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김성준의시사전망대] "저출산이 아니라 저출생? 본질은 그게 아닌데…"

인터뷰 자료의 저작권은 SBS 라디오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인용 보도 시, 아래와 같이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방송 : 김성준의 시사전망대 (FM 103.5 MHz 18:05 ~ 20:00)
■ 진행 : SBS 고희경 앵커
■ 방송일시 : 2018년 7월 5일 (목)
■ 대담 : 장하나 '정치하는 엄마들' 공동대표 /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

장하나 '정치하는 엄마들' 공동대표
- 복지 제도의 확대일 뿐인 저출산 대책에 실망
- 출산율 하락 이유는 여성들의 고용률 하락 때문
- 복지로 출산율을 제고하겠다는 발상 바꿔야 해
- 아이 돌보미 사업, 수요에 비해 공급 너무 적어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 엄마들, 첫째보다 둘째 낳기 쉬어졌다는 말해
- 한국, OECD 국가 중 가족 지원 재정량 적은 편
- 저출산을 저출생으로 바꾼다? 어휘에 너무 집착
- 저출산 정책이 기혼 여성 중심이란 비판도 있어


▷ 고희경/진행자:

올해 출산율이 1.0도 위태위태할 것이다. 이런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요. 오늘 문재인 정부의 첫 저출산 대책이 나왔습니다. 저출산 대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서 2040세대의 삶의 질을 높이는 쪽으로 초점을 맞췄다는 겁니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엄마들은 이번 대책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먼저 '정치하는 엄마들'의 장하나 공동대표 연결해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대표님 안녕하세요.

▶ 장하나 '정치하는 엄마들' 공동대표:

네. 안녕하세요.

▷ 고희경/진행자:

오늘 발표된 저출산 대책 보시니까 어떻든가요?

▶ 장하나 '정치하는 엄마들' 공동대표:

좀 실망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이게 복지 제도의 확장이고, 복지 확대이지 이게 저출산 대책은 아니라고 단언하겠습니다.

▷ 고희경/진행자:

그냥 복지 제도의 확대이다. 특히나 어떤 점에서 그런가요?

▶ 장하나 '정치하는 엄마들' 공동대표:

일단은 저희가 지난해 12월에도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 부위원장님하고 저희 정치하는 엄마들 회원들 간에 간담회도 가졌고요. 그 때도 누누이 강조했지만. 지금 대한민국이 유독 출산율 하락을 면치 못하는 이유는 여성들의 고용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얘기를 드렸었고요. 여기에 남성의 육아휴직 참여라든가 이런 부분들이 제시되어 있던데. 현재 대한민국의 경우는 교사 공무원이 아닌 일반 기업에 다니고 있는 여성 자체도 육아휴직을 못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경력단절 비율도 일반 회사에 다니는 여성 노동자의 경우는 현재 거의 45%가량이, 두 명 중 한 명이 아이를 낳으면 하던 일을 관둬야 할 정도로 열악하거든요. 여기에 대한 재고 없이 아이 키우는 데에만 도움을 주겠다고 한다면 사회적 경력과 자아를 포기해야 되는 여성들이 혼인과 출산을 선택할 확률은 적다. 이것들은 20대 미혼 여성들에게도 확인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 고희경/진행자:

사실 어떤 단기적인 대책은 나올만한 것은 다 나왔잖아요. 지난 10년 동안 저출산 대책이라는 이름으로 100조 원이 넘는 돈이 투입됐다는데요. 정말 그동안 헛돈 쓴 건가요?

▶ 장하나 '정치하는 엄마들' 공동대표:

헛돈은 아니죠. 왜냐하면 저희가 OECD 국가 중에서도 복지 지출이 낮은 국가이기 때문에. 오늘 발표한 이런 것들도 그 자체로 복지 정책으로는 환영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후에도 확대해나가야 되겠고요. 그런데 그것으로 출산률이 제고되겠다는 발상 자체를 바꿔야 된다는 얘기를 드리고요. 아까 말씀드린 대로 교사 공무원이 아이를 더 낳을 수 있는 것은 출산 육아휴직 후에도 안정되게 직장으로 돌아갈 수 있고, 경력을 계속 이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민간기업에서 그렇지 못한 이유를 봤을 때. 일단 기업의 부담을 좀 지우는 방식이 아니고서 이렇게 계속 국가 재정으로만, 복지로만 출산율을 높인다는 것들이 아마 불가능한 정책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고희경/진행자:

그러면 정부에서 지금 2040의 삶의 질을 높이는 형식의 저출산 대책. 그래서 패러다임을 바꾼 것이다. 이렇게 나름 의미를 두고 있는데. 그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게 방향이 틀렸다는 말씀인가요?

