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호(왼쪽)·유순주 씨
달리던 고속버스 안에서 발생한 칼부림 사건 당시 승객 일부가 가해자를 용감하게 제압해 더 큰 화를 막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동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오전 11시 50분쯤 하동군 남해고속도로를 달리던 고속버스에서 승객 A(21·여) 씨가 난데없이 다른 승객 B(44) 씨를 흉기로 찌르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잠을 자던 승객 이 모(22·전남대 2학년 휴학) 씨는 "살려달라"는 고함에 뒤를 돌아봤고,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몸이 먼저 반응했습니다.
이 씨는 "피해자가 너무 많이 다친 상황이어서 흉기를 뺏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당시를 떠올렸습니다.
이 씨는 A 씨에게 달려들어 흉기를 뺏으려고 애썼지만 흥분해 저항하는 A 씨를 제압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이에 이 씨는 "도와달라"고 외쳤고, 이를 들은 다른 승객 한 명이 달려와 A 씨의 한쪽 팔을 잡았습니다.
뒤이어 버스를 세운 운전기사도 합세했습니다.
이렇게 이 씨는 흉기를 쥔 A 씨 손가락을 하나씩 떼 흉기를 떨어트린 다음 A 씨를 완전히 제압할 수 있었습니다.
이 씨 등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A 씨를 인계한 뒤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당시 이 씨 옷은 B 씨가 흘린 피로 뒤범벅이 된 상태였습니다.
이 씨는 "고향인 경남 고성에서 대학교로 가던 길이었는데 불과 5∼10분 사이에 일이 벌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제압하는 과정에서 흉기에는 다치지 않았고 버스 좌석에 긁혀 약간 찰과상만 입었다"며 "피해자가 무사하다고 해서 정말 다행"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용감한 시민은 이 씨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이 씨가 A 씨를 제압하기 위해 달려든 뒤 B 씨는 버스 밖으로 피신했습니다.
당시 정차된 고속버스 주변을 달리던 유 모(47·여) 씨는 피를 흘리던 B 씨를 발견했고 곧바로 뒷좌석에 태웠습니다.
B 씨를 인근 섬진강휴게소로 태우고 간 유 씨는 "무작정 갔다가는 더 위험한 상황이 올까 봐 경찰에 신고해서 휴게소에서 만나기로 했다"며 "피해자가 피를 너무 많이 흘리고 있어 한순간 무섭기도 했지만 '아들도 하나 있고 살아야 한다'고 해서 무조건 도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유 씨는 휴게소에 도착해서는 곧바로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이에 휴게소 직원들도 경찰과 119 구급대가 도착하기 전까지 의식을 잃어가는 B 씨에게 계속 말을 걸거나 이불을 덮어주는 등 도움을 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찰은 A 씨가 5년 전부터 조울증 치료를 받고 치료제를 복용하다가 올해 초부터 약 6개월간 복용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경찰은 A 씨에 대해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당시 버스에는 15명가량이 있었는데 이 씨 등 도움이 아니었다면 B 씨가 더 큰 화를 입었을 수도 있었다"며 "B 씨에게 여러모로 도움을 준 시민들에게는 감사장을 수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