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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준의시사전망대] "사라진 마약성 진통제…그냥 덮은(?) 군 병원"

인터뷰 자료의 저작권은 SBS 라디오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인용 보도 시, 아래와 같이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방송 : 김성준의 시사전망대 (FM 103.5 MHz 18:05 ~ 20:00)
■ 진행 : SBS 김성준 앵커
■ 방송일시 : 2018년 6월 28일 (목)
■ 대담 : SBS 김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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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 병원에서 중독성 강한 마약성 진통제 사라져
- 사라진 진통제량 0.7cc…10명에게 투여 가능
- 수술 후 남은 약품 반납을 제대로 하지 않아
- 약품 분실 후에도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 허가 없이 비상용 마약 사용 후 비전문가 서명 받아
- 계급 따지는 군대라 규정 지키라는 말도 못 해


▷ 김성준/진행자:

저희 SBS 보도본부의 탐사보도부가 벌써 한 달째 우리 군 의료체계의 문제점을 파헤치고 있습니다. 나라 지키는 젊은이들이 다쳤는데 제대로 된 치료를 받게 해 달라. 이것도 아니고요. 적어도 불법적인 진료는 받지 않게 해 달라. 이게 너무나 당연한 얘기인데 뉴스가 되어야 하는 현실이 씁쓸하기만 합니다. 취재가 이어질 수록 참 황당한 얘기들이 자꾸 나오고 있는데요. 오늘(28일)은 또 새로운 사실이 하나 포착돼서 여러분께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김종원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SBS 김종원 기자:

안녕하세요.

▷ 김성준/진행자:

그동안 김종원 기자 나와서 얘기할 때마다 황당한 군 의료 실태 얘기를 해서. 참 어디까지 가나 싶었는데. 오늘은 또 마약성 약품 관리 실태를 취재했다고요.

▶ SBS 김종원 기자:

네. 그렇습니다. 사실 그 동안 21세기가 맞나 싶은 얘기들 많이 해드렸는데. 이번도 사실 저도 처음에 듣고 귀를 의심했을 정도로 어떻게 이런 일이 있지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먼저 이번에 저희가 취재를 한 병원은 국군대전병원이라고요. 어디에 있느냐면 국군에 큰 대형병원들이 있는데. 그 중에 두 번째로 큰 병원입니다. 수도통합병원, 가장 큰 병원, 종합병원급이죠. 그 다음 크기고. 의학연구소도 있고요. 상당히 규모 자체가 굉장히 큽니다. 그리고 의료의 질이 일정 수준 이상에 도달했다고 했을 때 보건복지부가 의료기관 인증을 해주거든요.

여기는 단순한 군병원이 아니라 일반병원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병원이다, 의료기관이다. 이런 인증까지 받아서. 상당히 신문에도 나오고 군병원의 자랑입니다. 이 대전병원은. 이렇게 크고 체계가 당연히 잡혀있을 것으로 보이는 대전병원 안에서 마약성 약물이 이렇게 관리를 한다는 게 말이 되나 싶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내부 제보가 나왔는데요. 좀 충격적이었던 게 최근 올 3월쯤 페치딘이라고 불리는 아주 중독성이 강한 마약성 진통제가 사라지는 사건이 있었다고 해요.

이게 페치딘이라는 약품이 사실 의료계에서 가끔 의료진이 마약성 약품을 스스로 투약했다. 이런 뉴스 나오지 않습니까. 경찰 수사를 받거나 구속받거나. 그 때 참 단골로 등장하는 약품이거든요. 왜냐하면 이게 가격이 싸고 중독성이 굉장히 높기 때문에. 맞으면 약간 몽롱해지고 이런다네요. 사실은 진통제로 쓰여야 하는데 마약으로 분류가 되는데. 이게 0.7cc 정도가 사라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런데 0.7cc라고 하면 우리가 얼핏 느낌이 그렇게 큰 것은 아니지 않으냐. 이런 생각이 드는데. 그게 어느 정도 의미가 있는 건가요?

▶ SBS 김종원 기자:

저도 사실 0.7이라서 1도 안 되는 것 아닌가 했는데. 이게 4번에서 5번 정도. 치료 본연의 목적으로 투여했을 때 4번에서 5번 정도. 그러니까 네다섯 명이 맞을 수 있는 분량이고. 군병원에서는 일반병원보다 양을 조금 작게 쓰기 때문에 군병원이라면 10번 정도 맞을 수 있는. 0.7이지만 결코 작지 않은 양인데. 이게 없어진 거죠. 그래서 뒤늦게 발견하고 발칵 뒤집어졌다고 해요. 그래서 일반 사병들 막사를 막 뒤지고, 혹시 너희들이 가져간 게 아니냐면서. 알고 봤더니 이 페치딘이라는 약품을 수술에 사용했는데, 그 수술에 참여했던 간호장교들이 이 약품을 반납했어야 했는데. 반납을 제대로 하지 않은 거예요.

