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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난민 문제, 이것부터 보고 보자'…최초 공개 대한민국 난민 보고서 ①

2018 난민의 모든 것, All about 난민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작성 2018.07.07 14:24 수정 2018.07.07 18:3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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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마부작침] 난민 문제, 이것부터 보고 보자…최초 공개 대한민국 난민 보고서 ①
2018년 6월, 대한민국 제주특별자치도와 대한민국으로부터 8,000km 떨어진 중동의 예멘, 그리고 제주를 찾아온 예멘 난민. 유럽과 미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사회적 논란을 낳아온 난민 문제가 대한민국에 본격적으로 상륙했다.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대한민국의 난민에 대해 집중적으로 분석한다. 국내 언론 중에서는 처음으로 유엔 난민기구 UNHCR의 2000~2017년 난민 자료와 우리나라 법무부의 1994~2017년 자료를 전수 분석했다. 특히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법무부의 연도별 난민 신청·인정 사유와 신청·인정자의 성별 분류 자료, 심사 단계별 인정 자료를 입수해 들여다봤다. 데이터를 통해 지금 이 순간 한국에서의 난민 실태를 톺아봄으로써 난민 이슈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판단을 돕고자 한다. 한국을 찾은, 행운의, 혹은 불운의 난민을 만나서 그들의 사연도 취재했다. 2회에 걸쳐 보도한다.
마부작침 난민(1) <어느날 난민> 한 구절● 대한민국은 난민의 나라였다

1919년 4월 11일, 중국 상하이. 9년 전에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뒤, 조국을 떠나온 대한제국의 망명객들이 옛 '제국'의 이름을 따 정부를 세웠다. 조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그들은 '난민'이었고, 그들이 세운 망명정부의 이름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였다. 2018년 지금 대한민국 정부는 바로 그 난민들의 망명정부를 계승하고 있다.

1950년 12월, 유엔은 전쟁으로 폐허가 된 한국의 구호를 위해 유엔 한국재건단(UN Korea Reconstruction Agency, UNKRA)을 구성했다. 운크라(UNKRA)가 바로 현재 유엔 난민기구의 모태다.

대한민국은 난민의 나라였다. 1992년, 한국은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에 가입했다. 2012년엔 아시아 최초로 독립적인 난민법도 만들었다. 난민법 제정에는 중국에게 탈북자를 북한에 강제 송환하지 않도록 난민 대우해줄 것을 압박하겠다는 당시 정부여당의 의지가 깔려 있었다. 그럼에도 이제까지 난민은 한국인에겐 남의 나라 이슈였다.

2018년, 제주로부터 날아온 돌발 질문. "우리에게 난민은 어떤 존재인가?"

(*편집자 주: 유엔 난민기구 자료와 법무부 자료 가운데 같은 항목인데도 수치가 다른 경우가 있다. 유엔 난민기구 자료는 특정 수치가 1~4명일 때는 해당 난민이 노출될 수 있다며 별표로 나타내는 등 일부 표시 방식에 차이가 있고 난민 신청 단계를 더 세분화해 분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법무부 자료에는 유엔 자료에 없는 한국 난민의 세부 현황이 포함돼 있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필요한 곳에는 자료 출처를 따로 적었다.)

[지금, 세계 난민]

지구별 난민의 수는 현재 6,850만 명이다. 유엔 난민기구(UNHCR, UN High Commissioner for Refugees)가 집계한 현재의 전 세계 난민과 실향민 수가 그렇다. 대한민국 인구보다 1,500만 명이나 많다. 2017년 한 해에도 179개 나라에서 난민 1,994만 명이 새로 발생했는데 82%인 1,630만 명은 상위 10개국에 집중돼 있다.
[마부작침]난민

2010~2017년 최다 난민 배출국은 시리아다. 2017년 최다 난민 배출국도 시리아였다. 지난해 난민의 수는 631만 명. 2011년 시리아 내전이 발생한 이후 세계 어느 나라보다 가파르게 난민의 수가 늘었다. 시리아는 이전의 난민 발생 1위 국가였던 아프가니스탄을 2014년부터 제쳤다. 2위로 밀린 아프가니스탄에 이어 3위는 남수단이다. 내전 발발로 2013년 11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고 이후 평화협정 덕분에 잠시 주춤했지만, 다시 무력충돌이 잦아지면서 지난해엔 244만 명의 난민이 생겼다. 2013년과 비교하면 무려 21배다.

