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가솔린 차량과 디젤 차량을 모두 퇴출하면?

안영인 기자 youngin@sbs.co.kr

작성 2018.06.18 14:0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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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와 대기오염 문제가 커지면서 세계 곳곳에서 가솔린이나 디젤 같은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 생산 중단과 퇴출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각국의 선언을 종합해 보면 노르웨이와 네덜란드는 오는 2025년에, 독일은 2030년, 영국과 프랑스도 2040년에는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차량 판매 금지를 추진하고 있다(서울연구원, 2017). 이스라엘 정부도 지난 2월 오는 2030년까지 교통 부문에서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각국의 선언에 맞춰 스웨덴의 볼보자동차는 지난해(2017) 7월 오는 2019년부터 휘발유나 디젤을 사용하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차 퇴출은 자연스럽게 전기차 같은 친환경차 보급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가까운 거리는 자전거로 이동하는 사람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전기차든 자전거든 주행 중에 지구를 뜨겁게 하는 온실가스와 건강을 위협하는 배기가스를 배출하는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화석 연료 자동차 퇴출이 여러 분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특히 건강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스웨덴 연구팀이 스웨덴 남부 해안 도시인 말뫼(Malmö)에 거주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를 모두 퇴출시킬 경우 건강에 어떤 영향이 나타날 수 있는지 시뮬레이션을 했다(Malmqvist et al., 2018).

말뫼는 스웨덴에서 3번째로 큰 도시로 우리에게 ‘말뫼의 눈물’로 잘 알려진 바로 그 도시다. 인구는 2016년 현재 32만6천92명이다. 인구가 집중되고 자동차가 늘어나면서 말뫼는 스웨덴에서 대기 오염이 가장 심한 도시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말뫼 대기오염의 주범은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NOx)로 전체 질소산화물 가운데 69%가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것으로 연구팀은 보고 있다. 질소산화물은 대기 중에서 초미세먼지(PM2.5)로 바뀌고 오존 생성에도 관여하는 물질이다. 연구팀이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을 연구 대상으로 잡은 이유다.

연구결과 도로에서 배기가스를 배출하는 자동차를 모두 퇴출할 경우 말뫼 시민 개개인이 호흡을 통해 마시는 이산화질소(NO2) 농도는 연평균 5.1㎍/㎥, 많게는 11.8㎍/㎥나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말뫼의 2015년 연평균 이산화질소 농도가 15㎍/㎥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를 퇴출하면 개인이 노출되는 이산화질소 농도가 평균적으로 1/3 낮아지고 많게는 2/3나 낮아지는 것이다. 이산화질소 농도가 떨어지면서 미세먼지 농도 또한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산화질소 농도가 떨어지면서 그동안 말뫼에서 대기오염으로 일찍 사망하던 사람 가운데 매년 적게는 55명, 많게는 93명이나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연구팀은 이 같은 조기사망 예방 효과는 아무리 적게 잡아도 말뫼에서 매년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람의 7배나 된다고 밝히고 있다.

또 매년 어린이 천식 환자는 6%, 기관지염 환자도 10%나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호흡기질환으로 입원하는 환자도 1% 줄어들고 임신중독증도 4%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미세먼지 또한 줄어들어 미세먼지 때문에 야외활동이나 일을 하지 못했던 시간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연구팀은 예상했다.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이 말뫼의 대기 오염이 어느 정도냐 하는 것이다. 스웨덴은 사실 우리나라에 비하면 청정지역이나 다름없다. 대기 오염이 가장 심하다는 말뫼의 경우도 우리나라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실제로 2015년 말뫼의 연평균 미세먼지(PM10) 농도는 20㎍/㎥을 크게 밑돌았다. 2015년 우리나라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48㎍/㎥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말뫼의 미세먼지 농도는 우리나라의 40%정도에 불과하다. 말뫼의 2015년 이산화질소(NO2) 농도 역시 15㎍/㎥ 정도로 45㎍/㎥(=23ppb)이었던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1/3 수준에 불과하다(Olstrup et al., 2018). 당연히 말뫼의 대기오염 정도는 유럽연합의 환경 기준치를 크게 밑돌고 있다.

연구팀이 강조하는 것은 대기오염이 심하지 않다고 건강에 별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라 건강에는 여전히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청정지역이라고 생각하는 스웨덴에서도 매년 5,000명 정도가 대기오염 때문에 조기에 사망하고 있다고 연구팀은 강조하고 있다. 청정지역이나 다름없는 스웨덴이 친환경차 보급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이유다.

실제로 스웨덴에서는 전기차 보급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016년 스웨덴에서 등록된 차량 가운데 전기차가 차지한 비율은 3.4%나 됐다. 수도인 스톡홀름은 전기차 점유율이 전국 평균보다 크게 높아 6.2%나 됐다. 스웨덴 옆에 있는 노르웨이는 등록 차량의 28.8%가 전기차였다. 특히 노르웨이 베르겐에서는 등록 차량의 절반 정도인 47.7%를 전기차가 차지했다. 노르웨이는 2025년부터 가솔린차나 디젤차 같은 내연기관 차량 판매를 금지한다.

하지만 미세먼지나 이산화질소 오염이 스웨덴보다 적어도 2~3배 심한 우리나라는 북유럽 국가에 비해 친환경차 보급이 더디기만 하다. 2017년 12월 현재 국내에서 전기차 등록대수 점유율은 전국 평균 0.11%, 서울의 전기차 점유율은 전국 평균보다 조금 높지만 등록된 차량 310만대 가운데 전기차는 4,800대 정도로 점유율은 0.15%에 불과하다(서울연구원, 2017; IEA, 2017, 아래 그림 참조).2016년 전기차 등록대수 점유율(%)특이한 것은 위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노르웨이나 스웨덴, 네덜란드처럼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청정지역으로 여겨지는 곳에서 전기차 보급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청정지역을 청정지역으로 지키고자 하는 국가의 강력한 정책이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중국도 전기차가 매우 빠르게 보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16년 중국의 전기차 등록대수 점유율은 전국 평균 1.4%, 베이징의 경우 7.3%나 됐다. 스모그와 전쟁을 선포한 당국이 전기차 보급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미세먼지를 비롯한 대기오염에 대한 우리 국민의 우려는 중국이나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못지않게 높을 것이다. 하지만 대기오염과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는 대표적인 노력 가운데 하나인 친환경차 보급은 국민들의 우려에 비하면 한없이 더디기만 하다. 미세먼지 농도가 ‘좋음’이라고 해서 건강에까지 좋은 것은 결코 아니다. 미세먼지는 없어야 건강에 문제가 없는 것이다. 날로 뜨거워지는 지구를 식히기 위해서도 친경환차 보급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정책이 시급해 보인다.

<참고문헌>

* 서울연구원, 2017: 친환경차 보급 동향과 서울시 정책 방향

* Ebba Malmqvist, Ebba Lisberg Jensen, Karin Westerberg, Emilie Stroh, Ralf Rittner, Susanna Gustafsson, Mårten Spanne, Henric Nilsson, Anna Oudin. Estimated health benefits of exhaust free transport in the city of Malmö, Southern Sweden. Environment International, 2018; 118: 78 DOI: 10.1016/j.envint.2018.05.035

* Henrik Olstrup, Bertil Forsberg, Hans Orru, Mårten Spanne, Hung Nguyen, Peter Molnár, Christer Johansson, Trends in air pollutants and health impacts in three Swedish cities over the past three decades, Atmospheric Chemistry and Physics, 2018; https://doi.org/10.5194/acp-2018-7

* IEA(국제에너지기구), 2017: EVI, Global EV Outlook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