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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은 남자? 여성도 있다" 파리 역 작명에 성차별 논란

303개 역 중 4개만 여성 이름 따…여성단체, 캠페인으로 압박

프랑스는 도로나 역 이름을 지을 때 유명인사 이름에서 따오는 전통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파리 지하철을 이용하다 보면 샤를 드골 전 대통령, 빅토르 위고 등 전쟁영웅이나 정치인, 예술가 등을 망라한 명사를 흔히 접하게 된다.

또 외국인들도 포함되면서 전 미국 대통령인 프랭클린 D.루스벨트역도 있다.

이런 가운데 신설되는 파리 지하철역 2개의 작명 작업에 여성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운동이 벌어져 눈길을 끌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7일 보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파리 16개 노선의 303개 역 중 단지 4개만이 여성이름(외국인 포함)을 빌려왔다.

이들 4개 역에 이름이 붙은 여성으로는 노벨상을 받은 마리 퀴리, 아우슈비츠 생존자로 프랑스 보건장관을 지낸 시몬느 베이(1927~2017), 혁명가인 루이스 미셸(1830-1905) 등이 있다.

지난해 미투 운동의 여진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한 페미니스트 단체는 관계당국이 신설 역사 이름에 적합한 인물을 온라인으로 추천받자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프랑스에서 지하철 역명을 짓는 데 대중의 참여를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단체는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여러분은 파리 303개 역 중에서 오직 지하철역 4개만이 여성과 관련해 있다는 것을 아시나요"라며 "이것을 바꾸고자 한다면 투표하세요"라고 썼다.

위대한 여성들이 있음에도 이처럼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것은 역사에 기여한 여성의 역할을 무시하는 행태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전 세계적으로 미투 운동이 한창이던 지난해 11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자국의 성차별주의에 신물이 난다며 성평등을 강화하고 여성 상대의 폭력에 맞서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유명 여배우 카트린 드뇌브가 다른 여성 99명과 함께 "성의 자유에 필수불가결한 유혹할 자유를 변호한다"며 미투에 거스르는 주장을 폈다가 끝내 사과한 뒤, 프랑스 정부는 교육과 일자리, 일상생활의 성평등도 증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런 정부의 다짐에도 진전은 더디다는 게 가디언의 지적이다.

프랑스에서는 20여 년 전 현대적인 시험제도가 도입됐으나, 지난해에야 처음으로 여성작가의 작품이 바칼로레아(대입자격시험) 문학용 필수도서로 추천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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