공식 '난민'이 되려면 심사를 통해 '인정'받아야 한다. 난민 인정 대신 일시 체류만 허용하는 경우도 있다. 난민 인정률은 난민 심사를 신청해 심사가 끝난 사람들 가운데 공식적으로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람들의 비율이고, 난민 보호율은 난민으로 공식 인정된 사람들에 인도적 체류자까지 더해 산출한 수치이다.

● OECD 37개국의 평균 난민 인정률은 24.8%…한국은 35위로 뒤에서 3번째

유엔 난민기구 자료에 따르면, 세계 190개국의 최근 18년(2000~2017년) 평균 난민 인정률은 29.9%, 보호율은 44.2%이다. '난민 지위에 관한 의정서' 가입 145개국으로 좁히면, 인정률은 28.1%, 보호율은 42.5%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37개 회원국 기준으로는 인정률 24.8%, 보호율 38.0%이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인정·보호율이 낮아지는 것 같지만 이는 사실 '평균의 함정'이기도 하다. 국가 간 편차가 크기 때문이다. 한국의 인정률은 3.5%로 OECD 국가 중 35위, 보호율도 10.7%로 역시 35위이다.

[마부작침] 난민(1) OECD 난민 인정 현황 최근 18년간 난민을 가장 많이 받아들인 나라는 독일이다. 난민 인정 68만 9,961명으로 미국(40만 2,745명), 프랑스(25만 3,692명), 영국(22만 4,718명)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독일의 난민 인정률은 31.7%로 OECD 평균보다 6.9%p 높다. 독일은 2016년에만 26만 명을 받아들여 정점을 찍었지만 2017년엔 14만 7,590명으로 10만 명 이상 줄었다.

난민 인정률이 가장 높은 국가는 터키다. 인정률 88.1%. 터키는 지난 18년간 14만 9,887명을 난민으로 받아들였다. 터키 외에 50% 이상의 인정률을 기록한 국가는 멕시코(55.7%), 캐나다(51.8%)다. 터키는 유럽연합 EU와 난민 협정을 맺어 유럽으로 향하던 난민 상당수를 수용하는 '유럽의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인정률이 특히 높은 것으로 보인다. '터키가 유럽의 목줄을 쥐고 있다'는 표현도 그래서 나온다.

하지만 유럽을 중심으로 난민·이민자 출신이 테러나 범죄에 연루된 사건이 계속 늘어나면서 독일을 비롯해 '난민 수용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던 정권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 독일의 2017년 난민 인정자 수가 전년보다 10만 명 넘게 줄어든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보인다. 난민 문제를 '인권'보다는 '안보' 관점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EU 회원국 간 갈등도 커졌는데 정상들이 지난 6월 말, 합동난민심사센터를 건립하고 회원국 내 난민 이동을 제한하기로 합의하면서 갈등은 일단 잦아드는 분위기다.

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보다 난민 인정률이 낮은 나라는 이스라엘과 일본뿐이다. 이중 한국과 인접한 나라는 일본이다. 2017년 한국보다 2.1배 많은 12,874건의 난민 심사 완료가 이뤄졌지만, 난민으로 인정한 건 단 11명에 불과했다. 일본의 2017년 난민 인정률은 고작 0.1%, 보호율 0.4%다. 일본은 난민 수용에 극도로 소극적인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엔 자국 내 여러 문제에 난민 이슈를 추가하지 않으려는 속내가 있다.

