경수로형 원자로보다 사고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직접적인 원자로 폭발 사고가 아니라 고온에서 발생한 수소가 폭발하면서 발생한 간접적인 사고였다고 설명한다.

일본 원폭피해자 염색체 이상 조사결과원전에서 방출하는 방사선의 위험도 지나치게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임 교수는 설명한다. 1945년 원자폭탄이 투하된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주민들에 대한 추적 조사 결과, 방사능에 노출된 사람들의 자녀들에게서 발생한 기형이 방사능에 노출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별 차이가 없었으며, 세포 유전적인 이상도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위표 5 참조)Comparison of Lifecycle Greenhouse Gas Emissions of Various Electricity Generation Sources, WNA, 2011 : 발전 에너지원 별 CO2 발생 규모정부는 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공해물질을 줄이기 위해 석탄이나 석유 발전을 축소하고 LNG 발전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LNG 발전도 초미세먼지의 원인이 되는 질소 산화물을 배출하고, LNG 발전의 이산화탄소 배출 규모는 원자력 발전보다 180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source: A. Voss (2000)에너지기술의 환경영향 비용을 분석한 결과도 원자력 발전이 0.2센트로 풍력과 수력에 이어 세번째로 환경영향 비용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력 발전의 환경영향 비용은 태양광의 환경영향 비용의 4분의 1 에 그쳤다.

또 한가지 짚어볼 대목은 우리가 원전을 포기한다고 해도 한반도는 원전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중국은 서해 인근에 2030년까지 대형 원전 150개에 해당하는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원자력 발전 비중을 급속히 늘리고 있다. 중국이 건설을 계획하고 있는 원전은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원자력 발전소 수 20개의 7배가 넘는 규모다.
중국의 원전 건설 계획임 교수는 "공짜 점심은 없다.(There is no free lunch)"는 말로 에너지 정책을 요약하고 있다. 우리가 무엇을 하든 좋은 것에는 반드시 그것에 대가가 따른다는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현실적으로 가장 경제적이고 효율이 높으며 환경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최선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칼럼] 원전은 '악마의 발전소' 인가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전기에너지의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리고 급속히 늘어날 전기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에너지 밀도가 높은 에너지는 당분간 원자력 발전에서 답을 찾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미래의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수소 핵융합 발전의 성공을 위해서도 원자력 발전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는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정부는 2030년 원자력 발전 비중을 당초 계획 41.3%에서 21.2%로 축소한다는 계획이다. 대신 가스 발전 비중을 3배,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배 늘린다는 목표이지만 현실적으로 달성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체 전기 에너지 수요 예상치도 7차 계획보다 줄여 잡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본격 도래하면서 전기 수요는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칼럼] 원전은 '악마의 발전소' 인가원자력에너지는 에너지 밀도가 큰 만큼 사고가 발생할 경우 피해도 그만큼 크고 심각할 수 밖에 없다. 방사능에 노출됐을 경우 인체와 생태계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지도 아직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여기에 노후 원전 처리, 갈수록 쌓이고 있는 핵 폐기물의 처리나 관리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반면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는 갈수록 발전 효율이 높아지고, 발전단가가 싸지고 있다. 폐기물이 나오지 않아 생태계에 영향이 적고, 무궁무진한 에너지인만큼 앞으로 우리가 개발해야 할 청정에너지임에 틀림없다.
2017년 한국전력 발전원별 전기구입 규모 및 단가경제발전의 역사는 결국 에너지 개발의 역사라고 할 만큼 경제생활에서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너무나 크다. 우리의 의식주 생활에서 어느 곳 하나 에너지가 필요하지 않은 곳이 없다. 대한민국의 산업구조가 에너지 소비가 많은 업종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탈원전이라는 목표 달성에 치중해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너무 급격하게 조정하기 보다는, 신재생 에너지 기술의 발전 속도에 보조를 맞춘 보다 완만한 에너지 포트폴리오의 조정을 통해 에너지의 안정적인 수급을 꾀하는 에너지 정책과 환경 정책의 조화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진전되면서 세상의 변화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 AI와 통신기술의 발달, 전기자동차 증가 등으로 전기에너지 수요도 빠르게 늘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설계에서 시공, 운영까지 우리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원자력 발전기술을 고도화시켜 보다 안정적인 전기 에너지 확보에 활용해야 한다는 이른바 '원전 마피아'들의 목소리에도 한 번 귀를 기울여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