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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내무, 강경 난민정책 '고삐'…"외국 NGO 난민구조선, 입항금지"

총선 공약이던 반(反)난민 정책을 실행에 옮기며 유럽연합(EU)의 난민정책의 취약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만든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내무장관 겸 부총리가 강경 난민 정책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살비니 장관은 16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지중해에서 난민 구조 활동을 펼치고 있는 외국 비정부기구(NGO)의 선박들은 이탈리아에 입항할 수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습니다.

그는 독일 난민 구호단체인 '시아이'(Sea Eye)와 '미션 라이프라인'의 선박이 "난민 밀수업자들에 의해 버려진 한 무리의 사람들을 건지기 위해 리비아 연안에 정박해 있었다"며 "이들은 이탈리아가 불법 난민 산업 방조를 더 이상 원치 않음을 알아야 한다. 그들은 이제 (입항을 위해)이탈리아가 아닌 다른 나라의 항구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살비니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그가 지난 10일 국제구호단체 국경없는의사회(MSF)와 'SOS 메디테라네'가 공동 운영하는 난민구조선 '아쿠아리우스' 호의 이탈리아 입항을 거부, 파문을 일으킨 데 이어 나온 것입니다.

지중해에서 구조한 아프리카 난민 629명을 태운 '아쿠아리우스' 호는 살비니 장관의 입항 거부 결정으로 지중해를 떠돌다 결국 스페인 중도좌파 정부의 허가를 받아 스페인 발렌시아 항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 사건과 관련, 이탈리아를 "무책임하고, 냉소적"이라고 비판했고, 이탈리아는 이에 반발해 15일 열린 마크롱 대통령과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의 정상회담을 한때 취소하려 하기도 했습니다.

독일 NGO '미션 라이프라인'은 살비니 장관에 의해 이날 입항 금지 대상으로 지목된 직후 "파시스트들이 우리를 선전해주고 있다"는 트윗을 올렸습니다.

살비니 장관은 이에 "모욕과 위협은 우리를 막을 수 없다. 우리 땅의 주인은 우리다. 당신들 NGO의 좋은 시절은 정말로 끝났다. 이해하나"라는 트윗으로 응수, 격앙된 감정을 드러냈습니다.

살비니 장관이 외국 난민구호 NGO의 구조선에 입항 금지 조치를 내린 것은 이들 NGO가 운영하는 선박이 난민 밀입국업자와 공모하거나, 이용당하며 불법 난민들을 이탈리아로 실어나르는 '택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인식에 따른 것입니다.

이탈리아 정부는 오직 이탈리아 해군, 해안경비대 등 이탈리아 선박에 의해 구조된 난민들만 이탈리아 항만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국제구호 단체들과 유엔난민기구(UNHCR) 등 국제인권 단체는 이탈리아의 이 같은 조치가 난민들을 위험에 처하게 할 뿐 아니라, 국제법에도 위반되는 것이라며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제적인 비판 여론에도 불구, 이탈리아 국내에서는 이에 대한 지지 여론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16일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에 따르면 외국 난민구조 선박에 이탈리아 항구를 닫는 정부의 결정에 국민 59%가 찬성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또한, 이탈리아인 68%는 EU에 맞서 난민 문제와 관련,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살비니 장관이 잘 하고 있다고 응답해 난민 강경책을 이끌고 있는 살비니 장관에 대한 지지율도 치솟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중해 난민 위기의 최전선이 된 이탈리아가 그동안 EU 주변국들이 난민 분산 수용을 외면하며 난민 부담을 홀로 짊어지다시피 해 온 상황에서 살비니가 "더 이상 이탈리아가 유럽의 난민 캠프가 될 수 없다"고 반발하자, 유럽이 비로소 이탈리아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게 이탈리아 대중의 보편적인 인식입니다.

한편, 2014년 이래 유럽에 들어온 난민은 총 180만 명에 달하는 가운데, 이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60만 명은 이탈리아에 입국했습니다.

현재 이탈리아는 17만 명의 난민 신청자와 50만 명의 불법 난민 등 약 70만 명의 난민이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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