[지금, 한국 난민]

한국은 지난 1992년 '난민 지위에 관한 협약'에 가입했다. 2012년 아예 별도의 '난민법'을 제정해 2013년부터 시행하기 시작했다. 법 시행 당시 박근혜 정부는 "난민 신청자의 절차적 권리가 강화되고, 인권 국가로서 국제적 위상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홍보했다. 제도적 기반은 갖췄지만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남수단 등 주요 난민 발생국과는 멀리 떨어져 있는 데다 종교, 문화 등 차이도 커서 난민 신청을 위해 한국을 찾는 이는 많지 않았고, 난민이 주요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지도 않았다.

● 제주 예멘인 대거 입국으로 난민 이슈 부상…법무부 "올해 난민신청 18,000명 예상"

그런데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제주에 올 들어 예멘인 5백여 명이 들어와 난민 신청을 하면서 한국에서도 난민 이슈가 급부상했다. '난민법 폐지' 등을 주장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64만 명 넘게 참여하는 등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마부작침]난민
한국이 난민 협약 가입에 따라 난민 신청을 받기 시작한 1994년엔 신청자가 단 5명이었다. 2017년엔 9,942명이 신청해 23년 만에 신청자 수는 1,988배 증가했다. 누적 신청자 수는 3만 2,733명이다(법무부 자료). 난민법 시행 이후 급증하는 추세라고 볼 수 있다. 지난 6월 19일, 법무부가 내놓은 보도자료의 제목은 '올해 난민 신청 18,000명 예상, 3년 내 12만 명 넘어설 것으로'이다. 난민 신청이 크게 늘어나는 만큼 심사를 더욱 엄정하게 하겠다는 내용이다.

● 2001년 첫 한국 난민 탄생…난민 인정률은 4% 수준

첫 난민 인정자는 2001년에 나왔다. '1호 난민'은 에티오피아 출신 20대 전도사로, 반정부 단체 활동을 난민 사유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 난민은 생활고에 시달리다 3년 만에 다른 나라로 떠나버렸다.
[마부작침] 난민(1) 연도별 난민 인정률 보호율
이후 17년간(2001~2017년) 한국에서 난민으로 인정받은 건 유엔 자료 기준으로 708명이었다. 난민 인정률은 3.5%이다. 법무부 자료 기준으로는 792명, 4.1%이다. 스스로 신청을 철회한 이들까지 감안하면 인정률은 더 떨어진다. 세계 평균 인정률 29.9%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인도적 체류자'까지 더한 난민 보호율 또한 세계 평균의 4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찾아오는 난민 신청자 수도 적지만, 인정자 수가 적고, 인정률도 높지 않은 셈이다. 아이러니한 건, 한국 정부가 일본처럼 딱히 난민 수용에 소극적인 정책 기조 같은 걸 갖고 있던 것도 아닌데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사실이다.

● 난민 신청자의 13%는 파키스탄인…점점 다양해지는 국적
[마부작침] 난민(1) 난민 신청자 국적 TOP10유엔 자료 기준으로 세계 97개 나라에서 온 3만 2,641명이 지난 18년간 한국에 난민으로 인정받겠다며 심사 신청을 했다. 신청자 수가 많았던 상위 10개국 출신이 전체의 64.7%, 2만 1,129명이었다. 39개 나라는 신청자의 수가 10명 이하였다. 가장 많은 신청자가 나온 국가는 파키스탄. 4,267명으로 전체 신청자의 13.1%에 달한다. 이어 중국(3,639명, 11.1%)과 이집트(3,244명, 9.9%), 나이지리아(1,826명, 5.6%), 카자흐스탄(1,810명, 5.5%) 순으로 신청자의 수가 많았다.

