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는 국가로부터 두 차례나 배신당한 피해자들의 사연과 우리 사회 구조적 문제점을 심층적으로 파헤쳐 보겠습니다. 바로 가혹행위로 억울한 누명을 쓴 국가범죄의 희생자들 이야기입니다. 이들 가운데에는 옥살이한 것도 모자라, 국가로부터 받은 배상금을 토해내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먼저 권지윤 기자가 그 사연을 들어봤습니다.
<기사 내용>
박동운 씨가 간첩 누명을 쓴 것은 1981년, 36살 때입니다.
[박동운/과거사 피해자 : 큰놈이 (내가) 안기부에 잡혀갈 때 다섯 살, 가운데 딸이 세 살, 그리고 뱃속에 하나 있고 그런 상태였지.]
어머니와 동생 등 일가족이 간첩으로 몰린 이른바 '진도 간첩단 사건'입니다.
[박동운/과거사 피해자 : (안기부 요원들이) 한 번에 달려들어서 때리고 발로 차고, 몽둥이로 때리고 한참 맞고 나니까 내가 정신을 잃었지.]
고문을 당했다고 호소했지만 판사는 외면했습니다.
[박동운/과거사 피해자 : (판사가) 서류를 자기 탁자에다 치고, 그러면서 하는 말이 안기부하고 검찰에서 다 시인하고, 여기서 부인하면 어떻게 하냐면서 호통만 치더라고…]
1심 사형, 2심 무기징역, 박 씨는 17년 넘게 옥살이하다 1998년 53살의 나이로 석방됐습니다.
[박동운/과거사 피해자 : 잡념이 드는 것도 오로지 내가 재심에서 어떻게 무죄를 받을 것인가 그 생각이지.]
국가를 상대로 한 오랜 싸움 끝에 사건 발생 28년 만인 2009년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됐고 이어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1, 2심 승소했습니다.
배상금의 절반 정도인 8억여 원도 미리 받았습니다. 그런데 2013년 돌연 대법원이 과거사 손해배상 시효를 단축했습니다.
재심 무죄 확정 뒤 3년까지 배상 청구가 가능했는데, 형사보상 확정 후 6개월 이내라는 추가 시효 판례가 나왔습니다.
이에 따라 2014년 대법원은 박 씨의 최종심에서 국가 배상 결정을 취소해버렸습니다.
박 씨가 형사보상 확정 8개월 뒤 소송을 내 시효를 두 달 넘겼다는 겁니다.
[박동운/과거사 피해자 : 원래 저, 우리 가족, 친인척이 국가와 싸우려고 태어난 것은 아니죠. 국가가 그렇게 만들어 놓은 거죠.]
정부는 박 씨를 상대로 미리 받은 8억 원까지 다시 달라며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고 박 씨는 이 소송에서도 패소해 이자까지 11억 원을 돌려줘야 할 처지입니다.
(영상취재 : 김태훈, 영상편집 : 정성훈)
(SBS 비디오머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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