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펀펀한 연극] 캐릭터들의 유쾌한 저글링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펀펀한 연극] 캐릭터들의 유쾌한 저글링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연극열전7의 두 번째 작품 연극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상상력의 끝까지 온 작품으로 손꼽힌다. 요나스 요나손의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를 원안(2009)으로 한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연극적 상상력을 극대화 시켜서 150분의 러닝타임을 소극장의 무대로 옮겼다.

이 연극은 알란이라는 100세 노인이 스웨덴의 한 요양원에서 생일 당일인 2005년 5월 2일 창문을 넘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알란은 1905년 5월 1일부터 시작해 전 세계에서 60여 명의 인물들을 만나고, 심지어 사람들 뿐 아니라 코끼리, 강아지, 고양이까지 만난다. 알란이 북한, 미국, 스페인, 중국, 히말라야 등을 쉴새 없이 옮겨다니는 덕분에 관객들은 이야기를 따라가기 위해서 시선을 한시도 뗄 수 없다.

복잡한 스토리와 수많은 캐릭터들이 등퇴장을 반복하는 게 가능한 이유는 무대의 한계를 극복한 연극적 상상력이 존재하기 때문. 수십개의 서랍장이 세계지도처럼 펼쳐져 있는 무대는 알란의 기억 창고를 떠올리게 하며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지이선 작가는 원작에 새로운 이야기를 덧붙여 연극의 수많은 이야기들이 나옴에도 극의 몰입감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했다.

지 작가는 “원작에 없던 알란과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 알란이 창문을 넘기 전 이야기는 작품이 주고자 했던 메시지를 강조한 것이다. 알란이 100년을 살아오면서 수많은 사람들과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건 ‘연대’의 힘이었다. 그 연대는 성별과 종족을 떠나 위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극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배우들에겐 괴로운 작품일지도 모른다. 6명의 배우들이 이름표를 떼고 붙이며 한명당 10명 넘는 인물들을 수시로 변신하며 캐릭터를 변주한다.

심지어 주인공인 알란 역을 맡는 배우들도 계속해서 바뀐다. 마치 캐릭터를 가지고 저글링을 하듯,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매우 독특하고 복잡한 이야기 구조를 러닝타임 내내 유지한다.

그러면서도 이 연극은 알란의 “내일은 없을지도 몰라”, “늙는다는 걸 생각하는 사람은 없지”라는 대사들을 통해서 메시지를 비교적 뚜렷하게 전한다. 알란이라는 100세 노인의 유쾌한 여정은 관객들에게 지금 당장 호주머니 속 성냥을 꺼내 그어 불꽃을 피우라고 자극하는 듯 확실한 이야기를 건넨다.

김태형 연출과 지이선 작가 등 국내 제작진이 세계적인 원작 소설을 창작연극으로 탄생 시킨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에는 서울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오는 9월 2일까지 공연한다.

(SBS funE 강경윤 기자)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