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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서 16세기 목재 문화재 엉터리로 복원해 비난 여론

스페인의 한 성당이 16세기 목재 조각상을 만화 캐릭터를 연상시키는 모습으로 복원해 거센 비판과 조롱에 직면했다.

27일(현지시간) 엘파이스 등 스페인 언론에 따르면 나바라 주(州) 에스텔라의 산미겔 성당은 최근 갑옷을 입고 말을 탄 조르주 성인(성 조지)을 형상화한 목재 조각상에 새로 색을 입히는 복원을 마쳤다.

16세기에 만들어진 이 목상이 오랜 세월이 지나 짙은 갈색으로 변한 것을 복원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안 하느니 못한 일이 돼버렸다.

복원을 맡은 업체가 짙은 분홍색 등 강렬한 원색의 물감을 짙게 발라놓아 용맹한 기독교 성인을 표현한 이 조각상이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조르주 성인은 초기 기독교의 순교자이자 14성인 중 하나로, 회화나 조각에서 일반적으로 칼이나 창으로 용을 찌르는 백마를 탄 기사의 모습으로 표현된다.

트위터에서 일부 네티즌은 복원을 마친 조르주 성인상을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의 캐릭터인 '우디'에 비교하거나 벨기에의 만화 '탱탱' 등장인물들 같다고 조롱했다.

이 지역 문화재청 관계자는 복원작업이 적절한 관리·감독 절차도 없이 마구잡이로 이뤄졌다면서 "복원한 것을 다시 원상태로 되돌리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스페인문화재복원협회(ACRE)는 나아가 문화유산을 망쳐놓은 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성명을 내고 "문화재 복원에 필요한 지식과 훈련이 결여됐다. 나바로 지방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파괴한 이런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복원작업을 맡긴 성당 측은 난감해 하고 있다.

이 성당의 주임신부는 스페인 EFE 통신에 단순히 조각상을 깨끗이 청소해달라고 맡겼는데 해당 업체가 조각상을 이렇게 만들어놨다고 말했다.

스페인에서 문화재의 복원을 이유로 전보다 못한 수준으로 망쳐놓은 경우는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2012년에는 스페인의 한 80대 교회 신도가 가시 면류관을 쓰고 박해받는 예수를 그린 '에케 호모'(ecce homo) 벽화를 마치 원숭이처럼 보이게 엉터리로 복원해 거센 비난 여론이 인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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