그래서 어디 갔는지 행방이 묘연하게 사라져버린 거죠. 이게 사실은 민간병원이라면 있을 수 없는 사건인데. 문제는 이게 올 3월달 뿐만 아니라 이런 사건이 한 번 더 있었다는 거예요. 저희가 제보를 받은 것만 두 건인데. 대전병원 관계자는 지금 이렇게 겉으로 드러난 것만 두 건이라는 것은 사실 그 이전에도, 또 앞으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굉장히 대전병원 안에서는, 사실 밖에서라면 말도 안 되는 일인데 이런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이것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알려 왔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 정도로 중독성이 강한 약물이고 적은 양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다면 굉장히 엄격하게 관리하고, 장부 같은 것도 있을 것이고 그럴 텐데 말이죠.

▶ SBS 김종원 기자:

그렇죠. 참 어이가 없는 게. 분실이 됐잖아요. 그러면 이게 어디로 갔는지 찾아서. 누가 혹시 투약했는지, 아니면 누가 집어갔는지. 이런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끝났다는 거예요.

▷ 김성준/진행자:

그냥 덮었군요.

▶ SBS 김종원 기자:

그렇죠. 민간병원에서 만약에 약품이 없어지면 0.7cc보다 훨씬 더 적은 양이 없어졌어도 마약성 약품이 없어졌을 경우에는 관계자, 그 약품을 취급한 관계자의 마약 검사를 한답니다. 혹시라도 정말 투약했을지 모르니까. 그런데 그것은 고사하고 어디를 갔는지 찾아보지도 않았고. 두 건 있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 중 한 건은 정말 아무런 조치도 없이 간호장교 본인이 폐기를 했다고 주장을 했다고 해요. 내가 절차를 몰라서 그냥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얘기해서,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여서 그래, 알았어. 이러고 그냥 넘어갔고. 두 번째 것은 간호장교가 자기는 약품을 담당하는 약제과에 반납을 했다고 주장을 하는데. 실제로 약제과에서는 받은 적도 없고. 이게 말씀하셨듯이 관리가 철저하니까 반납을 하게 되면 남은 분량을 장부에 기재하고 반납했다는 확인서를 끊어주게 돼있거든요. 그런데 이런 증거를 전혀 제시하지 못했어요. 그냥 말로만 나는 반납했는데요, 이렇게 주장을 한 거예요.

▷ 김성준/진행자:

같은 간호장교입니까?

▶ SBS 김종원 기자:

다른 간호장교입니다. 두 건이 전혀 다른 사람에 의해서 똑같은 페치딘 약품이 없어진 건데. 자기가 반납을 했다고 주장하지만 반납된 사실을 증명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사도 이뤄지지 않고 서면이 아니라 병원장의 구두 경고. 이것은 인사 기록에도 안 남는 것이거든요. 이렇게 하고 끝났어요. 그리고 심지어 상부에 보고도 하지 않았어요. 이 약품이 솔직히 어디 갔는지, 누가 투여했는지는 이미 3월달이다 보니까 더 이상 추적조차 할 수 없는. 그런 미궁에 빠지게 된 셈이죠. 말씀하셨듯이 이게 말이 안 되는 게. 이런 일이 어떻게 벌어졌을까. 그러면 관리를 도대체 어떻게 했길래 벌어졌을까. 얘기를 들어봤는데. 정말 관리부터 너무 허술하더라고요.

사실 이런 약품을 수술할 때 사용하게 되면 규정상으로는 이렇게 돼 있다고 해요. 집도의가 무슨 약품이 어느 정도 용량이 필요하다고 처방을 내리면, 간호장교가 처방전을 가지고 약품을 담당하는 약제과에 가서 서명을 받고, 집도의가 처방한 용량만큼만 받아와서 쓰고. 그럼에도 그게 남으면 장부에 얼만큼 남았다고 기재를 하고 봉인한 다음에 폐기를 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대전병원에서는 이런 절차를 싹 무시하고. 수술실에 보면 야간에라도, 응급에라도 사람들이 갑자기 다쳐서 들어올 수 있잖아요. 그러면 이런 절차를 지키기 힘드니까 비상용으로 비치되어 있는 마약이 있다고 해요. 이 마약을 마음대로 갖다 쓴 거예요. 사전에 그런 결재나 허가조차 전혀 없이 마음대로 써놓고.

