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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구호NGO, 시련의 계절…이탈리아 이어 몰타도 입항금지

난민 문제가 유럽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가운데 이탈리아에 이어 지중해 섬나라 몰타도 국제 비정부기구(NGO)가 운영하는 모든 난민구조선에 대해 자국 항만 입항을 금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몰타 정부는 28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NGO가 운영하는 난민 구조선은 더 이상 몰타 항구에 들어올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몰타 정부는 현재 독일 NGO의 난민구조선 '라이프라인'이 몰타 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음을 언급하며, 유사한 형태의 배들은 단순히 재보급 등을 위한 항만 이용을 목적으로 할지라도 몰타 입·출항이 금지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독일 NGO '미션 라이프라인'이 운영하는 이 배는 지중해 리비아 인근에서 난민 약 230명을 구조한 뒤 유럽으로 향했으나, 몰타와 이탈리아 정부로부터 입항을 거부당한 탓에 엿새 넘게 지중해에 머물다 지난 27일 몰타 정부의 마지못한 입항 허가를 받고 몰타 수도 발레타 항 인근에 닻을 내렸습니다.

몰타는 이탈리아, 프랑스, 포르투갈, 네덜란드, 벨기에 등 총 유럽연합(EU) 회원국 8개국이 이 배에 타고 있는 난민들을 수십 명씩 분산 수용한다는 데 합의하는 조건으로 난민선을 받아들였습니다.

이후 북유럽 노르웨이도 난민 수용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습니다.

조지프 무스카트 몰타 총리는 그러나 '라이프라인'의 입항을 허가했다고 발표한 기자회견에서 "이번 상황은 특별한 것으로, 향후 구조된 난민을 처리하는 기준으로 여겨질 수 없다"고 말해, 앞으로 유사한 일이 발생할 경우 난민 구조선을 수용하지 않을 것을 분명히 했습니다.

몰타 당국은 '라이프라인'이 상륙한 직후 이 배의 선장을 상대로 즉각적으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이 배는 리비아 해안경비대에 난민 구조를 일임하라는 이탈리아 해안경비대의 지시를 묵살하고, 직접 구조에 나섬으로써 난민 밀입국업자를 결과적으로 돕는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네덜란드 선적으로 알려진 이 배는 또한 부정 등록 정황에 대해서도 의심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미션 라이프라인'은 이런 비난에 대해 난민들이 리비아에 다시 돌아가면 폭행, 고문, 강간 등에 직면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들을 리비아 해안경비대에 넘기는 것은 제네바협약 위반이라며 "우리는 국제법에 따라 행동했을 뿐"이라고 결백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몰타의 항구 봉쇄에 따라 스페인의 구호단체 프로악티바 오픈 암스가 운영하는 난민선은 이탈리아뿐 아니라 몰타에서도 재보급과 선원 교체 등을 목적으로 한 입항을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지난 10일 이탈리아와 몰타의 떠넘기기 속에 결국 스페인 발렌시아 항에 난민 약 630명을 내려놓은 국제구호단체 국경없는의사회(MSF) 등의 난민구조선 '아쿠아리우스' 역시 몰타와 이탈리아 양국 항구 진입이 모두 거부된 탓에 보급품 선적을 위해 먼 길을 돌아 프랑스 마르세유까지 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편, NGO 난민구조선의 입항을 전격 거부함으로써, 한동안 잠잠하던 난민 문제를 다시 전 유럽 차원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게 한 장본인인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내무장관 겸 부총리는 이날 현지 라디오에 출연,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습니다.

그는 "지중해에서 활동하는 NGO들은 오직 엽서에서만 이탈리아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올 여름 내내 단순히 급유, 보급품 선적 등을 목적으로 할지라도 일체의 난민구조선에 항구를 닫을 것임을 다시 한번 천명했습니다.

그는 "이들 NGO는 의식하든 못하든, 난민 밀입국업자들을 돕고 있다는 게 이탈리아와 리비아 군 당국의 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그러나 "이탈리아는 다른 나라들과 손잡고 구조가 필요한 사람들을 계속해서 도울 것"이라며, 이탈리아 해군과 해안경비대 등 국가기관이 주도하는 난민 구조 활동은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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