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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F X 김동식] 파업의 원인 - 2편

D포럼, 김동식 작가 신작 단독 연재

[SDF X 김동식] 파업의 원인 - 2편
※SBS 보도본부는 지식나눔 사회공헌 프로젝트인 "SBS D 포럼(SDF)"의 연중 프로젝트 중 하나로, 김동식 작가와의 단독 단편소설 연재를 시작합니다.

SDF2018의 올해 주제는 "새로운 상식-개인이 바꾸는 세상".김동식 작가 본인이 이 주제에 부합하는 인물인 동시에 작품을 통해서도 같은 주제를 고민해온만큼, SDF는 11월 1일 오프라인 포럼 전까지 SBS 사이트를 통해 작품 10편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회사에 도착한 두석규는 엘리베이터 거울에서 바람에 날린 머리를 점검했다. 나이 때문에 머리 숱이 적은 게 안 그래도 신경 쓰였었는데, 지금은 완전 엉망이다. 아무리 잡아도 머리 정리가 안 되자, "아오!" 신경질적으로 거울을 '퍽!' 치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복도를 지난 두석규가 사무실로 들어가자, 비서가 곧바로 따라붙었다. 비서는 얼른 먼저 사무실의 불을 켰다. 6층의 사무실은 파업 중인 창문 대신 커튼이 쳐져 있어서 어두웠다.

"사장님 안녕하십니까"

"안녕 못 해."

"아 예... 금산 사장님께서 발주비 문제로 연락해 주셨었습니다. 오늘까지 대답해주기로 하셔서, 어떻게 진행할지 물어 보시던데요. "

"아 이런! 깜박했군! 어디에다 뒀지 그걸? "

자신의 책상으로 걸음을 빨리한 두석규가 서랍을 뒤지기 시작했다. 옆에 서서 핸드폰을 확인하고 있던 비서가 "아!" 놀란 소리를 냈다. 힐끔 쳐다본 두석규가 물었다.

"왜? 뭔데?"

"아 그게, 거울이 파업을 했다고 합니다."

"뭐야?!"

"지금 전국의 거울이 구겨진 쿠킹포일처럼..."

비서는 눈치껏 사무실 TV를 틀었다. 방송에서는 이미 거울 파업 캠페인이 나오는 중이었다.

[거울에 낙서하지 맙시다. 날카로운 것으로 거울을 긁지 맙시다. 거울을 벽에 걸 때는 못이 튼튼한가 꼭 확인을... ]

움직임을 멈춘 두석규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 아까 엘리베이터에서 거울을 친 기억이 떠올랐다.

'에이 설마, 나 때문은 아니겠지?'

그는 곧, 고개를 저었다. 그런 파업이 일개 인간 하나 때문에 일어날 리가 없지 않은가? 사물의 파업은 모든 인간에게 쌓인 불만이 터져서 일어난다는 게 학계의 정석이다.

두석규는 다시 책상 뒤지기에 전념했다.

"빌어먹을 놈의 서류가 어디다 있는 거야?! 너 몰라?"

"죄송합니다. 메일을 확인하고는 있는데...나가서 찾아보겠습니다."

비서가 급히 나가고, 두석규는 서류를 찾지 못한 짜증에 '쾅! 쾅!' 소리가 날 정도로 책상 서랍을 여닫았다. 보이지 않아서 책장 쪽으로 이동하는데 갑자기,

'쿠당탕 탕탕! '

"엇 뭐얏?! 아 이런!"

책상이 미끄럼틀처럼 기울어지며, 올려져 있던 모든 것을 바닥에 쏟아버렸다. 서랍까지 몽땅 침 뱉듯이 뱉어냈다.

"이런 망할?! 뭐야, 책상도? 또 파업이라고?! 아오!"

두석규는 바닥에 떨어진 노트북이며 전화기를 정리하다가, 리모컨을 집어 들고 TV를 틀었다. 뉴스 앵커가 테이블 없이 서서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긴급 뉴스입니다. 전국의 모든 책상이 파업에 들어갔습니다. 하루에 네 건의 파업이 들어간 일은 사상 최초입니다.]

자신의 책상을 바라보는 두석규의 표정이 찜찜했다.

"뭐야 진짜? 에이 씨, 설마 아니겠지?"

[전문가들은 책상의 파업을 예정된 결과로 보고 있습니다. 의자 파업 이후, 의자 대신 책상 위에 앉은 사람들 때문일 거라고 추측하는 가운데, 예전 사례들을 살펴보면... ]

"으음..."

두석규는 쓰러진 물건들을 한쪽에 모으면서도, 섣불리 화를 내지 않았다. 아닐 거라곤 생각했지만, 영 찜찜했다. 아침에 의자부터 시작해서, 혹시 자기 때문에 파업을 하는 걸까 싶은 마음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TV에서는 모든 언론이 의무적으로 내보내야 하는 책상 파업 캠페인이 흘러나왔다.

[책상 정리는 주기적으로 합시다. 책상 위에 칼로 이름을 새기지 맙시다. 책상은 침대가 아닙니다. 책상 서랍이 덜컹거릴 경우 비틀림을 점검하여...]
 
파업의 원인 2

[3편에서 계속됩니다]
3편 바로 가기 → http://www.sdf.or.kr/story/3/
첫 편부터 보기 → http://www.sdf.or.kr/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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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식 작가 소개 바로 가기 → http://www.sdf.or.kr/story/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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