▷ 김성준/진행자:

비상용도 급하게 쓰기는 하더라도 사후 절차는 당연히 밟아야겠죠.

▶ SBS 김종원 기자:

그렇죠. 바로 수술이 끝난 직후에 이만큼 썼다고. 그 날, 당일날 수술 끝난 직후에 서명을 받고 이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런 식으로 비상용 약을 비상용이 아닌 수술에 마음대로 갖다 써놓고는. 이것을 며칠씩 모으는 거예요. 20건 이상 수술 건수를 모아서 사나흘이 지난 후에 누구한테 가지고 가느냐. 서명을 받기는 받아야 할 것 아닙니까? 서류를 꾸며야 하니까. 야간 시간이 되면 당직자 한 명이 병원을 지키는데. 그 당직자가 약재약품 관리랑은 전혀 상관이 없는 비전문가, 특히 군무원이 당직을 서고 있을 때 가져가는 거예요. 간호장교가. 25장, 26장을. 나흘 전에 한 수술도 있고, 사흘 전에 한 수술도 있고. 이것을 들고 가서 서명해 주세요 하면. 군무원 입장에서는 뭔지도 모르겠는데 해달라니까 해준다고 하더라고요.

▷ 김성준/진행자:

그 당직자는 그날 밤에 당직을 책임지는 사람인데. 그날 밤에 벌어지지도 않은 수술에 대한 서명까지 다 한 거네요.

▶ SBS 김종원 기자:

그렇죠. 일과 시간에, 한 3일 전에 이뤄진. 당연히 그 시간에 약제과장에게 받았어야 할 서명을 나중에 가서 받아서 서류를 꾸며놓은 거죠. 이것을 문제 삼으면 죄송합니다, 저희가 제대로 하겠습니다, 이렇게 나오는 게 아니라. 간호장교도 군인이고 장교들이지 않습니까. 간호장교 중에 부장 간호장교는 계급이 소령, 이렇게 되는데. 이런 사람이 바로 다음 날 온대요. 왜 사인 안 해주냐고. 어젯밤에 우리 간호장교가 와서 서명해달라고 했는데 왜 돌려보냈느냐. 당신 지금 여태까지 해온 것인데 왜 당신만 유난을 떠느냐. 이러면서 오히려 항의를 한다고 하네요. 그러다 보니까 병원인데 계급을 따져야 하는 이상한 문화가 있다 보니까. 바른 소리를 내도, 규정 좀 지킵시다라는 당연한 말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이렇게 현장에서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혹시 제보자를 통해서라도, 아니면 취재 결과를 통해서 어디로 갔을까 의심 가는 부분들이 있나요?

▶ SBS 김종원 기자:

사실 간호장교들의 해명이 석연치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저희가 진실을 알 수는 없습니다. 조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도 않았고, 심지어 저희 보도가 나갈 때가 돼서야 의무사령부에서 이런 일이 대전병원에서 벌어진 것을 알게 됐어요. 왜냐하면 보고를 안 하고 덮었기 때문에. 그런데 간호장교들의 해명이 약간 석연치 않은 것은. 첫 번째 A 간호장교 같은 경우 자기가 절차를 몰라서 임의로 폐기했다고 해명했던 그 간호장교 같은 경우에는. 자기가 그 약품을 폐기하면서 폐기한 사진을 찍어놨다고 주장을 했대요.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자기가 절차를 몰라서 쓰레기통에 버렸는데 버리면서 사진을 찍어놨다. 혹시나 문제가 될까 봐. 저는 개인적으로 이해가 안 되더라고요. 두 번째, 반납을 했다고 주장을 하지만 반납을 했을 때 당연히 받아왔어야 할 일종의 영수증 같은 반납증이 없었다. 그 어떠한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다. 그냥 입으로만 나는 반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 이상 조사가 진행되지 않았단 말이죠. 이 분도 사실 그때 엄격히 추적을 했어야 하죠. 그런데 이것을 대전병원에서 사건이 터졌을 때 헌병대에 문의를 하기는 했다고 해요. 어떻게 해야 되냐고. 그랬더니 헌병대에서도 그냥 모르면 행정실수로 넘어가시죠. 이런 식으로 답변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 김성준/진행자:

처음부터 끝까지 대충대충이군요.

▶ SBS 김종원 기자:

그러니까 이게 뭐 대단한 일이겠어. 이러고 다 넘어간 거죠.

▷ 김성준/진행자:

알겠습니다. 참 이 대충대충 문화가 군에서 어디까지 갈지 답답하기만 하네요. 오늘 얘기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SBS 김종원 기자:

감사합니다.

▷ 김성준/진행자:

지금까지 SBS 김종원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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