● 신청 사유 1위는 '기타'…인정자는 '0명'

난민법에서 정의한 난민은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인 신분 또는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를 받을 수 있는 외국인"이다.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이란 주로 사회적 소수자를 가리킨다. 물론 '박해를 받을 수 있다고 인정할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라는 조건이 달려있다.[마부작침] 난민(1) 난민 신청사유 인정사유[마부작침] 난민(1) 난민 신청 사유별 현황[마부작침] 난민(1) 난민 인정 사유별 현황
난민 신청을 받기 시작한 1994년 이후 지금까지 가장 많았던 신청 사유는 정치적 견해, 인종, 종교적인 이유, 국적, 특정 사회집단 구성원 신분, 가족 결합 중 어느 것도 아닌 '기타'(31.6%)였다. 2008년까지 난민 신청 사유는 대체로 정치적 견해의 비중이 컸고 그 다음은 종교였지만, 2009년 이후 줄곧 '기타'가 수위를 차지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기타'가 이렇게 많아진 데 대해 "가족 간 재산 분쟁이나 채무자 위협 등 사인간 위협을 신청 사유로 드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법무부가 볼 때 난민법에서 규정한 난민에 해당하지 않는데 신청했다는 말이 된다.

난민 인정 사유에서도 법무부의 이런 판단이 반영돼 있다. 24년간(1994~2017) 난민 인정 사유에서 가장 많았던 건 '가족 결합', 32.4%였다. 가족 중 1명이 난민 인정을 받으면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도 데려와 난민으로 인정받는 사례가 많은 것이다. 다음은 정치적 견해, 인종, 종교 순이었다. 신청 사유 1위인 '기타'는 24년 동안 단 1명도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이는 '난민에 해당하지 않는데 신청했으니 인정할 수 없다'는 법무부 논리가 그대로 유지된 것으로 보인다.
[마부작침] 난민(1) 난민 신청인정 성별 현황1994년 이후 누적 난민 신청자의 82.0%는 남성, 18.0%는 여성으로 4.6 대 1의 성비를 보였다. 2004년(68.9%)을 제외하고 24년 동안 남성 신청자의 비율이 70% 아래로 떨어진 일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난민 인정자의 경우엔 2007년과 2016년에는 여성 인정자가 남성보다 약간이지만 많았다. 난민 인정 사유 1위가 '가족 결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남편·아버지가 먼저 난민 인정을 받은 뒤 가족을 데려오는 경향, 내전 중 징집을 피해 모국을 떠나는 상당수가 남성이라는 점 등이 반영된 결과로 추정된다. 누적 난민 인정자는 남성 61.2%, 여성 38.8%로 1.6대 1의 성비를 보였다. 연령별로는 18~59세가 95.0%, 18세 미만과 60세 이상이 합쳐서 5.0%였다.

각 나라 난민의 성별, 연령별 구분이 명확하게 나온 유엔 자료는 확보할 수 없었다. 다만 OECD 국가 중 난민을 많이 받아들인 나라의 자료로 성별 경향성을 살펴보면 독일 1.7 대 1, 캐나다 1.2 대 1, 터키 1.5 대 1, 프랑스 1.4 대 1 등으로 남성의 비율이 대략 여성의 1.5배 수준이었다.
[마부작침] 난민 데이터 보기*연도별 난민 신청·인정 사유, 연도별 난민 신청·인정자의 성별 분류 현황 ☞ http://bit.ly/2KRkuHr

-한국이 이제까지 받아들인 난민의 수는 세계를 기준으로 보면 미미한 수준이다. 우리는 '난민'을 먼 나라 얘기로 여겨왔고, 실제로 상당 기간 이는 사실이었다.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김학휘 기자 (hwi@sbs.co.kr)
안혜민 기자·분석가(hyeminan@sbs.co.kr)
김그리나 디자이너·개발자(greena@sbs.co.kr)
인턴 : 윤현영  

▶ [마부작침] '난민 문제, 이것부터 보고 보자' 최초공개 대한민국 난민 보고서 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