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갈짓자의 중심에는 포세이돈이 똬리를 틀고 있습니다.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은 이전 정부에서부터 포세이돈 수의계약을 선호했습니다. 당시 방사청의 저 윗선에서 포세이돈을 입에 올렸던 터라 다른 기종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습니다.
정권이 바뀌고 한국국방연구원 KIDA가 사업타당성 검토를 해서 경쟁입찰을 권고하자 분위기가 좀 바뀌었습니다. 사브와 에어버스 등이 새로운 해상초계기를 꺼내들었고 방사청도 경쟁입찰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최근 들어 기류가 급격히 바뀌고 있습니다. 포세이돈만 사업에 참여시키는 수의계약으로 급변침한 것입니다.
경쟁을 붙여 기술이전을 받거나, 적어도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기회를 방사청이 스스로 걷어차고 있다는 비판이 국방부 주변에서 쏟아지고 있습니다. 방사청은 “법대로 한다”고 주장하지만 “새 정부에서도 편법으로 무기 도입하는 것 아니냐”는 정반대의 반론도 나옵니다. 해상초계기 사업 방식은 오는 25일 방위사업추진위(이하 방추위)에서 결정될 예정입니다.
● 돌고 돌아 결국 수의계약?
포세이돈 수의계약에 대한 반대 여론이 거세게 일자 방사청은 올 들어 양보하는 척 경쟁입찰로 눈을 돌렸습니다. 방사청 핵심 관계자들도 이런 저런 자리에서 “똑같이 기회를 주고 국익에 최선인 방안을 고르는 경쟁입찰로 가야하지 않겠나”라는 언급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달 초 다소 뜬금없는 사업 방식이 나타났습니다. 국방부 관계자는 “방사청이 단독 수의계약 방식과 경쟁입찰 방식 두가지를 방추위에 동시에 올려 방추위가 선택하도록 하는 방안을 상부에 보고했다”고 말했습니다. 방추위는 통상 한가지 안이 올라오면 가부를 결정하지, 복수의 안 중에 하나를 고르는 일은 잘 하지 않습니다. 여권의 전 방추위원은 “방추위원으로 6년 여 동안 활동했지만 방추위에서 복수의 안 중 하나를 선택해본 적이 없다”며 “방사청의 의도를 모르겠다”고 꼬집었습니다.
이번 주부터는 아예 경쟁을 원천 배제한 포세이돈 수의계약안이 유력하게 떠올랐습니다. 방사청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업의 경우 법적으로 경쟁입찰 방식이 성립하지 않는 것 같다”고 귀띔했습니다.
● 경쟁입찰이 불법?
방사청 관계자는 “경쟁입찰 참가 기종은 적어도 개발이 시작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브 측은 지난 3월 기자 간담회에서 “이미 개발된 공중경보기 글로벌 아이와 소드피시는 78%가 같다”며 “나머지 22% 만 새로 개발하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경쟁입찰을 통해 사브의 주장을 검증하면 될 일입니다.
방사청의 논리가 엉성한 건 경쟁에 나서겠다는 업체가 사브 한곳이 아니라는 데서 명백해집니다. 에어버스는 지난 달 기자간담회를 열고 수송기 C295 기반의 해상초계기 C295MPA로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이스라엘 IAI와 한백항공이라는 업체도 사업참여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브의 소드피시가 불참해도 경쟁입찰 조건은 됩니다.
사브의 소드피시는 포세이돈의 유일한 경쟁 기종이 아닙니다. 해상초계기 뿐 아니라 공중경보기의 제작 기술 이전과 한국형 전투기 KF-X의 에이사 레이더 핵심 기술 이전을 약속해 포세이돈의 유력한 대항마가 됐을 뿐입니다. 사브 측은 “소드피시의 소노부이 성능과 작동시간이 포세이돈을 능가한다”며 “캐나다, 뉴질랜드, UAE 등 6개국과 공급 협상을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역시 경쟁입찰을 통해 검증하고, 거짓이라면 떨어뜨리면 그만입니다.
그런데도 방사청은 포세이돈 수의계약을 고집하니 저의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방사청 고위직 출신이 보잉의 고문으로 일하고 있어 논란을 빚은 지가 엊그제인데 방사청은 아랑곳 않고 보잉 포세이돈 앓이를 하고 있습니다. 2조원 가까이 투입하는 문재인 정부의 첫 무기 도입 사업입니다. 방사청은 이랬다 저랬다 스스로 어려운 길을 가고 있는데 어렵지 않습니다. 순리대로 경쟁입찰을 통해 제일 좋은 초계기를 선택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