▶ 장하나 '정치하는 엄마들' 공동대표:

예. 그것은 복지 확대이고요. 어떻게 여성들이 임신, 출산, 육아 하면서도 하던 일을 계속할 수 있는가. 잘리지 않는가. 이렇게 말은 경력 단절이지만 사회적으로 부당 해고당하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거기에 집중을 해줬으면 좋겠고요. 딱 그 부분만 빠져있어서 아쉽다는 말씀입니다. 모든 정책들이 당연히 필요한 정책이죠.

▷ 고희경/진행자:

그러면 직장 여성들 중에서 10명 중 6명은 어떤 조사 보니까 결혼 계획이 아예 없다. 이렇게 답을 했더라고요. 그런 영향이 있을까요?

▶ 장하나 '정치하는 엄마들' 공동대표:

제 경우에도 같은 직장에 다니고 있는 기혼 여성들, 여성 선배들. 겪는 삶의 모습을 보면서 당연히 혼인과 출산을 주저하게 될 것이라고 보여지고요. 당연한 결과인 것 같습니다.

▷ 고희경/진행자:

그리고 많은 분들이 사실은 아이를 안 낳는 부분에 대해서 우리나라 교육 제도의 문제라든가, 부동산 문제라든가. 이런 것 때문인데. 왜 여기를 먼저 안 고쳐주냐. 이런 불만의 목소리도 높더라고요.

▶ 장하나 '정치하는 엄마들' 공동대표:

예. 저는 아까 전에 설문조사에 응했다는 미혼 직장 여성들에게 그러면 주거가 보장되고, 아이들 교육, 사교육비 등이 보장이 되면. 그랬을 때는 본인의 일, 사회생활 등을 포기하고 출산을 하겠느냐고 했을 때. 아무리 다 보장되어도 사회생활을 이어가지 못한다면 출산은 당연히 고민하게 될 것이다. 이 얘기를 계속 드리는 것이죠. 한계가 있다는 거죠. 그런 복지 방식대로는.

▷ 고희경/진행자:

그 복지 확대되는 제도 중 하나를 보니까. 돌보미 제도를 확대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더라고요. 그런데 현장에서 지금 엄마들이 돌보미 제도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은 것 같던데 어때요?

▶ 장하나 '정치하는 엄마들' 공동대표:

예. 특히 공공 영역이 한국은 많이 부족하지 않습니까. 아이 돌보미 사업이 있기는 하지만 엄마들이 원하는 수요에 비해서 공급이 너무 적기 때문에. 그런 부분 문제가 있고.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민간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업체들을 이용하고 있는데. 그랬을 때 안정성이나 가격, 여러 가지 면에서 힘들고. 그런 제도적 확대는 바라죠. 그런데 계속 말씀드리지만 그런 서비스가 계속 확대된다고 하여서 더 출산할 것인가는 별개의 문제다. 다른 OECD 국가 중에서도, 대한민국도 99년부터는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남성을 앞섰다는 말입니다. 그런 이런 문제들이 다른 선진국들도 다 겪었어요. 출생률이 다 같이 떨어졌어요. 그런데 어떤 나라는 계속 떨어지고, 어떤 나라들은 그것을 다시 극복했단 말이에요. 봤을 때 여성의 사회참여, 고용률 제고한 나라들이 출산을 다시 했고. 아동수당이라든가. 오스트리아 경우에는 한 아이를 낳으면 한국 돈으로 1,800만 원. 이렇게 일시급으로 지급할 정도로 수당을 넉넉히 줍니다. 그래도 오스트리아는 출산율 제고가 안 됐다. 그래서 다른 나라 사례들을 보면 어느 방향으로 가야 될지 알 수 있고. 이런 것들로 저출산 극복될 것이라고 한다면 지난 100조 낭비한 것과 비슷하다. 이거죠. 여기 플러스 여성의 노동에 대한 고려를 꼭 하셔야 한다. 그렇게 당부드립니다.

▷ 고희경/진행자:

예. 잘 알았습니다. 고맙습니다.

▶ 장하나 '정치하는 엄마들' 공동대표:

네. 감사합니다.

▷ 고희경/진행자:

지금까지 장하나 '정치하는 엄마들' 공동대표 연결해서 저출산 대책에 대한 목소리를 들어봤고요. 마침 오늘 저출산과 관련해서 시민 인식조사가 나왔는데요. 이번 정부 정책이 시민들의 요구를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는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이상림 연구위원을 이번에 연결해 보겠습니다. 위원님 나와 계시죠.

▶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예. 안녕하세요.

▷ 고희경/진행자:

안녕하세요. 방금 전에 장하나 대표와 연결을 해봤더니 이번 저출산 대책에 대해서 그냥 복지 정책을 확대하는 것 아니냐. 이렇게 평가를 하시는데요. 어떻게 보세요?

