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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세월호를 어떻게 보존하고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박민하 기자 mhpark@sbs.co.kr

작성 2018.07.01 15:5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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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세월호를 어떻게 보존하고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지푸라기도 잡겠다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이들이 엄연히 존재한다. 그들을 두고 미래를 계획하는 건 냉정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계획한다고 희망하지 않는 건 아니다.

세월호 미수습자를 찾기 위한 '마지막 수색'이 시작됐다. 한편에서는 수색이 종료된 후 세월호 선체를 어떻게 처리할지, 논의가 본격화됐다.

지난 5월 세월호 선체 보존과 처리에 대해 문체부와 갤럽이 국민여론조사(1천 명)를 실시했다. '세월호 선체 전체를 보존하자' 46%, '일부를 보존하자' 22%, '폐기하자'15%, '상징물만 보존하자' 12%다. 거치 장소는 진도 37%, 안산 26%, 목포 21%, 인천 6%, 제주 2% 순이었다.

후보지 지역주민 여론조사 결과는 목포, 진도, 안산 순으로 선호도가 높았다고 선체조사위원회는 설명했다.

선조위는 여론조사 결과 등을 종합해서 세월호 선체를 일부만 보존하는 것보다 전체를 보존하는 쪽으로, 전체를 보존할 경우 원형을 복원하는 것보다는 파손된 현 상태를 유지하는 쪽으로, 교육과 기억, 추모를 위한 공간으로 선체만 활용하는 쪽보다는 복합관을 별도로 세우는 쪽으로 결론을 압축하고 있다.
28일 세월호 선체 내부 공개행사가 전남 목포신항에서 열려 현장 관계자가 4층 객실부 협착 구역을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지난달 29일 열린 공청회에서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는 4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1) 목포시다. 우선 반잠수식 선박을 이용해 세월호 선체를 근처 수리조선소로 옮긴다. 조선소에서 세척, 코팅, 도장, 내부 보강 등의 작업을 한 뒤 다시 현 위치인 목포신항으로 복귀시킨다. 이후 모듈 트랜스포터로 거치 장소로 옮긴다. 거치 장소 후보지는 약 2km 떨어진 고하도 인근 목포신항 배후부지다. 선체 옆에는 교육, 추모, 기억을 위한 복합관(3,500㎡)을 별도로 짓는다. 총 427억 8천만 원의 예산이 필요하고 30개월 정도 걸린다. 비용의 대부분(77%)은 복합관 건립비용이다. 복합관 건립을 제외한 나머지 작업은 5개월 이내에 끝낼 수 있다. 이 방안의 장점은 세월호 선체의 이동경로를 최대한 단축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만 보기에 따라서는 침몰 장소(진도)나 희생자 대다수의 근거지(안산)보다 상징성이 떨어질 수는 있다.

2) 다음 후보지는 안산 대부도다. 2020년 완성 예정인 대부도 해양안전체험관과 연계해 복합관을 마련하고 세월호 선체는 화물칸 등 일부를 체험 통로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수리조선소에서 세척, 코팅, 도장, 내부보강 등의 작업을 하는 건 1) 안과 같다. 달라지는 건 이동경로와 복합관의 규모다. 목포에서 대부도까지 430km를 해상 이동시키고 접안 후에도 약 200m를 육상으로 옮겨야 한다. 수심이 낮은 탓에 접안하기 위해서는 약 2.3km를 준설해야 한다. 접안에 필요한 안벽도 새로 조성해야 한다. 준설허가와 환경영향평가도 필요하다. 복합관은 해양안전체험관과 연계하므로 절반 정도 규모로 줄일 수 있다(1,800㎡). 복합관 건축비용은 줄일 수 있지만 준설과 안벽 조성에 들어가는 비용 때문에 총 1,155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소요기간은 36개월이다. 준설 등에 대한 대부도 주민의 합의와 보상이 필요한데 여기에 필요한 추가 기간과 비용은 추산하기 어렵다.

3) 진도 서망항(팽목항 근처)도 후보지다. 2) 안과 달라지는 건 이동경로다. 목포에서 진도까지 65km를 해상 이동시켜야 한다. 2021년 개관을 목표로 근처에 들어서는 국민해양안전관과 연계된다. 2) 안과 복합관의 규모는 비슷하다. 역시 낮은 수심 탓에 900m의 준설이 필요하다. 접안을 위한 안벽 공사도 해야 한다. 2) 안에 비해 준설구간이 짧기는 하지만 총 730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2) 안과 같이 주민 합의와 보상이 필요한데 소요 기간과 비용은 역시 예상하기 어렵다.

4) 선조위가 마지막으로 제시한 방안은 세월호의 상징물을 활용하는 것이다. 상징물은 연돌, 선수, 선교, 구상선수(선박의 수면 아래에 있는 뱃머리의 하단부로 둥근 공처럼 부풀어 오른 형태. 세월호가 침몰할 때 마지막에 수면 위에 남아 있던 부분) 등 어느 것도 될 수 있다. 상징물을 활용할 경우 거치 장소는 서울, 안산, 대부도, 목포, 진도 등 어느 곳도 가능하다. 복합관을 따로 지어도 되고, 건립하지 않아도 상징물을 둘 최소한의 공간만 확보하면 된다. 소요기간과 비용은 2개월 반과 20억 2천만 원으로 최소화된다. 다만 이 방안은 선체를 현 상태로 보존하자는 여론조사 다수의 의견과 거리가 있다.

이제 결정해야 한다. 비용에 대한 거부감을 먼저 느낄 수도 있다. 합의, 보상이라는 새로운 갈등을 우려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세월호 선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는 우리가 참사를 기억하는 방식이고, 치유의 시작이며, 우리가 무엇을 교훈으로 남길지를 가늠하는 척도다. 결정 과정이 타인의 이해를 강요하는 게 아닌 공동체 회복을 위한 배려이기를 희망한다.

선체조사위원회는 이 달 20일쯤 세월호 선체 처리 방향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