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한라산"…남북,'화약고' 서해NLL서 핫라인 교신 성공

남북 함정이 1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 '핫라인'(국제상선공통망)을 10년 만에 정상 가동했습니다.

우발적 충돌방지뿐 아니라 판문점 선언의 군사분야 합의사항 이행이어서 의미가 작지 않습니다.

'한반도의 화약고'로 불리는 서해 NLL 일대에서 남북 함정이 즉각 의사소통하는 채널인 핫라인은 말 그대로 충돌방지 '안전판' 구실을 할 수 있어섰습니다.

남북은 서해 NLL 해상에서 1999년과 2002년 제1·제2연평해전을 치렀습니다.

NLL을 인정하지 않는 북한이 중국 어선 단속과 해상 초계임무 등을 이유로 NLL을 침범하면서 발발했던 사건이었습니다.

당시 남북 양측 함정 뿐아니라 군사 당국 간에도 핫라인은 없었던 탓에 발생했던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핫라인이 구축돼 가동됐더라면 무력 충돌을 막는 데 기여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날 남북 함정이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국제상선공통망(국제상선공용주파수)으로 상호 교신을 시작한 것은 4·27 판문점 선언의 군사분야 합의사항 이행 작업이 정상궤도에 올랐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남북은 동·서해지구 군 통신선 완전 가동을 위한 조치를 취하기로 한 데 이어 이번에 함정간 핫라인을 정상가동함으로써 서해 NLL 일대에서 우발적 충돌을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서해 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안전한 어로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실제적인 대책을 세워나간다'는 판문점선언의 군사분야 합의사항 이행을 위한 선제 조치로 볼 수 있습니다.

교신은 오전 9시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초계임무를 하던 우리 해군의 유도탄고속함(PKG·450t급)이 NLL 이북 해상의 북한 경비함정을 향해 "백두산"을 호출하면서 시작됐습니다.

PKG는 연평해전 당시 활약했던 노후 참수리 고속정을 대체해 건조한 신형 함정으로, 함명은 제2연평해전 전사자 6명 등의 이름으로 명명됐습니다.

서해 NLL 수호 임무를 띤 PKG가 이번에는 '평화의 메신저' 역할을 했습니다.

'백두산'은 2004년 남북이 제2차 장성급회담을 통해 서해상 우발 충돌방지에 대해 합의를 하면서 남측이 북측 함정을 호출할 때 사용하기로 약속한 호출부호다.

북측 함정은 우리 함정을 부를 때 '한라산'이라고 해야 합니다.

PKG 함교 근무자는 함교에서 "백두산 하나, 백두산 하나, 여기는 한라산 하나, 감명도?"라고 두 차례 교신을 시도했습니다.

이에 북측 함정이 즉각 "한라산 하나, 한라산 하나, 나는 백두산 하나, 감도 다섯"이라고 응답했습니다.

2008년 5월 이후 중단됐단 함정 간 핫라인이 정상 가동된 순간이었습니다.

양측 함정에서 언급된 '감명도'는 통신 상태를 의미합니다.

1∼5까지 숫자로 대답합니다.

'감도 5'는 통신 상태가 매우 양호하다는 뜻입니다.

이어 양측 함정은 주(主) 주파수(156.8Mhz)가 양호한 것으로 확인되자, 보조주파수(156.6Mhz) 상태도 확인했습니다.

PKG가 다시 "백두산 하나, 백두산 하나, 여기는 한라산 하나, 귀국 감명도 다섯, 채널 12번 전환 바람"이라고 외쳤습니다.

보조주파수 중 하나인 12번 채널을 열라는 뜻입니다.

앞서 남북은 1분 내 통화 때는 주 주파수로, 통화시간이 길어지거나 통신 장애 때는 보조주파수를 이용하도록 합의한 바 있습니다.

우리 측도 채널을 12번으로 전환한 후 "백두산 하나, 백두산 하나, 여기는 한라산 하나, 감명도?"라고 하자, 북측 함정은 "한라산 하나, 한라산 하나, 나는 백두산 하나, 감도 다섯"이라고 응답했습니다.

북측 함정이 즉각 응답하자 우리 함정은 "백두산 하나, 백두산 하나, 여기는 한라산 하나, 귀국 감명도 다섯, 시험통신 끝"이라는 대답과 함께 시험통신을 마감했습니다.

NLL 해상에 양측 함정이 2척 이상이 기동할 때는 지휘함정들끼리만 교신하되 상대방을 자극하는 불필요한 발언을 하지 말자고 했던 합의사항에 따라 통신은 짧게 끝났습니다.

우리 측은 최근 며칠간 서해 NLL 일대에서 북측 함정을 호출했으나, 북측은 응답이 없다가 이날 우리 측 호출에 응답을 해왔다고 군의 한 관계자는 전했습니다.

(사진=국방부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