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밑에 땅굴파고, 송유관에 구멍 뚫고…'간 큰' 기름도둑

경부고속도로 인근에 묻혀있는 송유관까지 땅굴을 파고, 송유관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 기름을 훔쳐 시세보다 100∼150원 저렴하게 판매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송유관안전관리법 위반 혐의로 범행을 진두지휘한 강 모(53) 씨와 주유소 관리인 박 모(56) 씨, 주유소 실소유주 최 모(55) 씨 등 3명을 구속하고 이들에게 협조한 6명을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강 씨 일당은 지난해 4월 10일∼8월 30일 충남 천안에 있는 한 주유소에서 90ｍ 떨어진 지점에 묻힌 송유관에 고압 호스를 설치, 휘발유·경유 등 46만1천280ℓ를 훔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를 시가로 따지면 5억3천만 원에 달합니다.

이들은 3인 1조로 나눠서 삽과 곡괭이만으로 주유소 건너편에 있는 송유관까지 3ｍ 깊이의 굴을 팠습니다.

지반이 모두 흙으로 되어있어서 특수기계는 필요하지 않았으며, 땅굴을 완성하는 데까지 한 달 반에서 석 달가량 걸린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강 씨 일당은 땅굴을 파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사람이 지나다니지 않는 심야 시간대에만 작업을 했으며, 평소에는 나뭇가지 등으로 가려 은폐하는 치밀함을 보였습니다.

송유관에 구멍을 뚫으려면 상당한 기술이 필요한데 이는 강 씨가 직접 했습니다.

강 씨는 송유관을 뚫어 설치한 고압 호스는 주유소 저장탱크로 직접 연결했고, 진동감지센서와 압력계, 밸브 등을 설치해 빼돌리는 기름의 양을 조절할 수 있게 했습니다.

강 씨는 과거 주유소 사업을 하면서 알게 된 다른 주유소 사업자들과 접촉해 이러한 범행을 제안했습니다.

주유소를 대여하고, 땅굴을 파고, 송유관에 구멍을 뚫는 일까지 거의 모든 일을 강 씨가 주도했습니다.

강 씨는 2015년 4월 9일∼11월 26일 경북 경주에서도 똑같은 수법으로 기름을 훔쳐 판매하다가 수사기관에 적발되자 도망친 지명수배자였습니다.

강 씨는 천안에서의 범행이 발각되자 또 도주했으며 전남 여수에서도 땅굴을 파다가 경찰에 검거됐습니다.

그는 경찰에 붙잡히지 않으려고 주유소에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으며, 주유소 곳곳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단속반이 오는지 등 실시간으로 감시했습니다.

이때 강 씨가 사용한 스마트폰은 모두 대포폰이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송유관에 구멍을 뚫던 강 씨가 자칫 실수라도 했다면 폭발로 이어질 수 있는 아주 위험한 범행"이라며 "기름이 새서 주변 토양과 하천이 오염되는 환경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