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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판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가치 7조 원 부풀렸다"…'수상한 에버랜드 땅값' 감사결과 전격 공개 (풀영상)

▶ [끝까지판다①] '삼성에 유리하게'…국민연금, 하루 만에 회사가치 7조 조작

<앵커>

SBS 탐사보도 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제일모직 가치를 올리기 위해서 삼성이 에버랜드 땅값을 부풀렸다는 의혹, 지난 3월 집중적으로 전해드린 바 있습니다. 또 이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서 당시 국민연금공단까지 나섰다는 의혹도 저희가 함께 전해드렸습니다.

저희 보도가 나간 뒤에 국민연금공단이 두 달 동안 내부 감사를 벌였는데 그 결과가 충격적입니다. 합병이 성사되면 국민의 소중한 노후 자금이 큰 손실을 볼 걸 뻔히 알면서도 국민연금공단이 에버랜드 땅값과 자회사 가치를 별다른 근거 없이 부풀려서 삼성에 유리하게 보고서를 꾸민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먼저 단독 입수한 보고서 내용, 이병희 기자가 전하겠습니다.

<기자>

제일모직 1주 대 삼성물산 3주. 삼성이 정한 이 합병 비율을 맞추려면 제일모직의 가치를 올리고 삼성물산의 가치를 떨어뜨려야 했습니다.

국민연금공단 리서치팀은 우선 제일모직 소유의 에버랜드 땅값을 부풀렸습니다.

에버랜드 주변 땅값을 평당 154만 원으로 산정해놓고도 에버랜드 땅값은 아무 근거 없이 이보다 30% 높은 평당 2백만 원으로 평가했습니다.

개발된 주변보다 개발 안 된 에버랜드 땅값을 더 높게 친 겁니다. 리조트와 골프장 등 40만 평은 가치를 중복 계산했습니다.

[김경률/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 : (땅값을) 두 번 계산하고 있는 거죠. 이건 명백히… 결국엔 제일모직의 지분을 많이 가진 특정인, 이재용 부회장에게 이익이 많이 돌아가는 방법일 수밖에 없죠.]

리서치 팀은 제일모직 가치를 올리기 위해 제일모직이 최대 주주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합리적 이유 없이 끌어 올렸습니다.

실무진이 보고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초 평가 금액은 4조 8천억 원. 하지만 당시 리서치팀장은 "가치를 확 키워보라"라며 실무진을 압박했습니다.

실무진이 하루 동안 예닐곱 차례 수치를 올려 보고한 끝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는 7조 원 가까이 부풀려져 11조 6천억 원이 됐습니다.

[홍순탁 회계사/내가만드는복지국가 조세재정팀장 : 1차 평가 결과를 거의 세 배 수준까지 올리라는 지시를 했다는 걸 보면 이건 사실 기업 가치 평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어떤 특정한 목적에 맞추기 위해 평가 결과가 왔다갔다 했다고 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삼성이 제시한 합병 비율을 받아들이면 국민연금이 손실을 볼 거라는 분석이 나오자 4시간 만에 2조 천억 원의 합병 시너지가 발생한다는 보고서도 만들었습니다. 역시 임의로 선택한 수치였습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오영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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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까지판다②][단독] 국민연금, '삼성 합병 관련' 조작 자료 삭제

<앵커>

보신 것처럼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보고서를 작성한 국민연금공단의 직원들은 뒤탈이 날까 봐 걱정은 많았던 거 같습니다. 실무 책임자는 관련 보고서를 삭제하라고 두 차례나 지시했고 또 다른 상관은 수사에 협조한 직원을 조직의 배신자라고 공개적으로 공격하기도 했습니다. SBS가 이런 감사 결과를 알고 취재에 나서자 예정보다 일찍 감사보고서를 공개하기는 했는데 이런 민감한 내용은 쏙 뺐습니다.

계속해서 장훈경 기자가 단독 취재한 내용입니다.

<기자>

SBS가 입수한 국민연금의 감사 결과 보고서입니다.

합병 비율을 조작하도록 지시한 리서치팀장은 실무진에게 관련 자료 삭제를 두 차례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합병 찬성 이후 한 번, 검찰 압수수색 전에 또 한 번 삭제 방법까지 직접 제시했습니다.

중간 보고서에 최종본의 내용을 덮어쓰게 하고 제목도 최종본과 똑같이 바꾼 뒤 중간 보고서들을 삭제해 최종본 파일만 남게 했습니다.

국민연금 감사팀은 "내용을 세탁하는 전형적 방법"이라는 전문가 견해까지 덧붙였습니다.

[이상진/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 포렌식(과학수사기법) 하더라도 (중간 보고서를) 밝혀낼 수 없게 하려는 시도 같거든요. 중간에 누군가가 했던 내용을 의도적으로 감추려는 시도로 보입니다.]

그런데 국민연금이 오늘(3일) 공개한 감사 결과 보고서에는 삭제 방법이나 삭제 의도가 모두 빠졌습니다.

국민연금공단 내 고위 인사가 특검 수사에 협조한 부하 직원들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조직의 배신자"라고 부르며 갈등과 따돌림을 조장했다는 조사 내용도 모두 삭제된 채 공개됐습니다.

국민연금은 "합병 과정의 내부 업무 처리 지침 위반과 관련된 것만 요약공시 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국민의 노후자금 투자가 엉터리로 진행됐다는 감사 결과를 내놓고서 징계 요구는 해임 1명, 견책과 경고 2명에 그쳐 자기 식구 감싸기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정춘숙/더불어민주당 의원 : 합병 보고서를 조작한 당사자에 대해서 파면이 아닌 해임 정도 수준의 조치를 하는 것은 국민 정서상 굉장히 맞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이 들고요.]

국민연금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내부 징계가 아닌 수사 의뢰를 통해 진상을 명확히 규명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김종우, VJ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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