▶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아까 장 대표님께서 말씀하셨듯이 정부는 두 가지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구조적 일자리 문제라든지, 여성의 경력 단절이라든지. 주택, 교육, 이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면서 출산율 높이고자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저출산 정책에 대한 비판이 워낙 높다 보니까.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확대시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마 이번 정책에서는 그런 원칙을 지킨다는 것을 천명한 가운데 후자, 체감도를 높일 수 있는 정책을 강조한 것 같은데요. 실제로 이것이 구조적 문제와 같이 결합되지 않으면 작동하지 못 할 수도 있고요. 실제로 이 정책이 국민들 체감을 높이느냐는 제도의 문제보다도 이것이 어떻게 작동되느냐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출산휴가라든가, 아까 말씀하셨던 아이 돌보미 문제들이. 제도는 있지만 실제로 운영이 잘 안 되고 있거든요. 이런 현장에서의 작동 여부가 체감도와 연결될 것 같습니다.

▷ 고희경/진행자:

네. 그야말로 탁상행정이 되지는 말아야 할 텐데. 지금 오늘 나온 시민 인식조사를 보니까 그동안 출산양육 지원 정책이 자녀 양육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느냐고 했더니. 50% 절반 이상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렇게 응답을 했어요. 이유가 뭘까요?

▶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우선 아주 중요한 문제는 선입견이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이번 조사 결과에도 보면 아이가 없는 미혼이나 무자녀 청년들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응답이 굉장히 높았어요. 실제 경험해보지 않았던 거죠. 그런데 아이가 있는 분들은 도움이 된다는 비율이 한 50%에 가까웠고요. 또 현장에서 보면 아이 터울이 큰, 두 자녀를 가지고 있는 어머니들과 인터뷰를 해보면. 첫째보다 둘째를 낳기 굉장히 쉬워졌다고 얘기를 합니다. 이것은 둘째가 더 편한 것도 있지만 그만큼 지원이 확대됐기 때문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한다는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느끼는 것은 아마 두 가지 이유가 또 있는 것 같은데요. 하나는 지원의 양이 너무 부족합니다. 아까 장하나 대표께서도 말씀하셨듯이 우리나라가 OECD 국가들에 비교해서 가족 지원의 재정량이 너무나도 적고요. 두 번째는 구조적인 문제가 어려움이 너무 큽니다. 예를 들어서 일자리라든지, 소득이라든지, 주거라든지. 이런 문제들 때문에 해결되어야 할 문제들이 너무 많은데. 그 문제들은 어차피 지원 정책으로는 해소되지 않거든요. 이 어려움이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에서 정부가 작은 양의 지원을 가지고는 만족시키기 힘든 거죠. 그러면서 체감도가 매우 낮아진 것 같습니다.

▷ 고희경/진행자:

이상림 위원께서도 정부의 저출산위원회에 위원으로 활동하고 계시죠?

▶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예. 분과위원으로 있습니다.

▷ 고희경/진행자:

저출산위원회에서 아예 법적인 용어를 저출산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앞으로는 저출생으로 바꾸는 것도 검토한다. 이런 얘기가 있던데. 이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 건가요?

▶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저는 인구학자거든요. 인구학에서는 사실 출산이라는 말을 출생보다 더 많이 쓰는데. 이것이 여성들의, 아니면 사회적인 인식을 바꾼다면 저는 좋은 역할, 어느 정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그런 어휘를 자꾸 바꾸는 것에 집착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사태의 본질을 잘못 보는 것도 있지 않을까. 실제적인 삶의 개선, 실제적인 성평등이 이뤄지는 쪽으로 나아가야지. 너무 어휘에 신경 쓰는 것은 너무 집착하는 것 같습니다.

▷ 고희경/진행자:

요즘 여성들이 저출산 대책. 저출산, 저출산 하니까 우리가 아이 낳는 기계냐. 이런 얘기들을 하고 있잖아요. 그것을 정부에서 의식하고 있는 것 같네요.

▶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예. 그렇죠. 많은 부담감을 느끼고 있고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여성의 출산 도구화 문제에 대한 비판이 있으면서. 성평등 문제가 정책에 들어오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이 정책이 너무 기혼 여성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지 않느냐 하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밸런스의 문제도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은 한 번 지적하고 싶습니다.

▷ 고희경/진행자:

비혼 여성에 초점을 맞춘 정책도 개발을 해야 한다. 이런 말씀이네요.

▶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너무 집중되고 있으면 안 되겠다는 말씀입니다.

▷ 고희경/진행자:

네. 지금까지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이었습니다. 말씀 고맙습니다.

▶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예. 감사합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